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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우리 모두 喪主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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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사회문화부장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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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 발생 100일째 전날인 23일 서울시청 앞 분향소를 찾는 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분향소를 거둬야 할 때가 된 게 아닐까. 그러나 아직 그럴 수 없다. 향보다 꽃보다 더 필요한 진짜 애도를 바치지 못하는 한 우리는 이 분향소를 결코 철거할 수 없다. 세월호 안에서 아이들이 차가운 물속에서 던졌을 물음에 답해주기 전에는 이 분향소를 접을 수 없다. "엄마, 아빠! 우리는 왜 이렇게 죽어가야 하나요"라고 했을 아이들에게 답해주기 전에는 이 분향소를 치울 수 없다.

지난 100일간 우리는 그 답을 내놓지 못했다. 우리 사회가 지난 100일간 보여준 것은 '구조능력'의 결여만큼이나 그 비극에 대한 '반성능력'의 결여였다. 자식과 친구를 잃은 부모와 아이들이 진상을 밝혀 달라며 단식을 하고 목이 메어 외쳐야 하는 상황, 그것은 우리 사회의 반성능력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떤 것의 존재가 오히려 그것의 부재를 드러내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정부의 존재가 정부의 부재를, 정치의 존재가 정치의 부재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중국의 어느 소수민족은 지금도 가까운 이가 죽으면 3년상을 치른다고 한다. 3년간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고 반성하며 새로운 사람으로 태어난다는 것이다. 제사는 결국 죽은 이가 아니라 산 자를 위한 것이다. 죽은 이를 통해 산 자 자신을 깨워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 모두 3년상의 상주가 되자. 자신의 죽음으로써 우리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 아이들, 그러므로 우리의 아버지이며 어머니인 그 아이들을 위해, 결국 우리 자신을 위해 모두 이 국상(國喪)의 상주가 되자. 상주가 돼 아이들의 물음에 답해주자. 그럼으로써 진짜 상주 노릇을 다하자. 그럴 때 우리는 비로소 분향소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세월호에서 내려올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을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명재 사회문화부장 prome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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