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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과목 된 논술…전문 교사 없으면 '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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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부터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전문가 "철저한 준비 없으면 사교육만 키워"

[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 교육부가 내년 3월부터 논술을 교양 선택과목으로 고교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1일 밝힌 데 대해 교육 현장에서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준비와 높은 수업의 질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 대학입시에서 논술은 수시와 정시에 걸쳐 중요한 전형 요소지만 학교 현장에서 논술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방과후 수업으로 개설해 논술을 가르치거나 일부 교과목 내에서 논술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만족도가 기대에 못미치거나 이마저도 실시가 안되는 학교들이 많다. 이 때문에 학생들은 짧은 기간 안에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 사교육 문을 두드리게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교육부의 발표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일단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 차원에서 환영하고 있다. 이은숙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과 중등교수학습 장학관은 "학부모와교사들은 논술을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공감하고 있다"며 "그래야 교과 과목의 연장선 상에서 논술을 통합적으로 가르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당장 교육부가 2015학년도 대입제도에서부터 '전형 간소화'를 내세워 대학들이 정시에서 논술을 폐지하거나 수시에서 논술 반영 비율과 논술 전형 선발 인원을 줄이는 추세인데, 논술을 정규과목화하면 모순되는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갑작스럽게 논술을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시키게 되면 전문 논술 과목 교사가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이 논술을 가르칠 수 있는 준비가 미흡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수업에 필요한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 중이며 내년 2월 중 논술을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들을 모집해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입전형을 간소화하겠다면서 논술을 정규과목화해 학생들의 부담이 증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논술을 정규과목화하는 것은 대학 입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 목적에 맞춰 학생들의 종합적 사고능력과 의사표현 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입학사정관제 면접이나 입시 논술 전형도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학교에서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전문가들은 논술 정규과목화는 철저한 준비와 수업의 질이 성공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태훈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교육부가 학교와 논술 평가에 대한 충분한 협의 없이 정책을 내놓으면 당황한 학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을 서둘러 공지하기보다는 학교의 근본 체질부터 바꿔가며 준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학교에서 논술교사를 제대로 양성하지 않은 채 논술을 가르치면 이번 정책은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소장은 또 "사교육 시장에서 논술 과목 강사들은 몇십년의 경력을 가진 분들인데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수시에서 특기기자전형에 지원하거나 뛰어난 내신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논술 전형에 몰리게 되는데 이마저도 선발인원을 축소하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향후 논술은 지속적으로 중요한 대입 전형 요소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논술을 가르친다면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교사들이 치열하게 준비해서 가르치지 않으면 학생들은 사교육 의존을 줄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muse86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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