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 이례적 현상들이다. 더구나 지지층 결속력이 강한 박 대통령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세월호 참사란 예상치 못한 대형 돌발 변수로 인한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지만 대통령 집권 초 여권 내 '이상기류'는 지속 여부를 떠나 당장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윤상현 사무총장 발 '혁신' 움직임이다. 대표적 당내 핵심 친박 인사인 그가 박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핵심부와 교감 없이 단독 플레이를 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윤 사무총장은 연일 '혁신'을 외치고 있고 대표적 '박근혜 키즈'인 이준석씨를 위원장으로 한 '혁신위원회'도 구성했다. 이준석 위원장은 곧바로 "새누리당의 위기에는 청와대의 책임이 있다" "대통령과 관계 재정립" 등의 공격적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친박근혜계 맏형이자 좌장으로 차기 유력 당권 주자인 서청원 의원은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에 앞장서더니 이번에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해서도 "만약 논문 표절뿐만 아니라 칼럼까지도 대필했다면 문제가 될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내놨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하루 만에 "특정인을 염두에 두지 않은 원론적 얘기였는데 와전됐다"고 해명했지만 김 후보자를 두고 30일 "국민적 눈높이로 볼 때 논문 표절이나 연구비 등 문제가 있다면 (인사청문회를) 통과 못 시키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비주류 진영은 주류의 이런 혼선을 극도로 경계하는 눈치다. 주류 진영의 청와대 견제 움직임을 두고 '헐리웃 액션'이란 의구심도 갖고 있다. 비주류인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당 주류의 탈박 움직임에 대해 "전체적인 분위기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주류 진영의 탈박 움직임이 감지되고는 있지만 배경과 실체에 대해선 선뜻 답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이 의원은 "원칙을 강조하던 박 대통령의 원칙이 무너지고 이로 인해 지지층이 급속하게 균열되면서 (주류가) 변화하려는 움직임은 있다"면서 "그러나 (그 변화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표면적으로는 7·14 전당대회를 앞두고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고 대통령 보다 개인의 정치적 득실을 고려해 움직이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당 관계자도 "주류의 변화가 시작된 것은 맞는데 '탈박'현상으로 봐야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주류가 현 위기를 통해 주류 내 권력지형을 재편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다만 7·14 전당대회에서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이 당권을 잡고 7·30 재·보선에서 당이 완패할 경우 당내 '친박 이탈' 현상에도 가속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주류 측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지금의 위기 국면을 돌파하고 다시 지지율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예상보다 빨리 당 주류가 분화할 수 있다. 7·30 재·보선 결과가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은석 기자 cha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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