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을 많이 쓴 작가로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봤을 만한 작품을 쓴 사람은 오 헨리다. 은행에서 일하다 공금횡령으로 옥살이를 한 그는 감옥 체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마지막 잎새'로 히트를 쳤다. 작가로 활동한 10년 동안 장편은 안 쓰고 단편만 300편을 남겼다. 우리나라 단편소설도 유명한 작품이 많다. 낭만주의의 본질적 특징인 먼 것에의 그리움을 잘 표현한 황순원의 '별', 2007년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씨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영화 '밀양'의 원작으로도 잘 알려진 이청준의 '벌레이야기', 생활의 기반을 박탈당한 밑바닥 인생을 그린 황석영의 '삼포 가는 길'은 지금도 스테디셀러다.
우리 소설에서 단편은 200자 원고지를 기준으로 150장 안팎을 말한다. 장편은 800장이 넘는 분량이다. 학창시절 독후감 숙제로 원고지 10~20장을 썼기 때문에 150장 정도는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글쓰기라는 게 쉽지는 않다. 작가 조정래씨는 자전 에세이 '황홀한 감옥'을 펴내며 "글 쓰는 것은 피를 말리는 것처럼 온 몸을 쥐어짜는 것과 같은 경험이다"고 했다. 터키인으로는 최초로 2006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묵도 "글쓰기는 바늘로 우물파기"라고 말했으니 참으로 힘든 일이 글쓰기다.
평범한 인간의 삶 속에서 쉽게 글을 쓸 수 있는 건 편지가 아닐까 싶다. 소설은 전문적인 작가가 쓰는 글이지만 편지는 누구나 쓸 수 있다. 게다가 편지는 책처럼 독자(받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편지를 쓴다는 게 만만한 작업(?)은 아니다. 특히 손으로 직접 편지를 쓴다는 것은 요즘에는 드물기까지 하다. 휴대폰이 대중화됐고, 이메일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이 없어서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간편하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자메시지나 SNS를 통하면 몇 초 만에 해결되는 세상이다. 집배원이 배달하는 우편물을 보더라도 손으로 쓴 편지는 찾기가 힘든 실정이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다. 찬바람이 불면 누구나 누군가를 그리워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리움을 전하는 데는 편지만한 게 없다. 시조시인인 문무학씨가 '우체통을 보면 소식이 궁금하고 써놓은 편지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고 했듯이 우체통은 그리움의 집이고 편지는 만남이다. 세상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한다. 마음은 먹지만 그것을 마음먹은 대로 하기는 어렵다는 말일 것이다. 손으로 편지를 써본 게 언제였는지, 받아본 것은 또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한 시대다. 그리운 사람이 더 그리워지는 계절, 하얀 밭에 검은 씨를 뿌리듯 한통의 편지를 쓰자.
김준호 우정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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