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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메신저]순백색 교황옷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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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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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박5일 동안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누구도 줄 수 없는 귀한 선물을 주고 갔다. 무엇보다도 신자 여부를 떠나 모든 사람에게, 맑은 영혼으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온 몸으로 보여준 것 같다. 이 나라의 불행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고 곳곳에서 사랑을 펼치는 모습은 잊을 수 없는 한 편의 따뜻한 드라마였다. 졸지에 자식과 가족을 잃고 슬픔에 잠겨 있는 세월호 유족들에게는 더 없는 위로였을 것이다. 아직 사건이 끝나지도 않았음에도 남의 일처럼 관심 밖으로 밀어내고 있던 우리들을 한 없이 부끄럽게도 했다.

특히 광화문 미사 전 카퍼레이드는 마치 살아있는 예수님을 보는 듯했다. 팔과 팔을 거쳐 교황 앞에 전해진 어린아이들에게 사랑의 축복을 기원하는 모습은 마치 성화의 한 장면 같았다. 티 한점 없는, 그러면서도 온화한 미소와 함께 그가 입은 순백(純白)의 교황복은 먼발치에서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맑게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성직자들의 옷은 평상복(수단)과 전례복(제의)으로 나뉘어진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대중 앞에 등장 할 때는 흰색 모자(주케토Zucchetto 작은 테두리 없는 모자)에 발목까지 내려오는 하얀 수단(Soutane) 차림을 하였다. 이 옷은 사제들의 평상복으로 직품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교황은 흰색, 추기경은 적색, 주교는 붉은색, 사제는 검은색이다. 검은색은 죽음을, 붉은색은 순교자의 피와 성령의 불꽃을, 흰색은 영광과 결백 그리고 세상을 비추는 빛을 상징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방문에서 그 흰색의 상징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시복미사를 진행할 때 교황이 입은 붉은색 겉옷은 췌서불(chasuble: 서민의 판쵸형 외투paenula가 변형된 것)로 전례복이다. 전례복은 전례력과 축일에 따라서 흰색, 붉은색, 보라색, 녹색으로 구분된다.

성직자의 옷이 일반인과 구분되기 시작한 것은 6ㆍ7세기경이었고, 12세기에 색에 관한 규정이 만들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모세 시대부터 대 제사장은 일반인과 구분되도록 최고급의 옷을 입었었다. 그러나 오늘의 사제복은 성직자가 신자를 잘 인도 할 수 있도록, 정결한 마음을 통해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데서부터 별도의 복장이 요구되기 시작했다는 설명이 있다. 기독교가 생활 전체를 지배하던 중세를 거치며, 세계를 좌지우지하던 종교 권력이 성직자들의 옷을 극히 화려하게 '발전'시켰으나, 점차 '평온'을 되찾아 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옷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물려 입거나 빌려 입는 것으로도 유명하지만 누구도 따르기 어려운 신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교황이전에 '베르골리오' 신부였을 때, 그는 고국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에 맞서 숨어서 저항하던 '운동권'이었다. 수배중인 젊은이에게 자신의 신부복을 입혀 국외로 탈출시킨적도 있다. '베르골리오 리스트'가 있을 정도로 여러 생명을 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흔히들 옷은 제2의 피부라고 한다. 더 나아가 '옷은 사람'이라고도 할만큼 큰 위력을 갖고 있다. 입은 옷에 따라 귀족도 되고 평민도 되고, 종처럼 대우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입은 주인의 생각에 따라, 생명을 살리기도 하고, 사람을 한없이 편안하게도 하는 게 옷이라는 것, 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르쳐주고 있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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