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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지식재산, 시장없이 발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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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중 로하스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주한중 로하스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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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특허 사용권을 하나의 거래 단위로 묶어 이를 상장하고 주식처럼 사고파는 국제지식재산거래소(IPXI)라는 혁신적인 거래방식에 대한 시도가 최근 미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IPXI는 증권거래소와 같이 다수의 시장 참여자들이 거래와 투자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고, 거래가 되기 어려운 지식재산을 거래 가능한 ULR(unit license right)라는 새로운 단위로 재구성한 것에 특징이 있다.

2011년 IPXI가 설립돼 아직 거래가 본격화된 것은 아니지만, 2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작년에 ULR 계약공고가 나왔으며 현재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자지갑 등 3개 종목의 ULR의 온라인 거래가 오픈됐다. 3개 종목의 ULR는 미국, 유럽, 일본 등 10여개 국가의 600여개 특허로 구성돼 있고, OLED ULR에는 우리나라 특허도 67개나 포함돼 있다고 하니, 실로 국제적인 지식재산거래 플랫폼이 지금 미국에서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IPXI의 추진 상황을 보고 있자면 2009년 통폐합으로 사라진 기술거래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00년 2월 기술이전, 기업거래, 기술투자의 3가지 시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표방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새로운 개념의 한국기술거래소가 만들어졌다.

거래소는 거래시장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기술평가, 거래사 육성, 기술정보DB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이 투입돼야만 했고, 광범위한 업무영역, 공공중심의 단순 중개방식의 거래지원 등의 요인으로 인해 시장으로서의 본연의 기능은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한 채 실적 저조와 타기관 업무중복이라는 이유로 2009년 산업기술진흥원으로 통폐합돼 사실상 사라지고 말았다. 거래소가 사라진 지 불과 2년이 지난 2011년, 삼성과 애플의 특허분쟁으로 지식재산의 중요성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대두돼고, 이즈음 IPXI도 설립됐다는 것을 생각하면 결과론적으로 기술거래소의 통폐합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최근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으로 지식재산 분야에 대한 많은 개선과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IP금융, IP보호강화, 특허소송제도정비, 평가체계구축 등의 시도들이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와 역할도 중요하지만 시장의 역할이 필요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우리에게는 지식재산이 거래되는 시장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어쩌면 아직도 시기상조이고 모험적인 민간 비즈니스의 영역으로 봐야 할지도 모르지만, 공공이든 민간이든 지식재산이 거래되는 장터로서의 새로운 거래소의 설립에 대한 검토가 이제 다시 시작돼야만 한다.
새로운 거래소가 만들어진다면 기술거래소의 답습이 돼서는 안될 것이고, 10년간의 시행착오에 대한 충분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모델로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거래가 일어나는 플랫폼으로서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며, 지식재산에 대한 구매자와 투자자를 어떻게 더 끌어들일 수 있을지, 어떤 방식이 좋은 특허들을 거래소로 나오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주식거래시장과 같은 IPXI가 시도하는 상장 방식의 지식재산거래소가 최선이 될 수밖에 없겠지만, 부동산투자회사(REITs)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등의 특수한 상장 모델을 참고해 IPXI와는 다른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국내의 거래시장을 넘어 국제지식재산거래가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한중 로하스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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