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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서재에서]인문학의 암살자'학원式 대학'을 비판함

최종수정 2014.07.14 08:30 기사입력 2014.07.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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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용의 '사람읽기' 인터뷰-김상근 플라톤아카데미 교수

취업스펙 쌓기 바쁜 학생들
나는 누군지, 어떻게 살 것인지 그것부터 고민해야 하는데…



윤승용 논설고문(얼굴)의 '리더의 서재에서'는 CEO와 경제지식인들의 지적보고(知的寶庫)를 탐방해 깊이있는 성찰의 결과들을 함께 음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윤 고문은 언론사 기자 출신으로 국방홍보원장,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냈으며 저서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등을 출간했습니다.


범지구적으로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경쟁에서의 승리와 물질만능주의적 이데올로기가 득세하고 있지만 묘하게도 한국사회에서는 인문학에 대한 재인식과 성찰이 붐을 이루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인문학 콘서트가 잇달아 열리는가 하면 인문학의 재발견과 재해석을 조명하는 책들도 나름대로 성가를 올리고 있다. 인문학 고양을 위한 여러 단체와 모임들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고 있는데 최근 들어 가장 주목을 받는 기관이 재단법인 플라톤아카데미다. 2010년 인문학정신에 매료된 중년 기업가들과 함께 플라톤아카데미를 만드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고 현재도 이 재단의 연구책임교수로 재단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연세대 신과대 김상근 교수는 '한국에서의 인문학 르네상스'를 가장 열성적으로 주창하는 인물이다. 중세 시대의 선교사, 특히 마테오 리치를 전공하면서 자연스레 중세 르네상스문화와 문예부흥의 막강한 스폰서였던 메디치 가문을 속속들이 연찬한 김 교수는 저술과 강연을 통해 '한국 기업가 중에서도 제2, 제3의 메디치 가문이 나타나야만 한다'고 역설한다.

신촌 연세대 연구실과 서울 을지로2가 재단 사무실을 분주히 오가며 강학과 인문학보급운동에 동분서주 중인 김교수를 재단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상근 플라톤 아카데미  교수

김상근 플라톤 아카데미 교수


-플라톤아카데미는 무엇하는 곳인가.
▲플라톤아카데미는 인류지혜의 샘이었던 아테네의 '아카데메이아(Akademeia)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아카데미아는 왕과 장군 같은 통치자를 육성하기 위해 플라톤이 기원전 387년에 세운 철학교육기관이다. 역사적으로 이 교육기관은 1462년 이탈리아에서 부활했다. 4년 전 평소 인문학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나와 정기적으로 공부를 같이하던 중년 기업가 몇 분과 함께 이탈리아 피렌체를 여행한 적이 있다. 인문학 공부를 하다 중세 르네상스 문화를 꽃피운 인문학의 성지인 피렌체를 함께 둘러보러 간 것이다. 알다시피 피렌체는 그 유명한 메디치 가문이 터를 다진 곳이다. 당시 함께 여행했던 SK케미칼 최창원 부회장,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사장, 박진원 두산 산업차량 부사장, 이강호 한국 그런포스펌프 대표 등이 한국에서도 인문학 보급을 위한 후원 단체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일치를 보았다. 그 결과 2010년 11월 여러 기업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보태 창립했다. 현재는 정기적인 인문학 세미나 개최, 인문학자 심화연구 지원, 10대를 위한 인문학교실 운영, 동양독서프로그램 운영, 지식나눔 콘서트 등을 열고 있다. 이번 달에는 인문학 서적을 구입해 읽은 독자가 간단한 독후감을 써서 책과 함께 돌려 보내면 구입비용 전액을 돌려주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메디치 가문이 르네상스에 기여한 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나의 졸저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에 자세히 밝혔다시피 한적한 산골마을의 농장주에서 출발한 메디치 가문은 세계 최고의 부자 가문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교황을 2명이나 배출했다. 또한 프랑스 왕실에 2명이나 시집을 보내 왕실 가문으로까지 올랐고 가문의 모든 재산과 예술품을 모두 피렌체 시민들에게 기증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받아들여 당대 최고의 예술가로 육성하는 등 피렌체의 천재적 예술가와 학자를 후원해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는 점은 정말 대단한 업적이다. 우리가 잘 아는 <군주론>은 마키아벨리가 이 가문에 헌정한 책이다. 메디치는 단순히 부를 창출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유지ㆍ발전시켰던 기업 가문의 이름이 아니다. 메디치는 한 가문의 이름을 넘어서 인간성의 최절정에 이르렀던 당시의 시대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대에서 왜 인문학이 중요한가.
▲지금 사회에서는 인문학의 재조명이 한창이다. 그런데 정작 대학에선 인문학이 고사 상태다. 그만큼 대학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다. 중세시대도 마찬가지였다. 인문학이 재탄생한 곳은 당시 대학이 아니었다. 당시 대학들은 인간성과는 거리가 먼 현학성에 매몰돼 고담준론만 하고 있었다. 14세기 이탈리아 인문주의 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문학가 페트라르카와 보카치오는 그리스 출신의 인문학자 레온티우스 필라투스를 피렌체로 초청해 1360년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라틴어로 번역함으로써 아레테(areteㆍ탁월함)를 추구하던 그리스 정신을 이탈리아에서 부활시켰다. 이들은 또 로마의 지성 키케로가 쓴 '아티쿠스에게 보낸 편지'를 읽고 그 인문학적 사유에 감동했다. 그리고 '신의 학문'이 아닌 '인간 학문'이라는 뜻으로 '인문학(Studia Humanitatis)'이라는 용어를 처음 만들어 쓰기에 이른다. 지금 한국의 시대상황도 이와 매우 유사하다. 인문정신의 회복을 통한 인간성의 재정립이 시급한 때다. 이 시대의 화두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지금 바르게 가고 있는가'라는 3가지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인문학에 대한 성찰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다.

-요즘 우리 대학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나도 대학에 몸담고 있지만 오늘날의 우리 대학 참 한심하다. 대학의 고시학원화와 인문학의 황폐화가 만연해 있다. 물론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비인간화되면서 일어난 현상일 것이다. 인문정신의 회복이 시급하다.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취업용 스펙 쌓기와 각종 고시에 매달려 있는 학생들을 보면 가엾기 짝이 없다. 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자주 이렇게 말하곤 한다. 세파에 그저 휩쓸리지 말고 진짜 '너'를 만나라. 자유로운 인간으로 살아라. 방황해라. 고통스러우면 일단 휴학해서 고민해라.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차라리 자퇴하라고 말이다. 청소년기에는 참된 자유를 찾아 방랑해 볼 필요가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에 나오는 그리스인 조르바처럼.

◆김 교수의 읽어보니, 좋던데요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20대에 읽었던 최고의 책으로 자유로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일깨워 주었다. 책을 읽다가 숨이 가쁠 정도로 가슴이 벅차 올라, 연세대 야구장에 가서 무작정 뛰었던 기억이 난다. 저자의 <영혼의 자서전>과 함께 읽으면 좋다. 전자가 아폴로적인 책이라면 후자는 디오니소스적인 책.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40대는 연세대 교수로서 치열한 성찰의 시기였는데 학문과 사회 활동을 병행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한 성찰이 이어졌다. 조금 철이 들기 시작한 셈인데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오디세우스와 그 동료들의 방랑과 좌절, 꿈과 희망을 통해 '나는 누구일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었다.

◆김상근 플라톤아카데미교수 약력
▲경남 합천생
▲연세대 신학과,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 석사, 에모리대학 석사(신학), 프린스턴신학대학원 박사(16세기 선교역사전공)
▲학진 외국박사조사위원회 위원장
▲연세대 신과대 부학장
▲연세대 신과대 교수(현)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 연구책임교수(현)
▲<르네상스 창조경영>,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르네상스 명작 100선>, <인문학으로 창조하라> 등 저서 20여권


윤승용 논설위원 yoon673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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