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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집의 경제학①] 저리 전세자금대출 60조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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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집의 경제학①] 저리 전세자금대출 60조원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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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전세자금 지원책이 전세금 상승이 주범이라는데…
"저소득층 주거안정 기여" vs "전셋값 상승 부채질" 논란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 용인시 수지구에 살고 있는 B씨는 요즘 집 때문에 밤잠을 설친다. 지금 살고 있는 1억8000만원짜리 전셋집 재계약철이 다가와서다. 1월 말이 재계약 기간인데 전셋값이 8000만원이나 올랐다. 말로만 듣던 '전세대란'의 당사자가 되면서 고민이 깊어졌다. 3살인 아이를 키우는 동안 부인이 육아휴직을 낸 관계로 한동안 외벌이를 해야 했고 당장 모아둔 돈이 없다. 용인을 떠나고 싶지 않은 부인은 반전세로라도 살자고 했지만 내키지 않았고, 돈을 빌려 집을 사자니 집값이 떨어질까 겁이 난다. B씨는 결국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2년 만 버텨보기로 하고 은행권 전세대출을 알아보고 있다.

# 경기도 안산에 거주하던 직장인 강모씨는 지난달 서울로 발령이 나 전셋집을 알아보다 은행대출을 받기로 했다. 5인 가족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집의 전세보증금이 5억원대. A은행에서 3억원의 전세자금 대출을 받은 강씨는 매달 내는 월 이자만 99만원(연 3%대)이다. 2년 만기가 되면 또 전셋값이 오를 텐데 어떻게 메울지 앞이 캄캄하다. 지금 전셋값은 정상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라는 생각이지만,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결국 또 은행권 전세대출에 의지하게 되리라고 생각한다.

전셋값이 쉴 새 없이 오른다.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는 세입자들은 두려움에 떤다. '상식적'으로도 전세금 인상분은 메울 수 없는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대출받아 높인다. 공급이 부족한 전셋집에 집주인은 '갑'이 되고 세입자는 올려줄 수 없으면 떠나야 하는 '을'이 된다.
전셋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0년 1월 이후 작년 7월까지 전국아파트 매매가격은 11.8% 오르는 동안 전세가격은 35.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움직임은 더 상반된다. 매매가격은 8.5% 하락한 반면 전세가격은 28.0%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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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전세자금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9년 말 33조5000억원이었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2013년 6월 60조원까지 늘어났다. 2010년 말 38조2000억원, 2011년 말 48조2000억원, 2012년 말 56조7000억원이었다.

정부는 지난해 집중적으로 전세자금대출 상품 종류를 늘리며 세입자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국민주택기금으로 운영되는 상품은 ▲근로자·서민전세대출상품(부부 합산 소득 5000만원 이하·연 3.3%) ▲저소득가구전세자금대출(연 2%)이다.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목돈안드는 행복전세(연소득 6000만원 이하·3.5~5.5%) ▲일반은행 전세대출 상품(4~6%)도 있다. 2일부터 정부가 우리은행을 통해 출시하는 '전세안심대출'은 3%대 금리로 부부합산 소득 6000만원 이하인 사람들도 대출대상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전세민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잇따라 내놓은 저리의 전세자금은 이용률이 높다. 하지만 이 부분이 논란의 대상이 된다. 세입자들이 정책자금을 지원받은 전세금은 결국 집주인의 대출금 상환용으로 쓰이는 등 저리의 자금지원책이 전세금 상승세를 가속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전셋값을 올려 대출금을 갚은 집주인의 비율은 4년 전보다 4배 넘게 늘었다. 올해 6월 집계된 수치가 26.8%로 꾸준히 늘었다. 연간 비율은 ▲2009년 말 4.3% ▲2010년 말 9.3% ▲2011년 15.6% ▲2012년말 22.5% ▲2013년 6월 26.8%로 집계됐다.

(출처:주택금융공사)

(출처:주택금융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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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자금대출 정책을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에는 일선 중개업소도 동의한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의 저리 전세금 대출이 뒷받침되다 보니 집주인이 마음놓고 전세금을 올리는 측면이 있다"며 "전반적으로 전셋값을 앙등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집주인들의 부담을 세입자들이 떠안고 있는데 세입자는 저리의 대출을 다 갚으면 재산을 만들 수 있다는 인식 때문에 전세대출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임일섭 우리금융연구소 금융분석실장은 "매매가격의 하향 안정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전세시장 불안은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주택정책도 시장 변화 가능성에 대한 인식을 전제로 수립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전셋값 부담에 허리가 휘고 월세로 전환할 수도 없는 저소득층을 위해 전세대출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고금리의 전세대출만 제공될 경우 전세에 살아야 하는 집 없는 서민들은 전세대출로 인해 생활고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하우스푸어는 물론 렌트푸어 증가로 인한 내수시장 침체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더욱 설득력이 커진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우선은 저리의 전세대출 제도를 운용하면서 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가면서 주택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저소득층 전세 세입자 중 전셋값 부담에 외곽으로 밀려나는 사례가 많다"며 "국민주택기금을 활용해 신용대출을 담보대출로 돌려 금리를 낮추는 것은 도심주거를 유지시키면서도 서민의 주거비를 절감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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