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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허세가 대세인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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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지난 13일자 신문에서 1면 톱으로 보도한 허세(虛勢)시장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보도 당일 네이버에서 가장 많이 본 뉴스 1위(경제)에 올랐으며 36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렸다.

그만큼 허세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뜨겁다는 얘기다. 관심은 허세에 대한 향수(나도 해보거나 갖고 싶다)와 지나친 허세에 대한 우려(남에 대한 질타), 두 가지로 양분된다.
나도 해보거나 갖고 싶다는 허세에 대한 향수는 이미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지 오래다. 오픈마켓 11번가는 올해 유통업계 소비 키워드로 40대로 접어든 X세대의 '스웨그(swag, 허세를 부리고 거만한 포즈를 취하는 것)'를 꼽기도 했다.

마음 한편에 향수를 갖고 있지만 또 다른 마음으로 이를 질타하는 것은 허세가 과도하다는 점 때문이다.

본지의 보도 내용은 명품, 고가패딩, 위스키, 자동차 등에 대한 우리 사회의 구매 패턴이 가치 소비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는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허세로, 이미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었다.
보도 이후 우리 사회 깊숙이 뿌리박힌 허세가 회자됐다. 회자되는 허세는 일반인에게는 충격적이다.

케이블TV에 소개된 '압구정 힐튼녀' 얘기는 우리 사회 1%의 허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남에 사는 30대 여자인 그는 촬영 당일 오전 10시 비행기를 타 도쿄에 도착한 뒤 우동을 먹고 오후 3시 귀국길에 올랐다, 저녁을 강남에서 먹고 귀가한 그는 하루 몇백만원 정도는 우습게 썼다.

'청담동 앨리스녀'는 허세의 극치다. 그는 휴대폰 튜닝을 받기 위해 일본으로 향하고, 친구들과 가볍게 와인을 즐기며 350만원을 지출했다. 늦은 시간에 피부과에 가서 320만원의 VVIP 시술을 받았다. 개인 사진을 찍기 위해 유명 스튜디오를 찾은 청담동 앨리스녀는 100만원을 지불하고 모델처럼 옷을 입고 포즈를 취하며 화보를 촬영했다.

강남 압구정동의 한 피부과 의사 A씨 얘기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보증금 6억원에 1000만원짜리 월세를 내며 100평 규모의 고급 주상복합에 살고 있다. 의사라는 사회적 체면을 유지하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불가피했다는 게 그의 변명이지만 허세에 둘러싸인 우리 사회 지도층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밖에 부도를 맞은 대기업 오너의 호화생활, 친구들에 뒤지지 않기 위해 혼수품을 모두 수입명품으로 구매한 신혼부부 얘기, 캐나다에 없는 캐나다구스의 인기 등 드라마 속에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 쏟아졌다.

지적 허세, 문화적 허세, 정신적 허세 등 보이지 않는 허세도 회자됐다. 이 정도면 개인의 단순 허세를 넘어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기에도 충분하다.

우리 속담에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분수를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황을 일컫는 것이다.

부자들이 적극적인 소비에 나서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다만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고 허세를 부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허세는 또 다른 허세를 낳고, 시간이 지나면서 허세가 쌓이게 된다. 허세는 뜬구름 같은 것이다. 뜬구름 위에 쌓인 허세탑은 무너지게 마련이다. 허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허세를 부리다 이를 해결하지 못해 고민하다 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본인은 물론 때로는 가정파괴를 불러오기도 한다.

허세로 인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을 추산한 연구가 없지만 그 부작용에 비춰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살의 경제적 비용이 2011년 10조3826억원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는데 이보다 훨씬 크지 않을까 싶다.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막기 위해 건강한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해 들어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허세를 줄이는 것 역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비정상화를 정상화하는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노종섭 기자 njsub@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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