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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화', '여유', '간절'‥교황 "사람의 몸짓으로 국민을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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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프란치스코 교황은 14∼18일 4박5일 동안 다양한 인간적 풍모로 한국민을 사로잡았다. 교황은 '온화', '간절', '여유'를 통해 권위보다는 인간적 소통을 추구했다.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강행군 속에서도 지친 기색 없이 환한 미소로 천주교 신자는 물론 고통받고 소외받는 이들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이 만난 사람들은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 각계각층을 망라하며 항상 자신을 더 낮추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교황의 낮은 자세는 때로 간절하고, 따뜻하고, 포근하고, 단호하기까지 했다. 이에 사람들은 한결같이 "교황의 몸짓은 물질과 탐욕에 찌든 우리의 모습을 새삼 돌아보게 했다"고 토로했다.

◇ '간절한 표정으로 소통" = 14일 서울공항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맨 먼저 고통받는 이들과 '보통사람들'을 만났다. 특히 영접 나온 세월호 유가족과의 대면은 가장 감명을 준 장면으로 꼽을만 하다. 교황은 한손으로는 유가족의 손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 자신의 가슴에 얹고 '눈빛과 표정'으로 천마디 말을 대신 했다. 그 표정은 '울 듯, 웃을 듯, 슬픈 듯, 분노한 듯, 애뜻한 듯', 너무도 간절해 오히려 청원인같아 보였다는 이들이 많았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도 표정으로 대화하는 교황의 독특한 소통 능력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또다른 장면이다. 교황은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를 방문한 자리에 특별히 '태아동산'을 찾아 '생명을 위한 기도'를 바쳤다. 자신을 보호할 힘조차 없어 온전한 생명으로 이 세상을 보지 못한 생명에까지 기도하던 모습도 특별히 우리를 감동시켰다. 이곳에서는 여느 때와는 달리 무릎을 꿇고 오랫동안 홀로 경건하게 기도했다. 그 모습을 보고 "정말로 죽은 태아들이 기도를 듣는 게 아닐까 싶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 환한 미소와 온화한 몸짓 '감동' = '비바 ! 파파 !' 교황은 어디를 가나 어린아이가 있으면 즉시 블러들여 끌어안고 입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16일 충북 음성 꽃동네에서는 뇌성마비 장애인, 부모에게 버려진 어린 아기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이 화환을 목에 걸어주자 두 팔을 들어 머리 위에 하트를 그려보이며 엄지 손가락을 세워 격려해줬다.

그 중에서도 교황은 손가락을 빨며 외면하는 어린아기의 입에 검지손가락을 넣어준 장면은 수많은 이들에게 벅찬 감동을 줬다. 엄마에게 버려져 모정이 간절했을 아이에게 손가락을 물려주는 '맞춤형 위로', 그 자연스런 몸짓은 한국민의 뇌리에 깊게 각인됐다.
◇ '열정'적인 대화와 소통 = 프란치스코 교황은 작년 3월 교황 즉위 후 많은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지금은 왠만큼 기도하고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15일 오후 대전 가톨릭대학교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표'들과의 오찬에서다. 그날 음식으로는 잡채와 숯불갈비, 갈비탕 등이 나왔다. 양식도 곁들여졌다. 그러나 청년들과 얘기하고, 사진 찍고, 명함에 싸인해주느라 예정시간보다 30분 이상 길어졌다. 이 자리에 동석한 유흥식 대전교구장은 "제발 교황이 밥 좀 먹게 5분만 참아주자"고 청년들을 말리기도 했다. 결국 교황은 밥 한술 못 뜨고 다음 행사장인 당진 솔뫼 성지'로 이동했다. 이 때문에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 파격적인 '소탈함'도 = 교황은 16일 오후 '수도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연단에 올라 수도자들과 이탈리어어로 '보나세라'(굿 이브닝에 해당하는 저녁 인사)라고 인사를 건넸다. 수도자들도 소탈하고 격의 없는 인사에 다소 놀란 표정으로 '보나세라'라고 화답했다.

그리곤 의자에 잠시 앉았다 일어나 "각자 저녁기도는 알아서 진행합시다"라고 말해 다시 한번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당초 수도자들과는 성무일도(시간전례 - 정해진 시간에 바치는 공동체의 기도, 찬미가, 시편, 성경 독서)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이를 생략하자 4500여 수도자들은 일제히 '아 !' 하고 놀라움과 아쉬움이 가득한 탄성을 지르며 폭소를 터뜨렸다.

교황은 "시간이 지체돼 저녁기도를 하지 못 하게 됐습니다"라며 "성모께 제가 기도하고 연설하겠습니다"라고 제안, 융통성을 보였다. 강론문에 적힌 문장도 즉석에서 바꿔 읽어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굳이 형식에 얽매이거나 위엄을 발휘하지 않는 파격적인 면모가 드러난 장면이다. 곳곳에 보여준 교황의 모습은 항상 즐겁고 격의 없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가도 사람들을 만나면 미소로 화답하며 진지하게 답변하고 응대했다.

방한기간동안 교황은 '평화', '정의', '희망', '청빈' 등 숱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감명은 '은은한 미소', '절절한 표정', '환한 웃음'을 능가하지는 못 한다. 오히려 '인간' 프란치스코의 진면목은 갈등과 반목에 지친 우리 사회에 시원한 청량제가 돼줬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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