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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임산부석 '삼척'이 차지…'자는 척·못본 척·휴대폰 보는 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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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당 2석씩 석달 지났는데…임산부석 표식 눈에 안띄는 것도 문제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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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석인 줄) 알았으면 안 앉았죠."
대학생인 노태욱(21)씨는 자신이 앉아 있는 자리가 임산부석인걸 알았냐고 묻자 당황하며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좌석 뒤에 붙은 임산부석 표시는 볼 사이도 없이 자리가 나자 바로 앉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3시경 시청에서 신촌방향으로 가는 지하철 2호선은 적잖이 붐볐다. 총 10개의 차량을 둘러보는 동안 한 차량당 2석씩 마련돼 있는 임산부석은 모두 일반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미처 노약자석에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어르신들, 중년의 아저씨, 아줌마,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녀학생, 어린아이 등 임산부석을 차지한 이들의 연령대와 성별은 다양했으나 정작 자리의 주인인 임산부는 보이지 않았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0월 수도권 전철 1~8호선에 임산부석을 운영한 지 3개월이 훌쩍 넘었지만 시민들 인식 속에 임산부석은 언제든 비면 달려가 앉아야 하는 하나의 좌석일 뿐이다. 사람이 많건 적건 비워놓게 되는 노약자석에 대한 인식과는 차이가 있었다.
이날 임산부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몰라서 앉았다'고 말했다. 노군은 "버스는 핑크색 좌석을 보고 알았지만 지하철에도 임산부석이 운영되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핑크색 의자커버를 씌워 누가 봐도 눈에 띄는 버스 내 임산부석과는 달리 지하철은 의자 양 끝 두 좌석에 스티커만 부착해놔서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임산부석을 비워놔 달라'는 지하철 안내방송이 나왔었다고 하자 "이어폰을 끼고 있어 못 들었다"고 말했다.

임산부석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일어나자 건너편에 서 있다가 얼른 와 자리를 차지한 여윤진씨(43·주부) 또한 "임산부석인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씨는 "임산부석이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이 자리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또 "배가 부르지 않은 임신 초기 여성들에게 뱃지를 달도록 한다는데 눈에 잘 띄지 않는다"며 "보다 확연한 표시로 임산부들이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약자와는 달리 임산부에게는 특별히 자리를 양보해야한다는 인식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임산부석을 비워두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눈에 띄게 배가 부른 임산부가 바로 앞에 서 있어도 자리를 양보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얼마 전 아이를 출산한 이모씨(32)는 "만삭이 되도 자리 양보하는 사람이 없어 늘 문가에 서서 갔다"고 말했다. 임신 8개월까지 평촌에서 종로로 출근했으나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 받은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역시 최근 아이를 출산한 강모씨(31)는 "임산부인걸 알면서도 자는 척하거나 못 본 척 휴대폰만 보는 게 민망해서 항상 선 채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한 인기 육아카페에서 '똘똘이맘'이라는 익명을 쓰는 여성은 "젊은 사람들은 앉아 있고 할머니 한 분이 자리를 양보해줘서 너무 죄송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역사와 열차 내에서 임산부석 양보에 대한 안내방송을 계속 하고 있다"며 "임산부석 스티커는 보건복지부에서 일괄 제작·배포한 것이라 변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전차 도입시에는 좌석 자체를 핑크색으로 제작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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