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실적으로 나타난 수치가 아니더라도 회계 현장에서 느끼는 불황의 골은 생각보다 깊다. 국내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걱정이다. 장기불황에 장사 없다는데,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기침체와 장기불황의 터널 속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은 회계업계를 비롯해 모든 산업에 절실한 과제다.
경기가 어렵다보니 기업은 보수경영을 하게 되고, 기업의 사정이 어렵다보니 모든 비용을 쥐어짜듯 줄인다. 회계감사 수수료도 예외는 아니다. 이럴수록 회계업계는 생존을 위해 몇 배나 노력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회계법인도 일감을 위해 덤핑과 가격경쟁으로 내몰리게 됐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 자유선임제를 기본으로 하는 현행 감사제도가 가뜩이나 치열한 경쟁을 덤핑과 품질저하 등의 악순환을 낳게 했다. 경제규모는 커졌음에도 지난 10년간 감사수임료는 제자리를 맴돌았고, 2011년 국제회계기준 도입 후 더욱 복잡해진 감사방법으로 인해 감사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게 됐다.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현행 감사선임제도의 점진적인 보완책 마련은 물론 기업의 감사보수에 대한 인식개선과 보수현실화 노력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감사의 선순환구조도 이런 토대에서 구축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개발을 전문으로 자산 컨설팅분야를 개척한 소형 회계법인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꼭 대형법인이 아니더라도 중소회계법인도 M&A부문과 전문화된 컨설팅분야에 진출해 스몰마켓에서 신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이슈화된 아파트 감사부문도 중소형 회계법인들이 특화해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다.
나태주 시인은 그의 시 '기쁨'에서 "난초 화분의/ 휘어진 잎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잎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후략)"고 노래했다. 필자는 지난해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으로 취임 이후 줄곧 업계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회계법인끼리의 가격경쟁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법인별 특장점을 살린 경쟁력 강화와 업력신장이 불황극복의 해법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에 답이 있다.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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