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기도 그렇다. 옛날에는 면도기, 면도날의 대명사로 상표명이 쓰인 적이 있었다. 손잡이 끝을 돌려 면도기를 여닫고 넓적한 양날 면도날을 넣어 썼다. 요즘은 겹날로 시작해서 다섯 날의 면도기까지 나오고 있다. 면도날과 면도기를 연결하는 방식도 상표마다 죄 다르다. 면도날을 판매할 목적으로 면도기 증정 행사를 한다는데, 다음 번 면도날을 사야 할 즈음해서는 또 다른 상표의 면도기 증정 행사가 나오니 면도기를 또다시 얻게 된다. 결국 수납장 한편에는 쓰지 않은 빈 면도기만 즐비하게 쌓인다.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경제가 성숙되면서 한계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나아가서는 생산의 주체들이 제품 또는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려고 안간힘을 쓴다. 첨단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경쟁의 환경을 더욱 긴박하고 각박하게 만들고 있다. 경쟁이라는 표현이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목가적으로 느껴질 지경이며 오히려 전쟁터라고 칭하는 것이 피부에 더 와 닿는다.
소비자 집단은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현명하게 선택해야 하는 골치 아픈 측면도 있지만 효율성을 강제하는 시장경제의 기제로부터 생활의 편의성과 풍요로움을 얻게 된다. 그 이면에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우리가 신문에서 자주 접하는 경쟁의 승자가 있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패자도 있다. 경쟁에서 낙오된 산업과 기업, 또 여기에 고용된 사람들이다. 이들이 새로운 출구를 찾지 못하게 되면 생산-소비의 선순환과정에서 배제되며 정상적인 삶이 어려워진다.
문제는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이 시장 기제의 작동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흐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는 기능은 시장에 맡기고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은 공공이 개입하는 형태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현상에 대한 책임을 시장경제에 돌리고 각종 규제로 시장의 효율적인 작동을 옥죄는 움직임이 보이는데 이럴 경우 효율성과 공정성을 모두 잃게 될 수 있으므로 우려가 크다.
소소한 얘기를 시작으로 경쟁의 치열함을 논하다 보니 경쟁의 장점은 살리되 그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배려가 필요하지 않는가 하는 소소하지 않은 결론을 맺어 본다. 해결의 방법론으로 시장이 잘하는 것은 시장에 맡기고, 따뜻한 심장이 있는 사람이 잘하는 것은 사람에게 맡기자는 제안을 해본다.
김흥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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