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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와 우리 장단의 만남, 얌전한 연극보다 재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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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피의 결혼' 이달 27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연극 '피의 결혼'을 설명하고 있는 이윤택 연출가. (왼쪽에서 두번째)

연극 '피의 결혼'을 설명하고 있는 이윤택 연출가. (왼쪽에서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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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최근의 연극은 지나치게 대사 위주로 조용하게 가는 것이 문제다. 연극이 가지는 축제의 정서가 개인적인 정서로 넘어간 것이다. TV와도 별 차이가 없다. 배우 중심의 연기가 계속되면서 연극이 가진 축제성의 강렬함이 손실됐다."

극단 연희단 거리패를 이끌고 있는 이윤택 연출가(62)가 연극계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최근의 작품들이 지나치게 유명 배우 위주로 가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대사를 낭독하는 것으로 자족하는 '얌전한' 연극들도 그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터였다. 이윤택 연출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연극이 주는 '연희적 재미'다. 한바탕 춤추고, 놀고, 연주하는 축제의 장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연극이다.
이윤택 연출이 이달 27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 선보이는 '피의 결혼'은 이런 그의 성격을 제대로 반영한 작품이다. '스페인의 심장'이라 불리는 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대표작인 '피의 결혼'은 결혼식 날 다른 남자와 도주한 신부와 그들을 뒤쫓는 신랑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사랑, 본능이 지배하는 세계를 시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고전을 가지고 이 연출은 스페인 플랑멩코와 우리 장단이 어우러지는 한바탕 놀이마당으로 꾸몄다.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인 연출자 분이 플라멩코와 한국의 전통이 만나면 어떨까라는 얘기를 한 것이 작품의 계기가 됐다. 스페인과 우리는 한의 정서가 비슷하고, 플라멩코 리듬과 우리나라 음악 역시 잘 맞는 부분이 있다. 처음에는 유명한 스타를 데려다 대사 연기를 하면 되는데 왜 춤을 추고 소리를 하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었다. 재미있으니까 하는 거다. 말로 진행되는 문학적 연극이 있지만 본래 연극의 재미는 연희적인 것이다."

즉흥적이고 매혹적인 플라멩코는 가야금, 피리를 비롯한 타악의 변화무쌍한 한국 전통장단과 어우러져 더욱 강렬한 에너지의 축제극으로 탄생한다. 국악 퓨전 음악그룹인 반(VANN)이 라이브 연주를 담당하며 매 공연 20분 전부터 무대에서 흥겨운 미니콘서트를 마련해 축제의 시작을 알릴 예정이다.
"'피의 결혼'이 올라가는 명동예술극장도 아주 고급스런 대사 중심의 우아한 중산층 연극을 위주로 하지만 이런 연극만 해서는 안 된다. 말과 스토리텔링만 강조하는 연극만 하면 연극이 설 땅이 없어지고 마니까. 결국 배우들이 영화와 드라마로 가기 위한 하위 장르로 추락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특별한 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플라멩코와 우리 장단이 신명나게 더해진 '피의 결혼'은 올해 남미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콜럼비아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은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중남미 최대의 국제연극제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피의 결혼'은 400편의 작품 중 '꼭 봐야 할 공연 10'에 선정되며 다시 한 번 축제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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