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구체적 법적 근거 없어"…사후약방문 문제점으로 지적
◆"재전송료 달라" vs "주지 못하겠다"=두 주장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손을 놓고 있다. 방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재전송료 문제는 사업자간 자율협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나설 수 있는 마땅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관련 방송법 등에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는 중립적 입장으로 사업자간 협상을 우선 지켜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말이 좋아 중립이지 힘이 있는 존재와 그렇지 못한 존재가 대립할 때의 중립은 '힘 있는 존재' 편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지상파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번 월드컵 중계권을 확보하기 위해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며 "월드컵 등 특정사안에 대해서는 유료방송업계와 안건별로 협상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고 항변했다.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재전송료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갈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목소리가 있었고 실제 정부 차원에서 실무 검토 작업에 들어간 적이 있다. 2011년 재전송료 문제가 심각해지고 협상이 결렬되면서 재전송이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때 정부는 재전송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작업에 뛰어들었다. 검토 작업에만 나섰을 뿐 사태가 흐지부지되면서 이마저도 중단되고 말았다. 지금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의 재전송료를 결정하는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태이다.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없다보니 매번 재전송료 협상이 있을 때마다 갈등이 불거지고 시청자들만 피해를 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가 재전송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것은 '보편적 시청권 훼손'이 발생했을 때 가능하다. 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전체 시청자중 90% 이하로 시청권이 제한됐을 때 방통위는 보편적 시청권 확보를 위해 사업자들을 불러 분쟁조정을 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방통위가 개입할 수 있는 상황은 없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사후약방문'에만 머물고 있는 모습이다.
때마다 불거지는 재전송료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지상파의 재전송료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통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현재 국내 시청자 10명 9명은 유료방송에 가입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