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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벼, 디플레'…결투 신청한 아베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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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부활하나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지난해 12월 월례 경제보고서에서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삭제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디플레이션 탈출 각오를 드높이고 있다. 아베는 장기 경기 침체에 대한 국민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디플레이션 탈출을 내걸고 다른 한편으로는 민족주의와 우경화에 호소해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아베의 요구에 부응해 일본재계가 봄 임금협상에서 근로자 임금인상에 나설 경우 소득증가→지출확대→판매증가→생산증가→고용증가를 통해 일본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도 있다.

◆2014년은 '디플레이션 탈출' 분기점=아베 신조 총리는 겨울 휴가기간인 지난 4일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나가토시로 귀향해 후원회에 참석, "전국 방방곡곡의 더 많은 사람들에게 경기 회복을 실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이어 "기업의 수익은 확실히 좋아지고 있으며, 수익이 임금으로 이어져 월급이 오르고 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수요 증가를 통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속내다.
일본 정부는 4월부터 시작하는 2014 회계연도 예산을 팽창예산으로 짜서 경기회복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도로 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투입하는 공공사업 예산을 전년도 대비 12.9% 증가한 5조9685억엔으로 잡아놓았다. 이를 통해 4월 소비세 인상의 여파를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아베는 지난해 취임 이후 양적완화, 재정부양, 성장전략 등 세 개의 화살 전략을 단계별로 추진, 엔화약세와 물가상승, 성장 등 세 마리 토끼를 잡는 듯했다. 그 결과 12월 월례 경제보고서에서 마침내 '디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삭제하기에 이르렀다. 아베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과거 15년 동안 어느 정부도 이룩하지 못한 성과를 낸 것이다.

BOJ는 올해도 아베와 보조를 맞출 생각이다. 구로다 총재는 2일자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금융완화의 시한은 없다"면서 "물가 목표 2%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15년 이후에도 금융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3월21일 취임한 구로다 총재는 같은 해 4월4일 2년 내 2%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해 통화량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월 8조엔어치의 채권을 사들이며 돈을 푼 결과 엔화는 연초 85엔대에서 연말께 105엔대로 18% 평가절하됐다.

덕분에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됐고 닛케이 주가평균은 56.7%나 상승해 1972년 이후 41년 만에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가총액도 458조엔으로 54.5%나 증가했다. 일본 최대 제조업체인 도요타 자동차는 엔화 약세로 2013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2조4000억엔으로 급증하면서 아베노믹스에 의한 '일본 경제 부활'의 상징이 되고 있다.

◆기업들 임금인상 "글쎄요"=아베는 근로자 임금이 올라 소비가 증가하는 선순환을 노리고 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관망하고 있다.

일본 재계를 대변하는 경제인단체연합(게이단렌)이 6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인상을 승인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은 일본경제의 부활을 위해 진일보한 면모로 꼽힌다. 잘만 된다면 아베가 바라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

문제는 개별 기업들이 매우 신중하다는 점이다. 산케이신문이 주요기업 122개사를 설문조한 결과 "기본급을 올렸다"고 답한 기업은 3%에 그쳤고, "상여금을 올리고 기본급도 인상하겠다"고 한 기업도 3%에 불과했다. 춘계 임금협상에서 얼마나 많은 기업이 어느 정도 폭으로 임금을 올리느냐가 일본 부활의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산케이가 조사한 122개사 중 54개사가 보유자금 용도로 '설비투자'를 꼽았고 36개사는 '연구개발'을, 30개사는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건전화'라고 답해 인상폭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느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혼다자동차는 경쟁력을 상실한 태양전지 사업에서 철수하고 신일본제철주금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6개 제철소를 3개로 통합하고 있다. 간판 전자기업 소니는 국내 5개 공장에서 5000명을 추가 감원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2012년에도 1만명을 감원했다. 소니·샤프와 함께 일본 TV산업을 이끌던 파나소닉은 플라스마TV 사업을 접고 사내 정보 부문 1000명을 감원하며 사업은 후지츠와 IBM에 이관하기로 했다. 파나소닉은 또 도야마, 니가타 등 3개 반도체 공장도 오는 4월까지 매각하기로 했다.

일본 최대 제조사인 도요타자동차도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마찬가지다. 과잉설비를 막기 위해 3년간 신규 공장 개설을 중단했다.

◆소비세, 반일감정 등 난관 산적=올해 일본 경제의 앞날이 마냥 순탄할지는 미지수다. 4월 소비세 인상으로 가계부담이 연간 6조3000억엔 늘어나는 소비지출을 억제할 수도 있다. 엔저로 경쟁력을 잃은 신흥국들의 환율대응과 반일감정에 따른 교역여건 악화도 난제다.

아베 정부는 농업과 의료부문 규제완화, 외국인 투자유치와 기업활성화 등 세 번째 화살을 빼들고 일본을 글로벌 비즈니스허브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PC업체로 알려진 도시바는 해외원전과 풍력발전기, 의료기기분야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일본과 일본 기업이 과거 누렸던 막강한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느냐는 장담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기업 구조조정은 우위에 있는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기보다는 생존차원에서 단행되고 있다. 여전히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적지 않지만 TV, 휴대폰 등 주력 제품에서 일본 기업은 경쟁기업에 밀려나고 있는 게 일본 기업 생태계의 실상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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