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저자
선별된 문화유산은 경주 감은사지의 '감은사지 삼층석탑', 조선시대의 '달 항아리', 고구려의 '철갑옷', 조선 중기 문인인 회재 이언적의 고택 사랑채 '독락당', 통일신라시대의 '석굴암' 등이다. "백여년 전, 천여년 전의 전통문화를 지금 다시 찾는 것은 찬양과 흠모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빛을 얻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감은사지 탑은 몬드리안이다', '달 항아리는 피카소다', '고구려 철갑옷은 포드 자동차다', '독락당은 현대 건축이다', '석굴암은 파르테논 신전이다' 등 각 챕터의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조선의 '달 항아리'를 두고는 어떻게 입체파의 대가 파블로 피카소를 떠올렸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18세기 조선 백자 중에서도 하얗고 둥근 달 항아리가 가장 뛰어나다고 손꼽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자세히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몸통은 과도하게 둥글둥글하며, 상하로 좁은 입구와 받침대가 있다. 게다가 몸통이 제대로 둥근 것도 아니고 기우뚱하게 둥글다. 좌우 대칭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화가 김환기는 "조형미의 극치"라고 달 항아리를 칭송했으며,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1935년에 항아리를 구입해 가면서 "행운을 안고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달 항아리는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피카소의 그림에 비견될 수 있다. 역사상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도자기의 형태를 비대칭으로 기우뚱하게 추상화시키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니 회화적 단계의 완전 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고구려 철갑옷에서 20세기 기능주의를 떠올린 점이나 이언적의 고택 '독락당'에서 현대적 의미의 웰빙(Well-being)을 연상시킨 점은 흥미로운 해석이다. 석굴암에 당시 가장 발달했던 서양문화가 골고루 녹아들어 있다는 설명도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문화 버리기 / 최경원 / 현디자인연구소 / 1만45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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