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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통일신라 석탑에서 발견한 모더니즘…'우리가 알고있는 한국문화 버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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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 저자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한국문화 버리기'라는 다소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최경원 현디자인연구소 대표가 우리의 대표 문화유산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책이다. 이탈리아 역사학자 베네디토 크로체의 "모든 역사는 현대의 역사"라는 말을 모티브로 삼아 총 5개의 한국 문화를 선별해 철학, 미학, 예술학, 디자인 이론 등과 접목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한국 문화를 설명할 때 즐겨 사용하던 "소박하다거나 자연스럽다"는 등의 표현이 사실은 어떤 이론적인 근거도 없는 감성적 표현에 불과했다는 점도 지적한다.

선별된 문화유산은 경주 감은사지의 '감은사지 삼층석탑', 조선시대의 '달 항아리', 고구려의 '철갑옷', 조선 중기 문인인 회재 이언적의 고택 사랑채 '독락당', 통일신라시대의 '석굴암' 등이다. "백여년 전, 천여년 전의 전통문화를 지금 다시 찾는 것은 찬양과 흠모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비추는 빛을 얻기 위해서"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감은사지 탑은 몬드리안이다', '달 항아리는 피카소다', '고구려 철갑옷은 포드 자동차다', '독락당은 현대 건축이다', '석굴암은 파르테논 신전이다' 등 각 챕터의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감은사지 삼측석탑에서 저자는 이 탑의 '미니멀한 외형'에 주목한다. 통일신라 시대의 전성기로, 문화적으로 가장 정점에 있을 때 세워졌음에도 오히려 장식을 덜고 최대한 단순하게 석탑을 세운 그 배경을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예술적 이론을 곁들여 설명한다. 서양에선 20세기에나 나타났던 모더니즘이 이미 7세기 통일신라에 나타난 형상에 대해 저자는 "사회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 , 내용적 가치가 중요해져 단순한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또 아직은 통일의 수확을 누리기 시기상조라는 암묵적인 분위기도 한 몫을 했을 것이란 추정이다.

그렇다면 조선의 '달 항아리'를 두고는 어떻게 입체파의 대가 파블로 피카소를 떠올렸을까. 많은 전문가들이 18세기 조선 백자 중에서도 하얗고 둥근 달 항아리가 가장 뛰어나다고 손꼽는다. 하지만 그 모습을 자세히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몸통은 과도하게 둥글둥글하며, 상하로 좁은 입구와 받침대가 있다. 게다가 몸통이 제대로 둥근 것도 아니고 기우뚱하게 둥글다. 좌우 대칭이 맞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지만 화가 김환기는 "조형미의 극치"라고 달 항아리를 칭송했으며, 영국인 도예가 버나드 리치는 1935년에 항아리를 구입해 가면서 "행운을 안고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저자는 "달 항아리는 형태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피카소의 그림에 비견될 수 있다. 역사상 아무도 손대지 않았던 도자기의 형태를 비대칭으로 기우뚱하게 추상화시키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던 것이니 회화적 단계의 완전 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고구려 철갑옷에서 20세기 기능주의를 떠올린 점이나 이언적의 고택 '독락당'에서 현대적 의미의 웰빙(Well-being)을 연상시킨 점은 흥미로운 해석이다. 석굴암에 당시 가장 발달했던 서양문화가 골고루 녹아들어 있다는 설명도 우리에게 익숙한 문화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보게 한다.
한국의 전통문화의 가치를 세계 문화의 다양한 특징과 입체적으로 비교한 대목들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동서양의 예술과 역사를 종횡무진 따라가다보면 전통문화를 보는 '오래된' 시각에서 벗어나 '요즘의 시각, 보편적 학문의 논리'로 보자는 저자의 취지에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문화 버리기 / 최경원 / 현디자인연구소 / 1만45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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