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행정부, 민간사업자 불러다 놓고 해당 구청 압박 '이례적'...구청 측 "정상적 행정절차 중인데 황당"...주민들 "목숨 걸고 막겠다" 반발
안전행정부가 25일 영등포구 호텔 건립 규제와 관련해 관할 영등포구청에 조속한 사업 계획 승인을 권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안행부는 이날 오후 이경옥 2차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지방규제 개선위원회'에서 호텔 사업자 ㈜한승투자개발 관계자와 영등포구청ㆍ관계 부처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근 아파트의 주민들이 반대해 인ㆍ허가 관청인 영등포구청이 사업주에게 주민 동의를 요청할 계획으로 있는 탓에 사업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권고했다. 이처럼 정부가 이해 당사자인 민간 사업자가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해당 구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마치 우리가 규제를 통해 안 해주고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정상적인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주민 의견 수렴도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인 만큼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해당 사업자와 주민들이 만나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도 회의 자리에서 왜 여기에 나왔냐고 물으니 말을 잘 못하더라"며 "주민들이 반대해서 허가가 안 나올 것 같다는 추측만으로 대통령 앞에 가서 그런 소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행부의 사업계획 승인 권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주민들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호텔 짓는 것을 막겠다"라고까지 말하며 강력 반발했다. 호텔 예정지 바로 뒷 편에 위치한 한신아파트 이종훈 입주자대표회장은 "호텔에 술집 등 유흥업소를 안 들이겠다고 하지만, 호텔 손님들 때문에 인근 건물에 술집, 노래방, 안마시술소 등이 들어서 유흥지대로 돌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시내 중심지 특급 호텔이 아니라 속칭 '러브호텔'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이번 호텔을 허가해 주면 주변에 오피스텔용으로 건축됐다가 미분양된 건물들이 대거 호텔이나 모텔로 바뀌는 등 집 주변이 러브호텔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또 "아이들의 등교시 주통행로에 유해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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