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방문으로 관심쏠리는 광화문 광장…유가족들 기대반·회의반
16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에서 세계 최대의 민간 텔레비전 방송국인 TV글로부 취재진이 32일째 단식농성중인 고(故) 김유민양 아빠 영오씨(오른쪽)를 인터뷰하고 있다.
[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오전 서울 공항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고 있다"며 위로의 메시지를 건낸 가운데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는 단식에 참가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교황의 방문이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유가족들에게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캐나다에서 일 때문에 한국에 온 뒤 계속해서 단식에 참여하고 있다는 최준호(65)씨는 "교황이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시면 정치권과 청와대가 아무래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겠느냐"며 "교황방문이 유가족들의 아픔을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반께 빗줄기가 굵어지고 농성장에는 어제 이 시간 때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자리에 함께 했다. 세월호 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매일 500~600명씩 단식에 참여하고 있고 점점 참여인원도 늘고 있다"며 "교황방문이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지만 시민들이 농성장을 계속 찾아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교황의 언급으로 세월호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외신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이날 농성장에는 세계 최대의 민간 텔레비전 방송국인 TV글로부 취재진이 찾아 32일째 단식농성중인 고(故) 김유민양 아빠 영오씨를 인터뷰했다.
외신 통역을 맡고 있는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활동가 백가윤씨는 "어제도 2~3곳의 외국 취재진들이 와 세월호특별법이라는 게 뭔지 교황에게 하고 싶은 말이 뭔지를 물어보고 갔다"며 "취재진들도 전후 사정을 듣고 안타까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몇몇 외국인들은 통역사의 설명을 듣고 세월호 특별법 서명운동에 서명을 하고 가기도 했다.
교황 방문으로 세월호에 대한 관심이 모이고 있지만 유가족들은 교황의 언급이 수사·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제정이라는 결과로 나타날지에 대해선 반신반의하고 있다. 안산단원고 2학년 3반 고(故) 김빛나라 학생 어머니 김정화씨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우리를 위한 말씀을 해주시겠지만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해주시긴 힘들 것 같다"며 "교황님만 바라보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2학년 4반 김웅기 학생 어머니 윤옥희씨도 "사랑의 성인이신 교황님의 말씀이니 위로가 되겠지만 (유가족들이 바라는 특별법 제정엔)크게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농성장을 찾은 야당 정치인들도 교황의 방문이 실제적인 도움이 될지에 대해선 엇갈린 의견을 내놓았다. 이곳에서 만난 김현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은 "교황이 세월호 유가족을 잊지 않겠다고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마디도 안하고 있다"며 "교황의 방문이 도움이 됐으면 하지만 지금까지 무시로 일관한 정부와 여당이 태도를 바꿀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오후께 농성장을 찾은 노회찬 정의당 대표는 "교황이 방한을 통해 세월호를 언급함으로써 전 세계가 유가족들이 원하는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 대한한국의 현실을 알게 될 것"이라며 교황의 발언이 세월호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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