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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치러갔던 손정의, "미치겠네" 통신장벽

최종수정 2014.03.17 13:08 기사입력 2014.03.17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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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이통사 스프린트 출혈 지속…당국은 T모바일 인수 불허…낯선 경영환경 부적응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미국 이동통신서비스 시장을 뒤흔들겠다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야심이 겹겹 난관에 둘러쌓였다.

우선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미국 3위 이동통신회사 스프린트가 지난해 전력질주는커녕 뒷걸음질 쳤다. 또 일본과 판이한 경영환경이 손 회장의 진을 빼놓고 있다. 게다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 4위 T모바일을 인수하겠다며 나섰지만 미국 관계 당국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블룸버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사진=블룸버그



◆미국 시장은 너무 넓어= 소프트뱅크가 지난해 7월 220억달러에 스프린트를 인수한 뒤 손 회장은 실리콘밸리의 샌카를로스에 임시 본사를 설치했다. 그는 일정의 절반을 샌카를로스에서 잡고 캔자스의 스프린트 경영진을 한 달이면 며칠씩 불러 네트워크 업그레이드와 매출을 챙긴다.

하지만 네트워크 개선은 손 회장의 뜻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셀안테나를 설치하려면 지방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방대한 미국 면적을 고려할 때 전면적으로 네트워크를 손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손 회장은 이런 변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손 회장은 소프트뱅크 인력 1000명을 불러 실리콘밸리에서 근무하게 하면서 스프린트 회생 작업을 돕고 소프트뱅크가 일본에서 제공할 새 서비스를 개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인터넷은 실리콘밸리가 중심이라는 논리에서였다.

이 계획 또한 진척이 더디다. 네트워크와 단말기 분야 엔지니어와 인수합병(M&A) 팀원 등 약 100명이 샌카를로스에서 근무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 더 많은 인력이 와서 근무할 수 있게끔 스프린트가 도와줬으면 하고 바란다. 소프트뱅크 인력의 미국 입국 비자를 스프린트 임직원의 사내 재배치 건으로 적용해 처리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다른 업체 뛰고 스프린트 제자리= 지난해 10월 스프린트 경영진과 회의에서 손 회장은 스프린트의 광고가 신규 가입자를 충분히 끌어오지 못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그는 "당신 멍청해요?"라고 외치며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친 뒤 "광고대행사를 자르고 다시 시작하라"고 말했다. 잠시 후 스프린트 경영진은 손 회장에게 광고 계약을 그냥 취소할 순 없다고 답변했다. WSJ가 전한 장면이다.

美 치러갔던 손정의, "미치겠네" 통신장벽


스프린트의 상황은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 스프린트는 지난해 네트워크 정비에 75억달러를 쏟아부었지만 가입자가 오히려 줄었다고 WSJ는 전했다. 반면 T모바일은 지난해 1300만명을 더 가입 받아 고객을 4700만명으로 늘렸다.

스프린트의 가입자는 2009년 초 이후 지난해 말까지 1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1위 AT&T와 2위 버라이즌은 각각 40% 많은 1억명으로 늘렸다.

스프린트는 2009년 이래 지난해까지 순손실이 150억달러 쌓였다. 긍정적인 부분은 2012년 40억달러를 넘었던 순손실이 지난해 30억달러로 줄었다는 사실 정도다.

이제 스프린트는 소프트뱅크처럼 한 시간 단위로 매장과 직원별 매출을 집계한다. 손 회장은 일본에서는 이 자료를 보고 꼴찌 직원과 매니저에게 시간 단위로 개선된 실적을 보고하라고 독려한다.

스프린트는 올해 추가로 80억달러를 들여 네트워크를 확충한다. 이 회사 대니얼 헤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주행 중인 자동차의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일에 비유했다.

◆미국 로비는 정말 생소해=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는 정책적인 변수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자부하는 관료들을 상대하면 됐다. 미국에서는 정책에 변화를 주려면 많은 개인 로비스트들을 동원해야 한다.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로비 시스템을 한 번도 활용해본 적이 없다.

한 소프트뱅크 직원은 "우리는 일본에서는 누구한테 말해야 하는지 알고 어떻게 하면 일이 부드럽게 돌아가는지도 안다"며 "그러나 워싱턴 DC에서는 우리가 하는 말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조차 모른다"고 WSJ에 들려줬다. WSJ는 손 회장이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통한 읍소와 위협, 소송을 불사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프트뱅크가 T모바일을 인수하려면 미 법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톰 휠러 FCC 위원장은 스프린트와 T모바일의 합병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고 말한 바 있다. 법무부 반독점 책임자 윌리엄 베어 차장검사는 1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합병이 나쁜 아이디어라고 본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미국 1위 통신사 AT&T는 2011년 T모바일을 390억달러에 인수하려고 했지만 정부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프레임을 바꿔 봅시다= 손 회장은 T모바일 인수로 미국 이동통신 서비스의 경쟁사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드는 측면이 아니라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에 무선 사업자가 추가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 소프트뱅크가 T모바일도 거느리면 규모를 바탕으로 이동통신 가격전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지난 10일 미국 공영방송 PBS에 나온 데 이어 11일 경제TV채널 CNBC 인터뷰와 상공회의소 오찬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상의 강연에는 FCC 법률가와 로비스트, 기자, 애널리스트가 참석했다.

그는 "이동통신 서비스 회사의 통합은 케이블의 대안으로 광대역 무선망 이용을 촉진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무선 인터넷이 다른 나라보다 뒤처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느린 속도를 비싼 값에 판다. 소프트뱅크는 가짜 경쟁이 아니라 진짜 경쟁을 벌여 가격을 떨어뜨리겠다." 진짜 경쟁을 벌이도록 멍석을 깔아달라는 말이다.


손정의는 누구

인터넷ㆍ모바일 큰손

기업 1300곳에 투자


스프린트를 발판으로 미국 이동통신 시장을 뒤엎겠다며 나선 손정의(56) 소프트뱅크 회장은 2001년 일본 통신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고속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하며 고객을 늘려나갔다.

이후 경영난에 빠진 이동통신회사 보다폰 재팬을 2006년에 인수했다. 요금을 인하하고 아이폰을 도입해 NTT도코모와 KDDI와 맞붙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 이통 시장에서 여전히 3위지만 경쟁사들보다 빠르게 가입자를 늘리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지분 36.7%를 포함해 인터넷ㆍ모바일 분야 약 1300개 기업에 투자했다. 전력소매장이 2016년 자유화되는 데 맞춰 태양광ㆍ풍력발전에도 뛰어들었다. 소프트뱅크 계열사 SB에너지는 지난달 초 서일본 돗토리(鳥取)현 요나고(米子)시에서 42.9㎿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손 회장은 일본 규슈(九州) 사가(佐賀)현 빈민가에서 4형제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으로 유학가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귀국 후 1981년에 소프트뱅크를 설립해 소프트웨어 도매와 컴퓨터 잡지를 출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백우진 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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