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현상이 다 그렇듯 환율변동에도 양면성이 있다. 환율이 떨어지면 달러화 표시 수출상품 가격이 올라 경쟁국 제품보다 비싸지므로 수출 주문이 줄어든다. 환율하락 추세가 장기화하면 기업들로선 수출물량 감소와 채산성 악화의 이중고를 겪는다. 그렇다고 이를 막기 위해 정부가 환율을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데는 상대가 있는 국제무역 환경에서 한계가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달 환율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에 불만을 나타냈다. 원화가치가 2~8% 저평가돼 있다며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상수지 흑자를 줄여 환율을 정상화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환율하락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수입물가가 낮아져 국내 물가를 안정시키고 내수를 자극할 수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각종 원ㆍ부자재와 기계류, 부품 수입 비용도 줄어든다. 기업들로선 설비투자용 기계장비를 들여오는 기회가 될 수 있는데 현실은 현금을 쌓아놓은 채 투자를 꺼리고 있어 걱정이다.
기업도 이제 고환율에 얹혀가는 가격경쟁력으로 수출을 해나가겠다는 낡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기업 스스로 지금의 달러당 1000원대 중반 네 자릿수 환율에서 900원대 세 자릿수 환율에도 견뎌내는 체질 개선을 꾀해야 한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승부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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