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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조달방안 없는 '깜깜이' 재보선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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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비' '시비' 등으로 언급…전략공천·법적 미비 원인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7ㆍ30 재보궐선거 출마자들이 재원조달계획이 불분명한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규모나 이행 방안을 알 수 없어 '깜깜이 공약'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재보선 출마자들이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5대 공약에 따르면 재원조달방안에는 구체적인 액수 대신 '국비' '시비' '구비' '도비' 등으로 표시됐다. 서울 동작을 지역구에 출마한 나경원 새누리당 후보와 기동민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는 각각 터널 건설과 창조경제클러스터 등의 공약을 내걸었는데, 모두 '국비+시비+구비'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무상교육' '혁신학교' 등을 공약으로 선보인 노회찬 정의당 후보 역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예산안'이라고 명시했다. 수원 등 다른 지역 출마자의 재원조달방안 역시 비슷했다.
각 후보 캠프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나경원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공약에 대한 용역을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재원 규모를 밝히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회찬 후보 캠프 관계자는 "공공보육시설 건립을 공약을 추진하고 있는데, 수요를 알 수 없어 예산 규모를 미리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원을에 출사표를 던진 정미경 새누리당 후보 측도 "예산을 추정하기보다 정책의 완성이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공약 이행에 소요되는 자금이 뻔히 국가와 각 시도 예산에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출마자가 제시한 조달방안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재원조달계획을 밝히지 않은 공약은 슬로건에 불과하다"면서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는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깜깜이 공약은 전략공천과 법적미비가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재원마련계획을 반드시 명시할 필요가 없는 데다 당에서 추천한 인물이 느닷없이 후보로 임명되면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진 탓이라는 것이다.
현재 공직선거법 66조 2항에는 '선거공약서에는 선거공약과 이에 대한 추진계획으로 각 사업의 목표ㆍ우선순위ㆍ이행절차ㆍ이행기한ㆍ재원조달방안을 게재해야 한다'는 조항이 명시돼 있다. 하지만 66조1항에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자치단체장선거 후보자'로 법적용 대상자가 한정됐다. 한마디로 대선과 지방선거 출마자는 재원을 비롯해 공약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공약서에 명시해야 하는 반면 국회의원 후보자는 이를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지난 6ㆍ4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에 당선된 권선택 시장의 경우 후보 시절 교통약자배려를 위해 1조2752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며 도시철도와 충청광역철도망 건설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사무총장은 "대통령과 지자체장의 재원조달계획이 구체적인 것과 달리 국회의원 공약이 무성의하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략공천도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조달계획을 세우는 데 걸림돌이다. 수원정에 출마한 임태희 후보 측 관계자는 "평택 출마를 준비하다 갑자기 수원지역으로 방향을 돌려 공약과 예산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평택의 경우 공약 개발에 3개월이나 공을 들였지만 수원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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