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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완화 '헛발질'…주민·지자체 '벌통'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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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행정부, 민간사업자 불러다 놓고 해당 구청 압박 '이례적'...구청 측 "정상적 행정절차 중인데 황당"...주민들 "목숨 걸고 막겠다" 반발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정부가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서울시ㆍ영등포구 등 일선 지자체에 호텔 건립을 승인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권고를 하는가 하면 주민들의 반발 및 해당 지자체의 권한 침해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사안에 무리하게 개입해 결과적으로 민간 사업자의 이해 관계를 대변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안전행정부가 25일 영등포구 호텔 건립 규제와 관련해 관할 영등포구청에 조속한 사업 계획 승인을 권고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안행부는 이날 오후 이경옥 2차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6차 지방규제 개선위원회'에서 호텔 사업자 ㈜한승투자개발 관계자와 영등포구청ㆍ관계 부처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근 아파트의 주민들이 반대해 인ㆍ허가 관청인 영등포구청이 사업주에게 주민 동의를 요청할 계획으로 있는 탓에 사업시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같이 권고했다. 이처럼 정부가 이해 당사자인 민간 사업자가 참가한 가운데 회의를 열어 해당 구청을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영등포구청은 난감한 표정이다. 해당 호텔 건립은 기존 행정 절차를 밟아 정상적으로 승인 절차가 진행 중인데 정부가 무리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호텔사업주 측은 지난해 6월 남부교육지원청에 상대정화구역 해제를 요청했다가 부결됐지만, 술집 등 유해시설을 두지 않겠다는 약속을 통해 지난해 10월 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로부터 상대정화구역 해제 결정을 받아낸 상태다. 지난해 12월 영등포구 건축심의도 같은 조건으로 통과됐다. 이후 지난 10일 영등포구청에 사업계획 승인 신청이 접수돼 한국전력 등 관련 기관 협의 및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관할 구청은 접수 후 30일 안에 승인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마치 우리가 규제를 통해 안 해주고 있는 것처럼 알려지고 있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며 정상적인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며 "주민 의견 수렴도 당연히 거쳐야 할 절차인 만큼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해당 사업자와 주민들이 만나서 소통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업자도 회의 자리에서 왜 여기에 나왔냐고 물으니 말을 잘 못하더라"며 "주민들이 반대해서 허가가 안 나올 것 같다는 추측만으로 대통령 앞에 가서 그런 소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안행부의 사업계획 승인 권고 사실이 알려지면서 호텔 인근 주민들의 반발은 오히려 더욱 커졌다. 주민들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호텔 짓는 것을 막겠다"라고까지 말하며 강력 반발했다. 호텔 예정지 바로 뒷 편에 위치한 한신아파트 이종훈 입주자대표회장은 "호텔에 술집 등 유흥업소를 안 들이겠다고 하지만, 호텔 손님들 때문에 인근 건물에 술집, 노래방, 안마시술소 등이 들어서 유흥지대로 돌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시내 중심지 특급 호텔이 아니라 속칭 '러브호텔'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으며, 이번 호텔을 허가해 주면 주변에 오피스텔용으로 건축됐다가 미분양된 건물들이 대거 호텔이나 모텔로 바뀌는 등 집 주변이 러브호텔촌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회장은 또 "아이들의 등교시 주통행로에 유해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가 훈령 개정을 통해 경복궁 옆인 서울 종로구 송현동에 특급 호텔 설립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관할 종로구ㆍ서울시에선 정부가 지자체 고유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정부는 가라오케나 단란주점 등 청소년 유해시설만 없다면 학교 주변에도 고급 관광호텔을 세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정화위원회 훈령을 바꿔 민간 사업자가 위원회에 참석해 사업 계획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이 추진 중인 경복궁옆 특급 호텔 계획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시 등은 "주변에 여중ㆍ여고가 위치해 있고, 역사 문화 유적이 산재해 있다"며 호텔 건립 강행은 지자체 권한 침해라는 입장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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