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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박원순, '냉혈한'으로 돌변한 이유는?

최종수정 2014.03.22 08:27 기사입력 2014.03.2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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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병역면제 의혹 퍼트린 2명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나는 시장 이전에 가장이자 아버지"...아버지로서 아들에 안타까운 심정 밝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들의 병역 면제에 관한 의혹을 퍼뜨린 이모씨와 신원 미상인 등 2명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해 화제가 됐다. '순둥이'로 소문난 박 시장으로서는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차량에 자신을 '종북'ㆍ'빨갱이'로 비난하는 간판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나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욕설ㆍ막말을 퍼붓는 이들이 있어도 대부분 "그럴 수도 있다"며 넘어갔다. 오히려 시장실로 불러 들여 자세히 이유를 묻고 민원을 해결해주는 등 탈권위적인 모습으로 이전 시장들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박 시장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이씨 등을 고발하는가 하면 앞으로도 아들의 병역 의혹 등 허위 사실을 퍼뜨리는 이들에게는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대응하겠다"는 무관용의 강경 자세를 보였다.

도대체 무엇이 박 시장을 이렇게 변하게 만든 것일까? 궁금해하던 차에 마침 박 시장이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고발 사건과 관련된 심경을 토로했다. 읽어보니, 한마디로 박 시장을 '냉혈한'으로 만든 것은 바로 시장직을 수행하는 자신 때문에 죄없이 고통을 당하는 아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부정'(父情)이었다.

박 시장은 지난 20일 밤 늦게 올린 글에서 우선 자신은 "시장이기 전에 한 가족의 가장이자 아버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드라마 '신의 선물'에서 엄마 김수현의 절절함을 자식을 둔 부모라면 공감하실 것"이라며 "저도 시장이기 이전에 아버지"라고 호소했다.
박 시장은 특히 "시정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떠한 수위도 수용할 준비가 됐다. '박원순 물러가라'는 펼침막을 펼치고 시위를 하는 곳에서도 끝까지 이야기를 경청했던 경험이 수차례 였다"며 "그러나, 아버지로서 아들에 대한 사실조작 수준의 내용이 담긴 이메일과 문자가 유포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그동안 아들 주신씨가 자신 때문에 겪은 일들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밝혔다. 그는 "아들은 아버지가 시장이란 이유로 일생에 한번 뿐인 결혼식에 자신의 지인조차 초대하지 못했다. 공익근무 중에도 사람들의 관심으로 인해 치료를 받는 것도 편하게 할 수 없었다"며 "서울시장이기 이전에 한 가족의 가장으로 더 이상 가족의 고통에 등 돌릴 수 없다. 이시간 이후 제 가족에 대한 사실을 조작하고, 허위사실 유포에 무관용 원칙과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박 시장은 특히 "아들의 병역 관련 문제는 수차례 검찰, 경찰수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졌는데도 사실을 조작하고, 유포하는 것은 계속되고 있는 것은 지방선거에 영향을 끼치려 하는 불순한 의도가 분명하다"며 "앞으로 사실을 조작하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뿐만 아니라 명예훼손, 의료법 및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 민ㆍ형사상 모든 법적수단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시장은 시정과 관련해선 이전과 마찬가지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다만, 시장으로서 박원순은 변한 것은 없다"며 "여전히 시민의 삶을 바꾼 시장, 일상을 바꾼 시장이 되겠다는 서민편에 선 첫번째 시장이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18일 주신씨에 대한 이메일·우편·문자메시지를 유포한 이모(46)씨와 신원미상인을 서울시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씨는 이메일과 우편물 등으로 박 시장 아들 주신씨의 치아와 척추 MRI 영상을 포함한 내용증명을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권 인사·의료진·서울시 관계자 등 75명에게 발송하고, 12일과 16일 이메일로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을 2만여명에게 보낸 혐의다. 신원미상의 인물은 박 시장을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대량으로 발송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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