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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대화]권태효 '한국신화의 재발견'‥'잃어버린 신화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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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저자와의 대화]권태효 '한국신화의 재발견'‥'잃어버린 신화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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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학예관(50)은 오랫동안 한국의 신화· 설화를 연구해온 이다. 권 학예관은 "우리 신화 연구는 그저 건국신화 일부에 한정돼 있다"며 "우리 신화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우리 이야기를 통한 인문학적 스토리텔링, 즉 새로운 상상력을 가져야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에겐 풍부한 신화가 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화가 다 내포돼 있다해도 틀리지 않는다. 우리 신화는 순수하고 생태적이며 인간미가 넘친다. 이런 이야기 자원은 문화산업의 새로운 원형을 제공한다. 더 발굴하고 정리해 다양한 이야기 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는 수많은 신화가 구비·전승되는 과정에서 희석되거나 무속에 결합, 변이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권 학예관은 "특히 무속은 미신이라해서 터부시되고 배척돼 왔으며 저급하게 취급했다"고 설명했다. 즉 무속신앙 속에는 숱한 신화와 스토리텔링이 잔존하며 이야기의 원형이 간직돼 있다는 얘기다.

권 학예관은 "현재 우리가 정리해 놓은 신화가 50여편에 이른다"며 "아직 무궁무진한 신화가 버려져 있다. 이는 우리 문화유산이다"라고 강조했다. 권 학예관에 따르면 우리 신화중에는 그리스 로마신화에 견줄만한 것이 많다. 그중에서 죽은 사람을 저승으로 인도하는 '바리공주' 이야기. 애정 싸움을 벌이는 신들의 삼각관계를 담고 있는 '서귀본향본풀이', 하늘과 땅이 분리되고, 인간과 선악의 생성, 해와 달의 창조 등이 담긴 창세신화 '천지왕본풀이', 집 짓는 법을 전해준 '성주신화' 등 헤아릴 수 없다.

권 학예관은 최근 집필한 '한국신화의 재발견'(새문사 출간)은 2005년 내놓은 '한국 구전신화의 세계'(지식산업사)의 연장선상에 있는 책이다. 이 책은 현재 전승되는 신화 자료들을 있는 그대로 보기보다는 '변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권 학예관은 '한국의 거인설화', '중국 운남 소수민족의 제의와 신화','한국구전신화의 세계','근대 여명기 우리 신화 연구' 등이 있고, 번역서로 '신화학입문'(공역)이 있을 만큼 신화에 집중해온 인물이다.

"우리에게는 복을 주는 신, 집안의 대소와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신이 있는가 하면 때로 눈물 흘릴 만큼 따뜻한 인간애를 지닌 신, 협잡과 배신을 일삼거나 뇌물을 주고받는 신도 있다. 그저 신들은 우리처럼 회노애락을 갖고 있으며 인간 곁에 살기를 원한다. 우리 조상들은 모든 사물에 신들이 깃들여 있다고도 믿었다. 신과 우리 조상은 수평적이면서도 협력적인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삶의 원형질과 가치를 표현하고 있다."
권 학예관은 "신화들이 구전으로 오랫동안 전승되다 보니 본래 모습이 어떤 지, 그 의미가 무엇인 지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며 "단편적으로 남아 있거나 많은 부분이 탈락되면서 온전한 신화적 면모를 찾기 어렵게 돼 버렸다"고 토로했다. 따라서 이 책의 집필 과정을 "모습을 잃어버린 우리 신화의 조각들을 들춰내어 맞춰 보고, 전체적인 신화 구도 속에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는 재생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권 학예관은 "아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파편화돼 여타 신화자료 속에 삽화 형태로 묻혀버리고만 주요 기원신화들을 끄집어 내야 한다"며 "생산물 기원신화와 죽음 기원신화, 불의 기원신화 등의 자료를 탐색해 유사한 성격의 세계 신화에 견줘 그 온전한 모습과 의미를 찾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학예관은 우리 구전신화의 중심지인 제주도를 주목한다. 제주도 지역의 신화를 살펴 보면 각 지역마다 풍요로운 신화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물, 불씨, 탈과 같은 생활과 맞닿아 있는 중요한 민속자료들 속에서도 신화적 성격과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권 학예관은 앞으로도 잃어버린 신화 찾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우리 신화의 참모습을 찾아 신화 전반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그가 하는 신화 연구의 최종목표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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