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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방한 D-8] '작은 것에 대한 사랑', 교황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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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을 앞두고 청빈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교황의 면모에 세간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를 통해 교황은 "가장 작은 한국 차를 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교황의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은 신약성경 복음서에 언급되는 ‘작은 이들’ 곧 불우하고 소외되고 보잘것없는 존재들과 소박하고 견실한 삶에 대한 사랑을 포괄하고 있다. 이번 방한에서 교황이 참가인원이 2000명에 불과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결정한 것도 ‘작은’ 교회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면모를 엿보게 한다. 오는 13일 대전교구에서 개막하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는 대회 역사상 최초로 교황이 방문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역대 교황들은 세계청년대회에만 참석해 왔으며 2013년 브라질 세계청년대회에는 300만명이 참가했다.

◆중고 소형차를 운전하는 교황 = 지난해 9월 교황은 이탈리아의 한 신부에게서 출고된 뒤 20년이 지난 소형차를 선물 받았다. 영국 BBC는 교황의 검소함에 감동한 렌초 초카 신부가 교황에게 자신이 몰던 흰색 르노4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르노4는 교황이 아르헨티나에 머물던 시절 몰고 다닌 모델로 현재는 단종된 차종으로 선물 받은 차의 주행거리는 30만 km로 알려졌다.
앞서 교황은 그해 7월 바티칸을 순례하러 온 신부들과 가진 세미나에서 "사제나 수녀들이 새 차를 가진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자동차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제 여러분은 더 많이 봉사하고 많이 움직이되 검소한 차를 갖기 바란다"고 밝힌 적도 있다.

◆낡은 십자가와 재활용 반지, 바티칸을 바꾸다 = 지난해 3월 13일 저녁 교황이 첫 강복을 위해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타났을 때,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pectorial cross)는 새 교황을 위해 만든 금 십자가가 아닌 낡은 철제 십자가였다. 주교 시절부터 쓰던 철제 십자가를 교황은 지금까지 쓰고 있다.

교황의 옥새로 불리는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는 새 교황이 즉위하면 금으로 새로 제작된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부의 반지를 새로 만들지 않고, 바오로 6세(1963-1978 재임)를 위해 디자인됐으나 채택되지 않은 주조틀을 재활용해 만든 반지를 선택했다. 그것도 관례에 따른 금반지가 아니라,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였다.
교황의 솔선수범으로 바티칸의 고위 성직자와 주교들의 생활도 바뀌고 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2013년 10월 25일 기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한 이후 주교들이 목에 걸어 착용하는 가슴 십자가(pectorial cross)를 황금 재질에서 은이나 다른 금속 재질로 바꾸고, 각종 비용도 줄여나가기 시작한 데 이어 사치스런 대형 차량도 평범한 것으로 교체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궁 아닌 게스트하우스에 머문 교황 = 그는 지난해 3월 교황 즉위 직후 교황관저 대신 교황 선거(콘클라베)를 위해 머물던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을 거처로 정했다. 역대 교황들이 교황 관저(apostolic palace: 교황궁)에 머물던 110년 바티칸 관행을 깬 것이다.

같은 해 6월 7일 교황은 이탈리아의 예수회 학교 학생들의 만난 자리에서 '마르타의 집'에 사는 질문에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된 채 사는 것은 내게 좋지 않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성녀 마르타의 집은 1891년 바티칸 인근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당시 레오 13세 교황이 병자들을 돌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설치한 건물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엔 전쟁을 피해 온 망명자와 유대인, 이탈리아와 외교관계가 끊어진 나라 외교관들의 피신처로 이용됐으며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 시대에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하기 위해 개축됐다.

◆행동으로 보인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 = 교황은 취임 직후부터 가난하고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촉구해왔다. 지난해 12월 17일 아침 교황 즉위 후 맞은 첫 생일 아침상에는 동유럽 출신 노숙인 세 명이 초청됐다.

교황은 불우이웃 돕기에 동참해 줄 것을 직접 호소하는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그는 쓰레기더미에서 재활용·재사용 물건들을 찾아내는 세계의 ‘카톤네로스(넝마주이)’를 격려하는 영상메시지를 촬영하며 “카톤네로스의 활동은 환경을 위해 고귀하고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회용 문화’를 비판하면서 “매일 버려지는 음식으로 전 세계의 굶주린 사람들을 먹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교황은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산하 국제구호기구인 ‘카리타스 인터내셔널’이 주도하는 지구촌 기아퇴치 운동에 영상메시지를 보내 참여를 독려했다. 이 운동은 ‘인류는 한 가족, 모든 이에게 음식을’이라는 주제로 2025년까지 전개된다.

◆새 추기경도 작은 나라에서 =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1월 12일 처음으로 임명한 추기경들의 명단 또한 ‘주변부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소국 부르키나파소, 중미 카리브해의 아이티가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한 것이다. 필리페 나켈렌투바 우에드라오고 와가두구 대주교, 치블리 랑글루아 레카이 주교가 그 주인공이다. 작고 가난한 나라의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교황의 결정은 극빈지역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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