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 부딪힌 은행권, 기술금융까지 부랴부랴
[아시아경제 이장현 기자] '창조금융', '기술금융', '보신주의'
올 상반기 금융권을 강타한 세 개의 키워드다. 박근혜 정부는 담보·보증서 위주의 안전주의적 대출관행을 '창조경제'의 핵심인 '기술금융'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인식하고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10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2014년 상반기 국내은행 경영성과의 특징과 과제(권우영 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은행은 상반기 순이자마진(NIM, 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수치로 금융기관의 수익성 지표)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고 수수료이익은 정체 상태며 성과는 대손비용 등 일회성 요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심화됐다.
상반기 중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3조7000억원으로 전년동기 2조7000억원에 비해 37%나 증가했다. 표면상으로는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자이익, 수수료이익 등 핵심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하고 은행의 영업활동을 통한 수익창출능력은 계속 위축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상반기 순이자마진은 1.8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000억원 감소했다. 가계부채 구조개선을 위해 정부가 고정금리 대출을 확대토록 유도하면서 은행 간 경쟁으로 대출금리 산정이 적정하게 이뤄지지 못한 것도 NIM 하락을 주도한 요인이다.
수수료이익은 상반기에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이후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비이자이익은 상반기 2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1조7000억원에 비해 4000억원 증가했지만 증가분 중 75%인 3000억원은 유가증권 매매 등 은행의 영업력과는 관계없는 일회성 요인에 해당한다.
대손비용도 4조2000억원으로 전년동기 5조5000억원에 비해 줄었는데 이는 STX조선해양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대규모 충당금적립에 따른 기저효과와 신규부실채권 발생이 줄어든 덕분이다. 보고서는 "대손비용은 경기침체 지속으로 구조조정 기업이 추가적으로 발생해 신규부실 규모가 증가하면 다시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순이자마진 하락, 수수료이익 정체, 일회성 요인 의존이 국내은행의 위기를 부추기고 있지만 정부는 기술신용평가(TCB)를 기반으로 기술 기업에 대출해줄 것을 은행에 압박하고 있다. 각 은행은 기술금융 실적을 매일 금융위에 보고하고 매년 혁신평가지표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이 점수를 토대로 은행에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술력 있는 기업에 자금을 융통해주는 방향에는 동의하나 속도가 문제"라며 "은행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 당장 기술금융 성과를 내놓으라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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