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은 시점이었다. ‘뭔가’ 있다고 다시 불을 붙인 셈이다. 경찰청장이 누구인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고급 정보를 알고 있는 인물 아닌가. 그의 말 한마디에 한국 사회는 다시 술렁였다.
노 전 대통령의 ‘진짜’ 자살 동기를 의심하거나 의심하고 싶었던 이들은 조 전 청장의 발언을 사실로 믿으면서 의혹의 시나리오를 그려 나갔다. 조 전 청장은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후에도 의혹을 부풀리는 발언을 이어갔다. 조 청장 말이 “맞다” “틀리다”로 나뉘면서 한국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이 한국 사회에 던진 이 ‘폭탄’은 굉음에 비해 그 속이 너무나 부실했다. 허탈할 정도로 부실했다. 재판을 거치면서 ‘진실’은 조금씩 드러났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10만원짜리 수표 10억원 이상이 담긴 차명계좌는 발견되지 않았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던 공인의 허언(虛言)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밝혀졌다. 13일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8월의 실형을 확정판결 받은 조 전 청장은 여전히 억울할까. 말 한마디 때문에 과한 처벌을 받았다고 생각할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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