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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대한민국, 女力이 國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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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이룬 女力과 꿈을 꾸는 女力이 말하는 여성시대 10대 과제

-남녀차별 아직도 있다, 그걸 바꾸는 것보다 인정하는 게 우선
-보육·육아휴직·편견·승진·회식문화·성희롱·가사분담 등 문제
-지금은 과도기, 조직 내 남녀비율 비슷해지면 유리천장 사라질 것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왼쪽)와 홍예지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최우창 기자 smicer@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왼쪽)와 홍예지 학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최우창 기자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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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오랜 기간 남성 중심으로 군림해오던 유리천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선택받은 소수'인 여성 리더들이 고군분투하며 변화를 촉발시켰다. 여성 인력이 사회 발전의 동력이자 글로벌 도전의 경쟁력이라는 공감대도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 공감대가 '대한민국 에너지'로 전환되려면 사회 곳곳에 아직 남아 있는 편견의 장벽들을 허물어야 한다. 보육ㆍ육아휴직ㆍ편견ㆍ가사부담 등 여성 리더십의 발목을 붙드는 장애는 여전히 억쎄고 거칠다.

본지는 여성의 힘이 국력이 되는 '여력국력'(女力國力) 시대의 문을 열자는 연간 기획으로 10대 과제를 선정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를 탐구한다. 그 첫번째로 여성 리더로 평가받는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와 여성 리더를 꿈꾸는 홍예지 대학생(미국 밴더빌트대학교 4학년)의 지상대담을 통해 대한민국 여성들의 고민과 꿈과 희망을 들어본다.
  
◇홍예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관심이 많다. 상황이 나아졌다고 해도 취업시장에서 여전히 여성보다는 남성을 더 선호한다. 선배들을 봐도 여자라고 먼저 퇴근하지 않고 남자들과 똑같이 야근도 하는데 이해가 안 된다. 기업들은 하나같이 '성적으로 뽑으면 여성으로만 줄을 세워야 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안 그렇다.
◆양윤선= 솔직히 말하자면 분야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남녀 차별은 아직 존재한다. 사회적 인식이라는 게 유별난 한 두 사람에 의해 바뀌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여성은 가정과 육아에, 남성은 밖의 일을 위주로 해야 한다는 관념이 오랫동안 뿌리 박혀있었다. 유능한 여성 직원이 중간에 그만 두니까 회사 입장에서는 손해라 임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남성 직원을 뽑자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다. 지원서를 받아보면 유능한 여성 지원자가 정말 많아 거부하기 힘들다.

남성 직원을 의도적으로 더 뽑는 시기는 지났다. 지금은 과도기다. 실제로 여성 인력이 많아졌다. 리더급은 여전히 적지만 사원급부터 여성이 많아지면 시간이 흐른 뒤 리더급도 많아질 것이다. 그렇게 남녀 비율이 비슷해지는 시기가 오면 여자들만 머리를 싸매는 일은 없어질 테고. 아직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분명히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오히려 뽑을 남자가 없다고 할 때도 있으니 말 다했다.

◇홍= 한국에서는 전문직 여성에 대한 성차별도 여전하다고 들었다. 예전엔 환자가 여의사는 싫다고, 남의사한테만 진료를 받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았다더라.
◆양= 실제로 그랬다. 남의사가 경험도 더 많을 것 같다더라. 그런데 아닌 걸 다 알지 않나. 과거에는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수술하는 과는 여성 레지던트를 받지 않았다. 법으로 정한 것도 아닌데.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런 과의 절반이 여성이다.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보면 다 '수 싸움'의 결과다. 최근에는 의과대학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60%를 넘는다더라. 이처럼 다수가 몰려 거대한 물결을 일으킬 때 변화가 생긴다. 이미 변화의 흐름이 보이고, 여성과 함께 일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 스스로 바뀌게 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 찬 상사를 만날 수 있다. 그런 여성 상사일 수도 있다. 이럴 땐 그 사람을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춘기도 아니고 성인의 생각을 바꾸기란 어렵다. 그럴 때 난 일일이 대응하지는 않고 '왜 그러냐'고 따져묻지도 않았다. 실질적인 효과도 없고 소모전이어서다. 사람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기 전에 그 사람이 스스로 변할 수 있게끔 회사 분위기를 조성했다. 때로는 이렇게 우회술을 쓸 필요가 있다.

◇홍= 결혼했다고 불이익을 받는 것은 없나. 취직하고 나서 몇 년이 흐르면 결혼을 하고, 임신ㆍ출산ㆍ육아에 시달리게 된다. 한창 일할 때 여성에게 주어진 무게가 버겁다. 요즘은 남편들이 많이 도와준다지만 그래도 걱정되긴 매한가지다.

◆양= 여성이 직장에서 한창 능력을 발휘할 시기는 임신ㆍ출산ㆍ육아기와 겹친다. 유능한 여성이라도 이로 인한 타격을 피할 순 없다. 이 시기를 잘 넘기면 된다. 출산 후 2~3년 동안 몸과 마음이 지쳐 회사 일에 몰입하기 힘들고 남들보다 뒤처지는 느낌이 들 것이다. 이 때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 공백 후 다시 일에 몰입했는데도 성과가 안 나면 기혼, 미혼의 차이 탓이 아니라 능력이 안 되는 것이다. 결혼이든 출산이든 내가 선택한 것 아닌가. 기꺼이 버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인생을 길게 봐라.

◇홍= 결혼 후에도 꾸준히 일을 하려고 하는데 여건상 어려울 때도 있지 않은가. 주위를 둘러봐도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데가 없다더라. 언제까지 부모님께 도움을 청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차라리 직장 내 보육시설이 있으면 마음 편히 일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은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양= 개인적으로 직장 내 보육시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업에만 강제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회사 사정에 따라 직장 내 보육시설을 못 만들 경우 직원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으고 회사가 공동 공간을 내어주는 방안도 있을 테다. 조직 내에서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찾게끔 하면 좋은데, 현 법규는 기업에만 의무를 떠넘겼다. 최소한의 규제를 그어놓고 의무 대상이 아닌데도 자구책을 찾은 기업에는 혜택이라도 줘야 하는 것 아닌가. 아쉬운 대목이다.

또 하나 여성 인력도 일정 부분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의 경우 휴직기간이 끝난 후 복귀했으면 좋겠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다른 동료들이 일을 분담해서 맡고 있는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면 안 된다. 분명히 돌아와라. 그래야 다른 후배 여성 직원들이 눈치 안 보고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홍= 외모 지상주의는 어떤가. 유독 한국이 심하다. 이력서에도 사진을 붙이니 아무래도 당락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선배나 친구들이 페이스북에 증명사진을 올리며 "인상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다. 취업을 위해 성형수술을 고민한다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고.

◆양=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전체적으로 호감도가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 임원들도 사람이다보니 생김새나 말투, 행동 등 사람에게 풍기는 매력도가 평가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분명한 것은 뛰어난 외모가 다는 아니라는 점이다. 전체적인 외양에서 풍기는 겸손함, 명확함, 투명함 등의 애티튜드(태도)가 훌륭하면 누군들 이런 사람을 안 좋아하겠냐.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홍= 한국의 회식문화도 걱정거리다. 술이 빠지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빚어지는 성희롱도 문제다. 권위적이고 수직 계열화된 조직일수록 더욱 심할 텐데.

◆양= 예전에는 강요된 회식이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맛집을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의 활동으로 회식을 대체하는 추세다. 어떤 종류의 회식이든 부서원끼리 가까워지고 단합되는 효과는 분명 있다. 때문에 술자리가 싫다고 매번 빠지지 말고 참석은 하는 편이 낫다. 매번 거절하면 소위 말해서 '찍힌다.' 과거에는 토를 달지도 모하고 회식 자리에 끌려 다녔다면 요즘은 선택은 할 수 있지 않나. 잘 참석하다가 절대로 안 되겠다 싶을 때 양해를 구하면 통한다.

특히 술자리에서 도가 지나쳐서 성희롱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희롱 문제로 부서를 옮기거나 회사를 그만 둔 사례도 많이 봤다. 그래도 옛날에는 쉬쉬했지만 지금은 문제를 드러낸다. '잘못하다간 잘린다'라는 인식도 널리 퍼졌지만 스스로도 방어할 줄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술자리 자체가 위험에 노출된 상태라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적절한 선까지 술 마시고 중간에 빠져 나오거나 현명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사실 나도 아직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성희롱은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숙제와도 같다.

◇홍= 혹시 '취집'이라는 용어를 들어봤나. 일부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대신 '시집'을 잘 가는 게 목표라고 한다.

◆양= 처음 들었다. 아직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니 놀랍다. 개인적으로 일을 하지 않고 결혼하는 이들에 대해 부정적이지 않다. 다만 처음부터 결혼을 잘 하려고 공부한다면 누가 봐도 잘못된 일이다. 결혼을 잘 하려고 학력을 쌓는 것은 자신감도, 자존감도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허무하지 않을까. 종종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결혼은 대학을 선택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그만큼 결혼이 중요한 선택이라는 의미지만 그렇다고 결혼이 다는 아니다. 여성 인력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사회가 변하고 있는데 집에만 있기에는 아깝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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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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