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퇴근제, 中企엔 그림의 떡
근로의욕만 떨어져…'초과근무=성실' 고정관념부터 없애야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경인지역의 한 중소기업에서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는 A씨(29ㆍ가명)는 정시에 맞춰 퇴근한 날이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상사 눈치도 보이고, 업무량도 많아 근무시간 내에 일을 마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정시 퇴근제는 정말 남의 얘기"라며 "매일 야근이 계속되다보니 자기계발은 물론 여자친구를 만날 여유 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정시퇴근제가 '그림의 떡'으로 전락, 기업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노동생산성 향상과 소비 진작을 통한 경기 선순환을 위해 '수요일, 금요일 정시퇴근제' 확산이 절실하다. 정부도 '문화가 있는 날' 등을 통해 정시퇴근제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소기업ㆍ중견기업 근로자들은 정시퇴근은 커녕 주말ㆍ공휴일 근무가 여전하다.
최근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8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일주일에 3일 이상 야근을 하는 직장인의 비율은 60.8%에 달했다. 이 중 5일 내내 추가근로를 하는 비율도 25.7% 수준이다. 중소기업이 국내 기업의 99.9%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들은 야근 등 추가근로에 시달린다는 걸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의 정시퇴근제가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낮은 생산성'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산업자원부가 2011년 통계청 광업제조업조사 자료를 토대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생산성은 대기업 대비 28% 수준에 그쳤다. 대기업에 비해 생산성 자체가 낮다 보니 중소기업들이 신규 인력 채용 대신 기존 인력의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 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야근과 추가근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또 기형적인 임금체계와 야근을 강제하는 조직문화를 원인으로 꼽는 시각도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기본급 비중은 57.3%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주거비, 교육비 등 전반적인 삶의 비용이 상승해 근로자들은 초과근무ㆍ휴일근로수당 등을 통해 부족한 기본급을 벌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야근을 성실함의 척도로 판단하는 기업문화와 조직문화가 겹쳐 정시퇴근은 언감생심이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에 정시퇴근제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인식변화는 물론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와 각종 지원대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인수 충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초과근무는 기업이 한계 상황에 봉착한 상황에서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정착ㆍ발전하는 단계에서는 오히려 생산성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을 줄 수 있다"며 "중소기업가들도 오래 붙잡아 두면 성과가 난다는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도 "정시퇴근제 정착을 위해선 정부가 초과 근무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강화해야 하고, 모범기업들을 창출하고 홍보하는 등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며 "근본적으로는 이른바 '히든챔피언'처럼 중소기업들이 높은 성과를 낼 수 있게 정부가 마케팅ㆍR&D 투자ㆍ근로자 교육훈련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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