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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국사회 우롱한 前 경찰청장의 허언(虛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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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내가 말하면 큰 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죠.”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2010년 12월26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던졌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은 시점이었다. ‘뭔가’ 있다고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경찰청장이 누구인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 아닌가. 그의 말 한마디에 한국 사회는 다시 술렁였다.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직 시절인 2010년 3월31일, 기동부대 지휘요원 특별교양 강의 도중 거액 차명계좌 발언 이후 그의 ‘폭탄 발언’은 이런 식으로 이어졌다. 청와대 제2부속실 여성 행정관 두 사람 명의의 차명계좌에서 완전히 세탁된 10만원짜리 수표가 10억원 이상이 발견됐다는 주장도 들고 나왔다.

노 전 대통령의 ‘진짜’ 자살 동기를 의심하거나 의심하고 싶었던 이들은 조 전 청장의 발언을 사실로 믿으면서 의혹의 시나리오를 그려 나갔다. 조 전 청장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도 의혹을 부풀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조 청장 말이 “맞다” “틀리다”로 나뉘면서 한국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이 한국 사회에 던진 이 ‘폭탄’은 굉음에 비해 그 속이 너무나 부실했다. 허탈할 정도로 부실했다. 재판을 거치면서 ‘진실’은 조금씩 드러났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10만원짜리 수표 10억원 이상이 담긴 차명계좌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4년은 우리은행 삼청동지점이 존재하지도 않은 시점이다. 청와대 여성 행정관 2명의 우리은행 삼청동 계좌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 청장이 차명계좌 정보 출처라고 밝혔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임모 이사장은 황당한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공인의 허언(虛言)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13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의 실형을 확정판결 받은 조 전 청장은 여전히 억울할까. 말 한마디 때문에 과한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할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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