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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제국 황제들, 세계경제엔 그들의 말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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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B 100년(上)]그 파워 어디서 오나

[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23일(현지시간) 창립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전 미국은 유럽국가들에 비해 금융 후진국이었다.

개인, 기업, 은행간 금융거래질서는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 오히려 경제에 주름살을 더했다. 금융거래의 중심을 잡기 위해 1913년 12월23일 발족한 FRB는 이후 숱한 시행착오와 논쟁을 거치며 독특한 중앙은행 시스템을 발전시켜왔다.
1930년대 대공황과 전후 부흥은 물론 이후의 호황과 침체, 특히 지난 2008년에 시작된 경제위기와 그 이후 극복과정 등 미국 경제의 흥망성쇠는 FRB를 제외하곤 논할 수 없다. 그만큼 FRB는 미국 경제와 금융산업이 글로벌 리더로 자리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FRB는 어느덧 미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흐름과 방향성을 제시하고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글로벌 중앙은행으로 자리를 확고히 굳혔다. 벤 버냉키를 비롯한 FRB 의장들이 재임기간 '세계 경제대통령'이란 호칭을 듣게된 것도 이때문이다.

FRB 100년을 계기로 그들의 지난 발자취와 치열한 고민 속에 만들어놓은 정책과 시스템,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들을 조명해본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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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8일(현지시간)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자, 이는 전 세계 언론의 메인뉴스를 장식했다. 향후 FRB의 출구전략 속도와 방향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기상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요즘 FRB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그 어느때보다 높다.
지난 5월엔 미 의회 청문회에서 벤 버냉키 FRB 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만을 시사했는데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몸살을 앓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버냉키 의장의 한마디에 전 세계 주식·채권 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자그마치 4044억달러(425조6310원)에 이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 같은 FRB의 막강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첫 번째로는 '달러의 힘'이다. 달러는 단순히 미국의 화폐가 아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글로벌 무역 시장의 결제와 금융거래에 통용되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FRB는 달러의 발권은행이다. 달러는 물론 달러표시 자산의 가치도 조정할 수 있다. FRB가 대규모 양적완화에 나서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당장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은 이로 인한 수입 물가의 영향과 수출 경쟁력을 걱정해야한다.

FRB의 금리 정책은 거액의 달러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각국 정부에도 직접 영향을 미친다. 해외투자자가 소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5조500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보유한 미 국채만해도 1조2773억달러 이상이다.

만약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면 이를 보유한 국가들은 앉아서 큰 손실을 보게된다. 채권금리 상승은 가치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FRB의 통화 및 금리 정책에 완전히 자유로운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월스트리트의 힘'이 꼽힌다. 미국 뉴욕 월스트리트는 세계 금융과 자본의 중심지다. 오랜기간 미국 사회에서 축적된 엄청난 자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자본이 유입된다. 이 자본은 다시 월스트리트를 통해 투자처를 찾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금융시장으로 흘러가는 구조다.

FRB는 각종 금융정책과 감독기능을 통해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금융질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통해 세계 자본시장에 FRB의 입김이 미치고 있는 셈이다.

마지막으론 'FRB 100년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 1913년 FRB가 처음 설립됐을 때만해도 중앙은행으로서의 기능은 미미했다. 구조도 특이했다. 워싱턴에는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이 승인해 임명되는 7명의 이사진이 설치됐고, 12개로 나눠진 권역별로는 주식회사 형태의 연방준비은행이 설립됐다. 정부기관과 주식회사가 결합된 민관 복합체와 같은 형태다. 금리와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도 7명의 이사와 12명의 지방 연은 총재가 참석한다. 단 연은 총재들의 투표권은 5명에게만 주어진다.

초창기엔 독립성도 약했다. FRB는 재무부, 즉 정부의 입김에 휘둘리곤 했다. 정부의 요구대로 정책을 맞추다가 경제운영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오랜 갈등과 치열한 논쟁을 극복하고 1951년 소위 '재무부-연준 협약'을 통해 정책 독립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준 이사들의 임기가 14년 단임으로 만들어진 것도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다. 중앙과 지방, 정부와 시장 간의 균형을 맞추면서 독립성 쟁취를 위한 100년간의 노력이 FRB의 확고한 위상과 발언권을 가능케 했던 셈이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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