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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휴지통에게 보내는 갈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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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쁘네요. 어디서 구입 할 수 있나요?" "재미있는 아이디어! 이제 지자체도 바뀌고 있네요." "기능, 미관 면에서 모두 뛰어난 작품." "누군가 가져가 버릴 것 같아요." "공항에도 센스가 있었다."

조형품이나 예술적 소품에 대한 반응일까? 아니다. 인천공항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에 등장한 '휴지통'에 쏟아진 고객들의 갈채다.
일본과 중국 이용객들까지 자발적으로 공항 구석에 자리잡은 휴지통을 모델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SNS에 올리고 있다. 호텔ㆍ대학 등으로부터의 구매 문의와 함께 개인 소장 문의도 줄을 잇고 있다. 휴지통을 기획하고 제작한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은 예상외의 반응에 어안이 벙벙했다.

통상 '변화'는 아주 위대한 것들이 구성한 결과라고 믿는다. 하지만 변화는 아주 작은 현상에서부터 시작됐다.

공항 휴지통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제약이 많다. 1986년 아시안게임 당시 철제로 만든 휴지통 속의 폭발물이 터져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공공장소의 휴지통은 플라스틱 소재로 내부가 보이도록 투명하게 제작하고 있다. 지저분한 쓰레기가 눈에 띄다보니 청결해야 하는 공항의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
이에 휴지통은 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밀려났다. 특히 공공장소의 휴지통은 용량이 크고 이동도 용이해야 하며 청소직원이 관리하기 쉬워야 하는 등의 기능적 제약이 많다. 공사에서 휴지통에 주목하고 투자하기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다만 세계적인 공항을 이용하며 최상의 공항서비스를 경험해 본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려면 공항서비스는 더 이상 공항의 역할에 머무르면 안 됐다.

공사 운영보안실이 휴지통에 주목하게 된 것도 그러한 노력의 연장이었다. 기존의 틀을 깨는 과감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전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디자인 공모에도 들어갔다. 한편으로 과연 공항 휴지통을 디자인하는 데 어느 정도의 응모작이 나올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다.

결과는 의외였다. 겨울방학 중이었음에도 전국에서 250여개의 팀이 응모했다. 이 중 '여행의 즐거움은 여행가방을 꾸리는 순간부터 시작된다'는 모티브로부터 여행용 캐리어를 닮은 참신한 디자인이 대상을 받았다.

공사는 창의적 작품에, 전문가들의 조언을 더해 실용적 측면을 보완했다. 당초 예상보다 복잡한 금형설계가 필요해 예산이 두 배로 늘었다. 다만 참신함을 높이 산 경영진은 이를 흔쾌히 받아 들였다. 원래 디자인에서 더 세련되고 실용적인 실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모두가 까다로워진 고객의 눈높이를 따라 가려는 노력에서 비롯됐다.

이후 별도의 홍보나 소위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공항의 조연, 아니 그 존재에 대해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엑스트라'인 휴지통에 관심이 쏠렸다.

때때로 우리는 조연에 환호하고 감동한다. 주연보다 주목받지는 않지만 묵묵히 극을 빛내는 헌신적 모습에 대한 갈채다. 아주 사소함에서 위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셈이다.

한국공항공사의 새로운 휴지통도 마찬가지다. 공항 내 아주 작은 변화가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해 공항을 넘어 공공기관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단초가 되고 있다.

특히 새로운 공항 휴지통에 쏟아지고 있는 갈채는 '마케팅의 중심은 고객이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 마케팅의 요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공항공사는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더욱 확고히 해 나갈 동력을 얻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허태윤 한국공항공사 마케팅 운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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