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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에만 의존하는 檢 대공수사의 허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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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성 증거조작사건 이어 '직파간첩' 혐의 또 무죄…檢 "법원, 형식논리로 증거 판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검찰이 간첩혐의로 기소한 홍모(41)씨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진술에 기댄 대공수사 관행의 전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지난 5일 북한 보위사령부에서 직파돼 국내·외에서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홍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홍씨 사건은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 간첩 증거조작 사건으로 궁지에 몰렸던 검찰과 국가정보원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반전의 계기를 만들고자 공을 들였던 사건이다. 반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홍씨 사건 역시 검찰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무죄를 자신했다.

1심 판결은 검찰의 '완패'로 끝이 났다. 재판부는 "합동신문센터 조사부터 홍씨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를 받는 사실상 피의자 지위에 있었다"면서 "진술거부권·변호인조력권이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으므로 진술서 등은 위법수집 증거"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홍씨의 자필진술서, 반성문 등도 외부 압력에 의해 허위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증거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법원은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변호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권리 등을 미리 알리는 '미란다 원칙' 고지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간첩 혐의를 받는 피고인에게 형사소송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만, 수사당국은 밀실에서 자백을 받는 수사관행을 탈피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검찰이 간첩 혐의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받아냈지만 피의자가 재판 과정에서 이를 번복함으로써 무죄가 선고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대공수사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하며 즉각 항소했다.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윤웅걸 2차장검사는 "(안보 사범 재판에서) 지나친 형식 논리로 증거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검찰의 비판은 법원이 '사소한 흠결' 때문에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중요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의자신문조서에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 취지는 신문에 있어서 있을지도 모르는 개인의 기본적 인권보장의 결여를 방지하려는 입법정책적 고려"라고 판시했다.

민변은 "이번 판결은 방어권이 보장되지 않은 진술이 조작되거나 유도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합동신문센터 구금은 법원의 영장 없이 수사기관에 의해 이뤄지는자의적 구금이고, 조사기간 동안 독방에 구금하는 것은 고문"이라고 비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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