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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지사 다 잊고 극락왕생하게"…배춘희 할머니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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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수(88) 할머니가 배춘희(91)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정복수(88) 할머니가 배춘희(91)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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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경기)=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주상돈 기자] "배춘희 친구, 먼저 가니깐 서운하다. 과거지사는 다 잊고 극락왕생해라."
10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배춘희(91) 할머니의 영결식이 열린 경기 나눔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거행된 영결식에는 나눔의 집 관계자를 포함해 자원봉사자와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이복실 여성가족부 차관 등 80여명이 모여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봤다. 나눔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정복수(88), 유희남(85), 김군자(88), 김외한(81), 이옥선(87), 강일출(86) 할머니와 또 다른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84·충북 보은) 할머니도 함께했다.

"우리 모두 배춘희 할머니가 아픈 마음과 역사의 아픔을 안고 가시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원행 스님의 추모사에 참석자들은 맺힌 한을 풀지 못하고 떠난 고인이 안쓰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추도사를 맡은 정청래 의원은 "올해 초 뵙을 때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었는데…. 전쟁과 폭력 없는 곳에서 편안하게 눈 감으시길 바란다"면서 "할머니의 명예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 국회의원 한 사람으로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대한민국 인권대사는 "일본 정부의 공식사과를 받아낼 때가지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했다.

추모사에 이어 푸른숲 대안학교 학생들의 추모 연주가 울려 퍼졌다. 이날 연주한 '진도 아리랑'은 이 학교 음악선생님이 나눔의 집에 계신 할머니들을 위해 한 달 전 특별히 편곡한 곡이었다.

뒤이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만든 '못다핀 꽃'이 흘러나오자 자리에 앉아있던 할머니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고인을 추억했다.

이후 배 할머니의 영정과 위패는 16년 동안 고인이 생활한 나눔의 집 생활관으로 향했다. 영정이 마지막으로 배 할머니의 방을 떠나자 한 노제 참석자는 침대에 엎드려 울음을 터트렸다.

화장을 위해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울추모공원 이동하기 전 동고동락한 나눔의 집 할머니들과 고인의 영정사진이 마지막으로 만났다. 그때까지 애써 담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할머니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게 누구야." 영정사진을 마주한 정복수 할머니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영정사진을 쓰다듬으며 울었다.

유희남 할머니는 "죽음이라는 게 먼저가고 나중에 가고의 차이다. 한 번 왔다 한 번 가는 것이 삶의 이치지만 한을 풀지 못하고 간 것이 섭섭하다"며 울먹였다.

경북 성주가 고향인 배 할머니는 19세 때 '취직 시켜주겠다'는 일본군 말에 속아 중국 만주로 따라 나섰다가 영문도 모른 채 4년 동안 '성노예' 생활을 했다. 1997년 5월 나눔의 집에 들어가 지난 8일 나눔의 집에서 눈을 감았다. 배 할머니의 별세로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237명 중 생존자는 54명으로 줄었다.

이날 영결식은 묵념과 고인에 대한 약력 소개, 추모사, 추모연주, 추모가 등의 순으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영결식이 끝난 후 고인은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거쳐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영면에 든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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