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최근 고미술 작품들이 미술경매에서 추정가보다 두 세배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등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김환기, 이우환 등 블루칩으로 여겨지는 근현대 화가들의 작품들이 고가의 낙찰로 존재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미술 시장도 활기를 띨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경매에서 고미술 가운데 최고가 작품은 1억9000만원에 낙찰된 작자미상의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다. 역시 추정가 6000만원에서 9000만원에 출품돼 경합이 벌어진 가운데 낮은 추정가의 3배가 넘는 금액에 판매됐다. 이 그림은 중국 당나라 때 무장인 곽분양과 같은 다복한 인생을 소망하는 의미를 지닌다. 곽분양의 본명은 곽자의로, 당 현종 때 안록산의 난을 토벌하는 등 많은 공을 세워 분양왕(汾陽王)에 봉해졌고 살아생전 온갖 부귀와 공명을 누렸다 전해진다. 따라서 좋은 팔자를 타고난 사람을 두고 '곽분양 팔자'라고 일컫기도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러한 곽분양행락도가 병풍형식으로 유행했다.
이번 경매에서는 이외에도 우창 이용림의 ‘매화서옥도’가 5000만원(추정가 1500만~2500만원), 작자미상의 ‘관동팔경도’가 1850만원(500만~1000만원)에 낙찰돼 희소성 높은 작품들에 대한 컬렉터들의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화제를 모았던 이당 김은호가 그린 동학 1,2,3대 교주 최제우, 최시형, 김연국 초상은 각각 2600만원에 낙찰됐다. 1915년 이당이 만 23세에 그린 이 초상화는 작가의 묘사력과 세필력이 탁월한 작품으로, 당시 나라에서 인정할 만큼 실력이 뛰어났던 그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한편 근현대 작품 중 김환기의 1950년대 초기작인 '정물'은 4억7000만원에 낙찰돼 이번 경매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정방형의 화폭에 목기와 조선 백자, 매화 등 김환기가 즐겨 그리던 주요 소재들이 안정적인 구도로 배치된 이 작품은 서정적인 아름다움과 견고한 조형성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모노크롬 작품 중에서는 윤형근의 1975년 작‘Umber Blue’가 낮은 추정가 600만원에 출품돼 1250만원에, 박서보의 100호 크기의 2006년 작 묘법 2점은 각각 4300만 원, 4100만 원에 팔렸다. 이우환의 1980년 작 ‘점으로부터’는 1억7000만원, 김창열의 100호 크기의 물방울은 3억2000만원에 판매됐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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