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아시아 투자자들에게 '최악의 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아시아 시장 투자자들에게 2013년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한 해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주가 상승률은 미국과 유럽에 비해 크게 부진했고 채권은 10여년 만에 첫 손실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대비 아시아 주요 통화 가치도 약세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처 중 하나였지만 2013년 성적은 형편없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올해 아시아 시장이 부진한 이유로 성장률 둔화와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불안감을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경기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아시아 시장의 성장률이 6%를 기록해 지난해 6.25%보다 둔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IMF는 특히 동남아시아 성장률이 5%를 기록해 지난해 6.2%에서 크게 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아시아 시장 투자 손실은 지난 여름에 집중됐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적으로 화두로 등장했던 시기다. 하반기에는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불안감이 줄면서 시장도 다소 안정을 찾고 았다. 지금은 아시아 시장에서의 자금 유출도 좀더 통제가 가능한 수준이 됐고 시장의 혼란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직은 불안한 상황이다.
파로스 트레이딩의 브래드 베첼은 "지금이 공포가 줄었다"며 "이머징 시장 부진·달러 강세·미 금리 상승 등의 현상은 비슷하지만 그 진행 속도는 느려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양적완화 축소가 화두가 등장했던 지난 5월 이후 이머징 아시아 펀드에서는 22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무너졌던 2008년의 250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의 자금이 빠진 것이다. 올해 마지막 미국 통화정책회의를 앞둔 지난주 이머징 아시아 주식·채권 펀드에서 17억달러의 자금이 빠졌다고 펀드시장조사업체 EPFR 글로벌은 밝혔다.
주요 아시아 통화가 약세를 보인 것도 자금 유출의 배경이 됐다. 올해 인도네시아 루피아의 가치는 달러 대비 20% 가까이 하락했고 인도 루피도 11% 가량 밀렸다.
통화 가치 하락은 채권 수익률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 루피와 루피아 표시 채권은 10여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 중이다.
아시아 지역 채권 수익률을 추적하는 HSBC 아시아 로컬 채권지수는 올해 5% 이상 하락했다. 이 채권지수가 도입된 2000년 이후 첫 손실이 확실시된다.
주가 상승률도 부진하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AC 아시아(일본 제외) 지수는 올해 1.6% 올랐다. 미국 S&P500 지수가 25%, 범유럽 지수인 스톡스 유럽 600 지수가 11% 오른 것에 비하면 크게 부진한 것이다.
물론 모든 아시아 시장 투자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본 주가가 올해 50% 가까이 오르면서 동북아에 투자하는 펀드는 투자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달러로 환산한 중국 채권 투자 수익률은 올해 6%를 웃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달러로 투자한 위안화 자산에서 수익이 나고 있는 것이다.
HSBC 글로벌 애셋 맨니지먼트의 세실리아 첸 아시아-태평양 담당 채권 담당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수익 기대감은 크지 않지만 아시아 현지 통화 표시 채권에서 투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채권은 올해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내년에 반등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미 국채 변동성에 영향을 덜 받는 위안화 채권에도 투자자들이 계속 주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자산을 제외하면 향후에도 아시아 투자에서 큰 기대를 걸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아시아 태평양 채권 투자 대표인 조엘 김은 "내년에도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아시아 통화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트너스 애셋 매니지먼트의 수버 무키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아시아 현지통화 표시 채권시장은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를 실행하기 전까지 어려운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를 줄이면 미 국채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불확실성 감소가 시장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본 것이다.
무키는 아시아 채권 가격이 추가로 떨어진다면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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