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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경선칼럼]'야당 역할 못하는'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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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어제 3차 정치 혁신안을 내놨다. 공직 후보를 국민참여 경선을 통해 상향식으로 뽑고 비리혐의자는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실현될 것으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는 듯하다. 새누리당이 '긍정 평가한다'고 했지만 지나가는 말로 들린다. 1차 때도, 2차 때도 '환영한다'고 했지만 여야가 실현 방안을 논의한다는 얘긴 아직 듣지 못했다. 국민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정치권의 '혁신'에 속은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당 내에서조차 김 대표의 혁신안을 백안시하는 흐름이 있다. 1차 때도 일부 의원들이 의견수렴이 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노선 갈등의 여파다. 친노(친 노무현) 중심의 강경파는 북한 인권 논의, 경제민주화와 성장의 조화 등 실용주의를 앞세운 지도부의 중도층 공략을 우향우라며 반발해왔다. 3차 혁신안엔 '선명한 정체성'을 담을 것을 주문했다. 지도부는 '정체성에 관한 소모적인 논쟁은 무의미한 것'이라며 잘랐다.
민주당 꼴이 요즘 말이 아니다. 명색이 제1야당인데 청와대에 채이고, 안철수 의원 신당에 밀리고, 내부 갈등마저 커지니 그야말로 지리멸렬 상태다. 불통 논란, 인사 파동,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공약 파기,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노동계 탄압 논란 등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50% 후반에서 견고하기만 하다. 그래서인가. 민주당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특검 등 온갖 '특검'을 요구해도 박 대통령은 들은 척도 않는다.

신당에도 밀린다. 갤럽이 지난 21일 발표한 2월 셋 째주 여론조사에서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9%, 민주당 12%다. 안 의원 신당 새정치연합은 26%다. 민주당은 신당에 14%포인트나 뒤진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가 민주당의 현주소다. 민주당이 '야당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답한 국민이 10명 가운데 8명(83.7%)을 넘었다. 호감도에서도 71.7%가 '싫다'고 했다. 특히 '이전에도, 지금도 싫다'는 비율이 31.6%인데 반해 '이전에는 좋았지만 지금은 싫다'는 응답이 40.1%였다. 호남(52.5%), 40대(48.0%), 고학력(43.2%), 화이트칼라(48.3%), 남성(45.5%), 진보층(45.7%)에서 두드러졌다. 핵심 지지 세력이 등을 돌린 셈이다.
이런 지경에도 당내 갈등은 여전하다. 밖에 나가선 힘 한 번 제대로 못쓰면서 집안싸움만 벌이는 꼴이다. '6ㆍ4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급기야 20일 한 토론회에서 지도부 교체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친노의 정청래 의원은 "(대선에서) 문재인 의원을 찍은 48%를 흐트러뜨리는 우경화가 문제"라며 '문 의원 구원등판' '조기 선거대책위 체제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지도부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당권 투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당의 정체성을 둘러싼 노선 투쟁을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문제는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KSOI 조사에서 단초를 찾아보자. 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못 하는 이유로 '대안 없이 반대만 한다'(50.6%)가 가장 많았다. 당의 문제점으로는 '뚜렷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32.0%), '계파 간 갈등'(16.2%) 순이었다. 혁신과제로는 '민생중심의 정책 강화'(41.5%)가 첫 손에 꼽혔다. '진보 정체성 강화'(9.9%)냐, '중도노선의 강화'(6.5%)냐는 상대적으로 한참 뒤였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말고, 계파가 단합해 뚜렷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민생 중심의 정책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국민을 위한 당이 되라는 주문이다. 국민 바람을 외면하는 노선 투쟁은 의미가 없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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