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소민호 건설부동산부장]"뜯어 먹히러 왔습니다." 이진규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늘 직원들에게 이렇게 강조한다. 자신이 가진 재능과 열정을 일용직 근로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하나라도 더 내놓을 수 있도록 마음껏 괴롭혀 달라는 주문이다. 사회기반시설 건설현장의 주인공이자 사회적 약자인 근로자들의 권익이 높아진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속내다.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지 1년, 국민들에게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건설근로자공제회는 건설일용직의 퇴직금(공제부금)을 적립ㆍ관리하고 이들에 대한 복지업무 향상 서비스를 맡는 곳이다.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면 하루 4000원씩 퇴직금이 쌓인다. 전국 현장에 근무하는 370만명의 건설근로자 퇴직금은 현재 약 2조원 규모가 적립돼 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연봉을 자진 삭감했다. 지난해까지 2억4000여만 원 받던 것을 7000만원을 한꺼번에 깎아 올해부터는 1억7000여만 원을 받게 된다.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열악한 근로자들의 퇴직금을 운용하는 기관장으로서 욕심 없이 업무에 매진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지난해 전국 9개 지부를 참석시킨 가운데 연 발표회는 새로움의 감동이 더했다. 각 지부가 가장 잘한 업무를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방문하는 근로자들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와 업무개선 아이디어가 소개됐다. 발표회가 끝난 뒤 이사장은 1등상을 9개 지부에 모두 수여하면서 모든 지부가 자신을 제외한 여타 지부의 1등 모델을 그대로 배워 실천할 것을 주문했다. 저마다 1등상을 받은 직원들의 사기가 다 같이 올라갔음은 물론이다. 진짜 1등이 섭섭해 하는 것은 아닐까 묻자 "9개 지부 모두가 동시에 다른 지부의 1등 사례를 공유한다면 한꺼번에 상당한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죠. 창의적 발전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했다.
◆ 아이디어를 내면 근로자가 행복해진다= 이 이사장의 머릿속은 쉴 날이 없다. 근로자의 복지향상을 위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현실화하기 위해서다. 건설근로자 전용 휴대전화 요금제를 만들어보자는 것도 그 하나다. "공제회 DB에 오른 사람이 397만명입니다. 한 번이라도 현장에서 일을 해 퇴직금이 적립된 분들의 숫자를 뜻하죠. 이중 26만명이 퇴직금을 받아갔습니다. 370만명 넘는 분들은 여전히 퇴직금 지급 대상으로 남아 있죠. 사회복지를 이제는 필수품이 된 휴대전화 요금으로 확장해서 접근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이 이사장은 통신사가 최저요금을 얼마라도 내려줄 수만 있다면 근로자들이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통신사로서도 성인 370만명을 대상으로 고객을 확장할 수 있고 사회적 기여를 성취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도 했다. 아직은 현실화하지 못한 채 아이디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진규 이사장은 앞으로 '나누me(美)'라는 재능기부단체를 만들어 사회의 어려운 곳에 나눔을 주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만약 50명의 사람이 모인다고 하면 그중에 나보다 나은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겠죠. 누구는 글을 쓰고, 누구는 악기를 연주하고 이런 재능들을 모아서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여러 아이디어가 실현되기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정리=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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