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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보는 시리즈] 中企가업승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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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아시아경제에서는 추석 명절을 맞아 그간 기사화된 기획 시리즈 중 일부를 엄선하여 독자 여러분께서 한눈에 보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안전한 귀성·귀경길 되시고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길 빕니다.

박근혜정부가 중소기업의 성공적인 가업승계를 위한 지원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상속세ㆍ증여세 부담 등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기업들의 편법적 증여로 인한 가업승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한 만큼 가업승계 설명회,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가업 승계가 국가 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 같은 사실은 2일 아시아경제신문이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함께 현재 가업승계를 완료했거나 진행중인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나타났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CEO의 93%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달 정부가 가업상속공제 적용범위를 현행 매출액 2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마련한 2013 세제개편안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의견을 낸 CEO는 17%(약간불만 15%, 매우불만 2%)에 달했다. 문제는 상속세ㆍ증여세 등에 대한 부담이 만만찮은 상황에 부정적인 사회적 분위기까지 가세하면서 가업승계를 준비 중인 중소기업들이 제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창업세대의 연령대가 60대인 곳이 50%로 절반을 차지했고 70대 및 80대 이상 CEO는 각각 28%, 5%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기업 중 가업승계를 완료했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49%는 앞으로 가업승계를 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고 34%는 현재 진행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① "외국 백년기업 부러워하며 우린 稅망치?"-중기는 가업승계 중…착한 세대교체가 답이다
-책임·기술·자존심의 대물림을 허하라
-중기는 고용·기술개발로 화답해야
#1. 우리로광통신 임직원들은 요즘 회사만 생각하면 착잡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11월 코스닥 상장 당시 다짐했던 '2015년 1000억원 매출달성' '광분배기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도 무색해졌다. 회사는 불과 9개월여 만에 앞날이 불투명한 매각 업체로 전락했다. 삼일회계법인에서 경영권 매각 실사를 밟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다음 달 주인이 바뀌게 된다. 우리로광 통신이 M&A 시장에 나오게 된 것은 창업주 김국웅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후 상속세 문제가 불거진 탓이다. 우리로광통신 관계자는 "2세들이 유업을 이어받으려고 했으나 상속세가 140억여원에 이르자 결국 우리로광통신 지분을 팔기로 결정한 것 "이라며 "상속세 부담 없이 사업을 키운다면 법인세를 더 내고 직원들도 더 고용할 수 있게 돼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될 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과도한 상속세가 전도유망한 기업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든 셈이다.

#2. 1905년 설립된 간장 제조·유통회사인 몽고식품은 두산, 동화약품과 더불어 국내에 세 개뿐인 100세 이상의 최장수기 업이다. 이 회사가 간장 제조업이란 외길로 108년 역사를 꿋꿋이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회사가 성장하는 시기에 일찌감치 후계자를 선정하고 가업승계 계획을 선포하는 등 미리 후계 구도를 세운 덕분이다. 김만식 몽고식품 회장은 2008년 장남 현석씨가 공식 후계자임을 사내에 선포한 후 경영수업과 함께 회사 지분 이전계획을 세웠다. 가족회의에서는 '후계자 지분 을 분산시키지 않는다'는 것에 합의하고 차남 현진씨에게는 연구개발을 맡겼다. 지분 증여도 단계적으로 이뤄졌다. 현석씨 가 틈틈이 배당 등을 통해 현금이 생길 때마다 김 회장 지분을 증여받고 세금을 내는 형식이었다. 한 번에 지분을 증여받 으면 상속세 부담에 자칫 공장 등 자산을 팔 수 있다는 우려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6년째 지분 증여를 하고 있는 몽고 식품의 현재 가업승계는 90% 정도 완료된 상태다.

대한민국 경제 초석을 다진 1세대 중소기업인들이 고령화되면서 2세가 전면에 나서는 가업승계가 한창이다. 원활한 세대교 체를 위해 컨설팅을 받고 있는 곳은 물론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후계자 경영 교육에 전력을 기울이는 곳도 많다. 가업 승계 과정에서 위기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는 것이다.
[한눈에 보는 시리즈] 中企가업승계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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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중소제조업 13% 고령화…자녀 승계 선호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중소제조업 중 CEO가 60세 이상인 곳은 1만4615개(13%)로, 이들 대다수는 현 재 승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가업승계는 크게 자녀나 형제, 사위 등 친인척에게 넘기는 방안과 제3자에게 넘기는 방법 으로 나뉜다. 구체적으로 보면 친인척 승계는 대상자에 따라 자녀, 아내·형제, 사위 등으로 구분된다. 제3자 승계는 임직 원과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넘기거나 아예 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를 처분하는 경우다. 단 외부에 넘길 경우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상속인의 범위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가업승계 관련 세제지원을 받을 수 없다.

이 같은 방법 중 가장 선호되는 방식은 자녀 승계다. 전문적인 경영 노하우와 함께 사명감 없이는 경영하기가 힘들다는 중 소기업의 특성 때문에 선대 가업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자녀가 최적의 후계자로 꼽히는 것이다.

1959년 설립된 포장지 전문회사 유하정판이 그런 경우다. 이 회사 2세인 송창엽 회장은 창업주인 장인이 회사 사정이 어려 워졌다며 도와달라는 얘기에 가업에 뛰어들었고 3세인 송 회장의 아들 송의동 대표 역시 선경(현 SK네트웍스)에 근무하다 1991년 부친을 돕기 위해 유하정판에 입사했다. 유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퇴근 후 집에 오시면 회사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이야기해줬다"며 "그때는 졸리고 피곤해서 아버지 얘기 듣기가 싫었다. 하지만 계속 듣다보니 어느 순간 유 하정판의 일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후계자 전문성 키우기에도 전념

그렇다고 자녀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게 승계의 100% 성공 방정식은 아니다. 당장 자녀가 여러 명일 경우 후계자 결정 문제 를 놓고 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 108년 역사를 지닌 몽고식품도 4대 승계과정에서 경영권을 놓고 형제 간 얼굴을 붉힌 경험이 있다.

중소기업계는 승계의 성공 방정식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철저한 후계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위해 우선 후계자 후보의 장단점을 정리하고 후계자가 됐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해봐야 한다. 오랜 시간을 두고 사내외에 서 후계자 교육을 하며 적임자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후계자 후보 간 자연스러운 합의도 이뤄져야 한다.

김현진 몽고식품 부사장은 "경영권 분쟁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려고 일찌감치 경영학을 전공한 형(장남)에겐 경영 전반을, 이공계를 전공한 나(차남)에겐 연구개발 관련 업무를 맡기고 전문성을 키워줬다"며 "형제 간 자연스러운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장수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업승계=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를 위해 가업승계기업들이 정부에게 세제 지원 등을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이에 따른 혜택만큼 고용, 기술개발 등 신뢰할 수 있는 사회환원 계획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 이 같 은 노력이 있어야만 가업승계가 부가 아닌, '책임'과 '기술'의 대물림이란 인식으로 바뀔 수 있다.

이창호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고용 시장의 87.7%를 담당하고 전체 사업체의 99.9%를 차지한다"며 " 경영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업승계가 좋은 기업, 튼튼한 국가 경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세제지원과 함께 부의 대물림으로 악 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기업들이 스스로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② "근무 2년 안 됐네요, 상속공제 0원입니다"-기업 찌르는 '손톱 밑 가시'
-갑자기 부친喪 당한 가업 상속인의 황당한 분노
-상속세율 30억원 이상 50%…호주·캐나다는 아예 없어
-매출 3000억 넘는다고, 상속세 공제 안 돼 고스란히 300억 물 판
-세금 낼 돈 없으면 주식·부동산 처분…끝내 회사 팔기도


#1. 가업을 잇기 위해 2011년 4월부터 부친 회사에서 근무한 A씨. 그는 경영수업을 받던 중 지난해 6월 대표인 아버지가 암으로 별세하자 슬퍼할 틈도 잠시, 거액의 상속세를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현행법상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상속 개시일 2년 전부터 가업에 종사해야 된다는 규정 때문이었다. 그는 "사람 일이 예고하고 생기는 것도 아닌데 현실성 없는 규정이 아직도 그대로"라며 "상속세 부담이 아버지를 잃은 슬픔도 잊게 했다"고 하소연했다.

#2. 경기도 인천 남동공단에 위치한 플라스틱 금형 전문 업체 B는 직원 1000여명의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지난해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1980년 설립된 후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 업체 대표는 가업승계 문제로 골머리를 앓 고 있다. 매출액이 3000억원을 넘으면서 상속공제 혜택을 못 받아 상속세만 300억원 가까이 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 렇다 보니 기업의 성장을 멈춰야 할지 고민하기도 한다. '피터팬 증후군'에 빠진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초 세법개정안을 발표하고 중소ㆍ중견기업의 가업승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뜻을 밝혔지만 가업승계를 준 비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과도한 상속세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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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내려다 회사 휘청
승계를 준비하는 기업들이 가장 부담스러워 하는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다. 상속인의 사망을 기준으로 사망 전 재산이 이 전될 때 부과되는 것이 증여세이고 후에 부과되는 것이 상속세다.

현행 세법상 최고 상속세율은 50%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 최고세율인 26.3%의 2배에 달한다. 가령 100억원을 물려받으면 50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최고세율을 가진 곳은 일본(50%)과 미국(55%)뿐이 다. 영국ㆍ프랑스(40%), 독일(30%), 대만(10%), 아일랜드(5%) 등은 세율이 낮다. 호주·캐나다·포르투갈은 상속세가 아예 없다.

현금 자산이 부족한 중소기업들로선 주식이나 부동산 처분으로 상속세를 마련한다. 이 때문에 회사를 정리해야 하는 최악 의 상황도 온다. 가업 승계 의미가 변질되는 셈.

가업승계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 동양종합식품 역시 상속세 문제로 골치를 앓은 바 있다. 현금 자산이 없던 강상훈 대표는 14억원의 상속세를 내기 위해 본인 소유 빌딩까지 팔았고 결국 상속 주식 가운데 일부를 세무서에 현물 납부했다. 그 후 물건을 되찾기까지 5년이란 시간을 보냈다. 강 대표는 "상속받을 준비가 안 돼 있는 상태에서 4개월간 세무조사를 받고 감 당하기 버거운 상속세를 부과받았다"며 "상속세는 기업의 존망을 결정지을 만한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자동차부품 제조분야에서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C 업체 최고경영자(CEO)도 가업 승계 문제로 고민이 크다. 이 회사 대표는 "최근 5년 동안 법인세 등 890억원의 세금을 냈는데 지금 지분을 증여한다면 400억원의 상속세를 더 내야 한다"며 "내가 만약 잘못된다면 상속세 때문에 회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상속 증여세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자 편법 증여방법을 모색하는 곳도 나온다. 대표적인 방법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뜻 하는 일감 몰아주기다. 실제 국내 한 식품 장수기업도 유통계열사가 제조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가업승계를 준비하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논란에 걸려 곤혹을 치렀다.

◆까다로운 가업승계 공제조건
정부가 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07년부터 기업들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제혜택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공제를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고 말한다.

2013 세제개편안만 보더라도 가업상속공제 적용범위를 현행 매출액 2000억원 미만에서 3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했지만 양도 소득세 이월과세 항목을 추가해 부담을 가중시켰다.

현행법상 2세대가 상속 공제를 받으려면 공제 신청을 기점으로 가업에서 2년 이상 근무를 하고 있어야 한다. 이렇다 보니 2년 내 선대가 갑작스레 사망하는 경우엔 상속세를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또 1인 상속으로 제한을 두고 있는 것도 손톱 밑 가시다. 이로 인해 자칫 형제 간 법정 다툼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실제 파 주에 위치한 매출 300억원대의 D 업체는 지난해 창업주가 세상을 뜨면서 형제 간 승계 다툼이 벌어졌다. 결국 형이 30억원 을 대출받아 보상을 하면서 다툼은 수그러들었지만 형제 간 상처는 씻을 수 없었다. 한 기업인은 "자녀들의 상속 권리는 동등한데 가업 상속을 1인으로 제한하는 제도는 자식이 하나인 사람만 기업을 운영하라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상속공제 혜택을 받게 되면 상속 후 10년간 정규직 근로자 평균 고용 인원을 상속 전의 1.2배(중소기업 1.0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가업용 자산의 20% 이상을 처분해선 안 된다. 지분도 마음대로 팔 수 없다. 이를 어길 시 상속 후 7년차 이내에는 가업상속공제 전액을 추징당한다. 8~10년차는 90~70% 추징한다.

이런 상황에 추가된 양도소득세 이월과세는 기업인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이 과세는 가업승계를 받은 자녀가 향후 자산 일부를 매각하거나 경영난으로 회사를 처분할 때 선대 때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함께 양도소득세를 내는 것이 다.

이 법이 적용되면 세 부담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20년 전 창업주가 1억원에 취득한 주식의 가치가 가업승계 후 100억원까 지 상승하고 이를 상속인이 150억원에 양도했다면 현행법에선 차익인 50억원에만 양도소득세율 11%(중소기업, 지방세 포함 )를 적용해 5억5000만원만 내면 됐다.

그러나 세제개편안에 따라 피상속인 보유 당시 발생한 양도차익(99억원) 중 가업상속 공제를 받은 부분(70%)에 대해서도 양도소득세를 내야 된다. 양도세가 13억1230만원으로 개정 전과 비교해 7억6230만원 증가하는 것이다.

신상철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승계 친화적인 조세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엄격한 가업상속 공제 요건을 완화하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지만 상속세를 완전히 면제해주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③ 次세대 경영 준비됐는가, 百年가업은 '뒷사람'의 힘-중기,家業승계의 재발견
-침구청소기 대박 친 부강샘스 뒤엔, 의사 출신 2세 경영인 있었다
-기술·자금·경영 등 노하우 전해줄 시간 충분해야
-무조건 장자 승계는 잘못, 자질 갖춘 쪽에 물려줘야
-승계 교육, '내용'보다 '마음가짐'이 더 중요


#1 전자제품 코팅 소재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점유율 1위 기업인 SSCP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 부도를 맞았다. 2세 경영자 인 오정현 대표가 취임한 지 10년 만의 일이었다. SSCP 정도의 중견기업이 단 12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까지 몰린 데는 이유가 있었다. 오 대표가 취임한 후 해외법인을 인수해가며 외연을 무리하게 늘린 끝에 재무상황이 급격히 나빠진 것. 게다가 오 대표는 SSCP의 주력사업부를 매각한 후 받은 대금 중 상당수를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최 근에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오 대표는 업계에서 '실패한 가업상속'의 대표 사례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2 부강샘스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업체였다.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이 회사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침구청소기 브랜드 '레이캅' 덕이다. 지난 2004년 2세 경영인으로 회사에 들어온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는 의사 출신이라는 장점을 살려 3년간의 개발 끝에 레이캅을 만들어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점유율 1위 를 차지한 것은 물론 삼성전자, LG전자 등의 대기업도 잇달아 부강샘스의 제품을 본떠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가 2 세 경영인으로 우뚝 설수 있었던 데는 의사로 근무하던 이 대표를 설득해 가업을 잇게 한 창업주 이하우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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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승계가 제대로 이뤄지면 회사는 도약한다. 반대로 가업승계가 잘못되면 언제든지 몰락할 수 있는 게 기업의 생리다. 가업승계를 진행하는 창업주들이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하며 후계자를 고르는 이유다. 잘 물려주는 것이 잘 경영하는 것 이 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가업승계를 '잘' 진행하고 있는 업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절반 이상이 준비 '태부족' =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11년 전국 중소기업 161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업승계를 충분히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31.5%에 불과했다. 절반 이상인 63.0%가 '불충분'이라고 답했으며, 아예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5%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승계 계획을 충분히 세우지 않을 경우 회사가 폐업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창호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중소기업 강국이라고 불리는 일본에서도 연간 7만개의 회사가 '후계자가 없다'는 이 유만으로 폐업하고 있다"며 "그만큼 후계자라는 존재는 기업의 영속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변압기 제조업체 P사는 대표이사가 74세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아들 중 후계자를 정하지 않은 채 혼자 기술·자금 ·경영을 책임지다가 그의 사후 회사가 '공중분해' 됐다. 우여곡절 끝에 직원들의 고용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회사를 매 각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미 회사의 성장동력은 꺾인 뒤였다. 반면 회사가 일찌감치 후계자를 선정하고 가업승계 계획을 확정할 경우 갑작스러운 창업자의 사망에도 큰 문제없이 승계가 이뤄질 수 있다.

시기뿐만 아니라 누구를 후계자로 선정할지도 중요한 문제다. 대부분의 경우 장남이 가업을 이어받지만 능력이 있을 경우 차남이나 가족 외의 사람에게 가업을 물려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의 장수기업들은 장자가 있어도 자질이 부족하다 고 생각되면 직원이나 사위 등을 후계자로 키우는 경우가 많다. 위생시설 전문업체 M사의 경우 당초 장남을 후계자로 점찍 었으나 차남의 경영능력을 인정해 경영승계 과정에서 차남으로 후계자를 변경했다.

◆사외 교육 vs 사내 실무교육, 어느 쪽이 나을까 = 후계자를 선정한 뒤에는 일정 기간을 두고 본격적인 교육에 들어가야 한다. 교육의 유형은 사내교육과 사외교육으로 나뉜다. 회사에서 영업과 실무부터 가르치는 창업주가 있는가 하면 회사 밖 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을 선호하는 창업주가 있다. 사내교육은 회사 내 실무에 밝아지는 효과가, 사외교육은 새로운 경영기법과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58.1%가 사내근무를, 34.9%가 대기업이나 동종 업계 근무를 효율적인 경영수업 방법으로 꼽았다.

최근에는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후계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가업승계 기 업들의 부담을 크게 덜어주고 있다. 중기중앙회 내 가업승계지원센터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면 중소기업 후계자 30여명이 모여 차세대 최고경영자(CEO) 수업을 받는다. 리더십과 조직관리, 협상력, 비즈니스 스킬 등 기본적인 경영수업과 함께 후 계자가 가업승계 때 챙겨야할 세법, 상법 교육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2009년 첫 시작된 이 수업을 받은 중소기업 2~3세 경 영인은 260여명이나 된다. 오는 12월16일 10기 교육이 끝나면 이 수는 300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후계자 프로그램은 개인적인 네트워크 형성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윤홍기 에그텍 대리는 "가업승계 프로그램에서 만난 동종·이종업계 후계자들과 만나 따로 모임을 갖는 경우가 많다"며 "동종업계 정보는 물론 경영승계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가업승계 교육을 받아 본 후계자들은 '어떤 교육을 받느냐'보다는 '어떤 마음가짐인지'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 은다. 이충호 케이에스엠 대표는 "결국 후계자가 어느 정도 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천차만별"이라며 "아무리 가르쳐주려 고 해도 본인이 못 받아들이면 말짱 도루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부친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회사에 나가 일을 배우면서 경영승계를 받은 케이스다. 이 대표는 변변찮은 경영승계 교육 프로그램이 없던 시절, 대 학과 연계된 최고경영자 과정을 스스로 찾아 들으면서 경영자로서의 기본소양을 닦아 나갔다.

해외 유학도 결코 필수 코스는 아니다. 20년간 사내 근무를 거쳐 지난 2009년 창업주로부터 대표이사직을 물려받은 유인창 유호전기공업 대표는 "간판만 딸 거면 해외 경영학 석사(MBA) 학위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④ 상속공제·고용창출 '주고받기'…독일서 답 찾다-중기, 家業승계의 재발견, 해외사례는?
-프로이덴베르그 같은 200년 장수기업 1563곳, 비결 뭔가 봤더니
-일본 장수기업 3113곳, 中企전문지원제도가 큰 몫
-영국도 사업목적 중요 기업자산 세금공제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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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덴베르그 그룹은 독일에서도 이름난 가업승계 기업이다. 184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 4억유로 규모의 자본금을 320여명의 가족이 분산 소유하고 있다. 규정상 한 사람 지분이 2%를 넘지 못한다. 지분은 가족이 소유하지만 회사 운영은 독립적으로 이뤄진다.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집행이사회 임원 5명은 가족 구성원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맡는다.

피혁가공업으로 시작해 지금은 자동차 가스켓, 진동 방지장치, 고무카펫 등의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 세계 58개국에 3만7000개 이상의 관계사를 보유하고 3만3000명의 종업원을 고용하고 있다. 연매출 규모는 9조원에 달한 다.

◆선진국, 장수기업 육성 비결은?= 작은 가족기업에 불과했던 프로이덴베르그가 히든챔피언을 넘어 독일 대표 기업 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가업의 능력에 독일만의 독특한 가업 승계 지원 제도가 어우러진 결과다. 독일 상속공제의 가장 큰 특징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매출액 2000억원 이하의 중소ㆍ중견기업들 에만 공제 혜택을 주는 것과 다른 점이다.

독일 기업들은 가업 승계 이후 5년간 사업을 영위하고 이때 지급한 임금합계가 상속 당시 임금지급액의 400% 이상이면 상 속세가 85% 경감된다. 7년간 사업을 영위하고 지급한 임금합계가 상속 당시 임금지급액의 700% 이상이면 상속세가 100% 면 제된다. 또 피상속인의 지분율이 가족의 지분과 합산해 25% 이상일 경우 기업의 사업용 자산이나 주식 지분에 대해 다른 단서 조항 없이 세제혜택을 준다. 임금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경감 세액 중 미달 부분만큼만 추징해 부담이 덜하다 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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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제도 덕분에 독일에는 현재 200년 넘게 창업주의 정신을 잇고 있는 기업만 1563곳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독일 경제의 중심축을 맡고 있는 히든챔피언으로 유로존 경제위기 때 방어막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최고 50%에 달하는 상속세율 제도를 운용 중인 일본에도 100년 이상 가업을 잇고 있는 장수기업이 많다. 올 초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200년 넘은 장수 기업만 3113곳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에는 현재 두산, 동화약품, 몽고식 품 단 3곳만이 100년 넘은 상태다.

세계 최장수기업도 일본에 있다. 오사카에 있는 곤고구미라는 건축회사다. 578년 백제인 금강중광이라는 목수가 세워 사찰 이나 신사의 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전통 기술을 바탕으로 1000년이 넘는 시간을 잇고 있다.

1902년 설립돼 5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구레다케는 100년을 넘어 1000년을 꿈꾼다. 전통 먹과 붓을 생산하는 기업이지만 다음 세대로 가업을 이으면서 첨단 제조기업으로 변신했다. 1970년대 현대적인 붓펜을 선보였고 최근엔 먹 제조기술을 기 초로 개발한 탄소봉기술을 활용해 제설제ㆍ자동발광표지 등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전통과 미래의 접목을 통해 성공적으로 가업을 잇고 있는 것이다. 200여명의 직원이 지난해 687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를 잇는 장수기업이 일본에 많은 것은 전통을 중시하는 문화와 함께 중소기업만을 대상으로 한 승계지원제도 덕분이다. 일본은 경영승계원활화법에 의해 선대가 지분율 50%를 초과하는 중소기업 비상장주식을 상속할 경우 주식가액의 80%에 해 당하는 상속세 납부를 유예해준다. 이후 일정 기간 고용과 경영 등에 대한 의무를 이행할 경우 유예된 세액 중 일정 금액 의 납부를 면제한다.

하지만 상속 이후 5년간 의무 요건을 유지하지 못하면 조세지원액 전체가 취소된다. 이는 10년간 의무 요건을 지켜야 하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5년 뒤에는 상속받은 주식의 양도비율에 상당하는 유예세액을 납부해야 한다. 이때 조세지원 대상은 비상장 중소기업으로 국한된다. 피상속인이 사업을 얼마나 더 해야 한다는 단서조항은 없다.

명문 장수기업 육성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도 속속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나섰다.

미국은 상속재산에서 가업상속 대상 기업 지분의 가액을 공제하는 방식으로 장수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다만 상속세 공제 상한선을 587만5000달러로 정해 경직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최고 상속세율도 40%로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가업으로 인 정받는 데 필요한 사업 활동 참여 기간이 5년으로 짧은 편이고 상속인이 맡은 역할도 대표이사가 아니라 기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면 가업상속으로 인정해주는 특징이 있다.

영국은 기업자산상속공제제도를 통해 상속인이 2년 이상 해당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사업목적에 쓰는 중요 기업자산에 대해 세금을 공제해 준다. 예를 들면 상장주식ㆍ토지ㆍ건물ㆍ기계 등은 50%를, 비상장주식은 100%를 공제해주는 것. 공제에 있 어서 기업 규모에 대한 제한이 없고 가업 승계 이후 별도의 사후관리 의무를 지우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와 다르다. 영국의 상속ㆍ증여세 세율은 각각 40%와 20%의 단일 세율이다.

◆어느 나라 벤치마킹해야 할까= 우리나라의 가업상속세제를 선진국의 사례와 비교할 때 벤치마킹 대상으로 독일의 가업상속세제가 가장 이상적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일본의 경우는 납세유예 방식을 채택해 기업들의 상속세액 부담을 덜어주고 있지만 적용대상이 중소기업으로 제한돼 있고 사후관리 요건이 우리와 같이 엄격하다는 지적이 있다. 상시 종업원 수의 80%를 계속 유지해야 하고 상속인은 상속 또는 증여받은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영국의 제도는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없고 사후관리요건도 없어서 가업승계 기업엔 최적이지만 우리나라처럼 가업승계에 대 한 시선이 부정적인 곳에선 사회적 합의가 상당히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의 경우 가업상속세제를 통해 기업의 영속성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대신 기업이 고용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것을 반 대급부로 요구하는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기업 규모와 가업상속재산 공제액수 상한에 관한 제한이 없다. 또 사 후관리 요건도 근로자 연봉을 기준으로 접근하는 유연함을 갖추고 있다.

정승영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도 독일처럼 기업 규모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적격 가업상속에 따른 상속세 를 전액 공제해주는 등 실효적인 내용으로 가업상속세제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⑤·끝. 후계자 내공 키우려면, 밑바닥 공부부터 시켜라-전문가들의 5대 성공 제언
-갑자기 돌아온 해외유학파 CEO는 밀착 리더십 발휘 어려워
-기업현장에 오랜 기간 종사하고 회사생리 다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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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업 승계는 세대 교체 중인 중소기업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고용 시장의 87.7%를 담당하고 전체 사업체의 99.9%를 차지하는 국가 경제의 엔진이다. 지난 60여년간 산업현장을 누비던 창업세대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 는 상황에서 기업별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경제가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다. 우리 중기가 수십 년간 쌓아온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경제적으로 보전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대책이 바로 가업승계인 셈이다. 박근혜정부의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구현하기 위해서라도 가업승계를 통한 지속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가업승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눈길은 차갑고 날이 섰다. 일부 기업의 편법 증여나 일부 2~3세의 경영실패 등으 로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치부하는 것이다. 깨끗하면서도 당당한 가업승계 문화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아시아경제신문은 김진형 중소기업중앙회 국장, 강상훈 한국가업승계협의회 회장, 김유찬 홍익대 교수, 남영호 건국대 교 수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기업과 국가 경쟁력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가업승계 5대 방안을 제시한다.

◆ '후계자=자녀' 강박관념 버리자
부의 대물림이란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는 '후계자=자녀'라는 공식을 깨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녀에 게 가업을 물려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능력 있는 경영 후계자에게도 문호를 열어둬야 한다는 것이다.

김진형 국장은 "가업승계는 기업이 가진 우수 기술과 일자리, 선대가 이뤄놓은 경영 성과에 대한 책임의 대물림"이라며 " 가능하면 강한 책임감을 가진 자녀에게 가업을 넘겨줄 필요가 있지만 전문 경영인 또는 임직원 중 경영후계자를 적극 육성 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찬 교수도 "가업에 종사하지 않거나 상속이 예견되는 시점에 뒤늦게 가업에 참 가한 2~3세로의 승계는 공공재정의 희생을 감수하고 지원할만한 가치 있는 가업승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이런 원칙은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 독일 의약ㆍ화학기업 '머크', 중국요리 소스제조사 '이금기' 등 성공적으로 가업승 계를 마치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해외 사례에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남영호 교수는 "뚜렷한 지배구조, 능력 있는 후계 자 선정, 장인 우대를 비롯한 명확한 경영철학 등이 가미된 가업승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 후계자에게 성공 DNA 전수하라
100년 이상의 장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긴 호흡으로 후계자 양성에 나서야 한다. 가업승계는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 니라 선대의 기술과 경영 철학 등을 물려주는 장기 프로젝트에 가깝기 때문.

후계자 교육 방식은 각 기업이 처한 상황과 후계자의 현재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남 교수는 "후계자 선정, 교육, 리더십 이전 등을 완료하는 데 적어도 15년이 걸리는 긴 과정인 만큼 일찍부터 가업승계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가업을 물려받고 자 하는 의욕이 강한 후손을 교육ㆍ훈련시켜 능력 있는 후계자로 만드는 것이 후계자 양성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김 교 수도 "후계자가 기업현장에서 같이 오랫동안 종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해외나 다른 곳에서 좋은 교육을 받거나 다른 직 업에 종사하다가 가업으로 승계 수년전에 돌아온다면 가업은 승계하지만 가업의 무형적 가치는 2세에게 체득돼 있지 않기 에 다른 기업을 인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 후계자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라
후계자들이 열린 공간으로 나와 사회와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것도 중요하다. 2~3세들을 '부모 잘 만나 호강하는 사람 ' 정도로 알고 있지만 실상은 생계형 2~3세에 가까운 경우가 많다. 구두 밑창이 다 닳아 없어질 정도로 현장을 누비며 영 업일선에서 뛰는가 하면 사내에서 직원들이나 1세 경영자들과의 갈등으로 적잖은 고민을 하기도 한다. 2~3세들이 처한 환 경이 결코 녹록지 않으나 여전히 드라마 등에서 재산을 대물림 받은 철부지로만 그려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2~3세의 실상 이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2~3세 후계자들이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통해 사회와 자 연스럽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리더십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공헌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강상훈 회장은 "기업을 넘겨받는 것으로 가업승계가 이뤄 졌다고 할 수 없다"며 "2~3세들이 사회공헌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업과 함께 책임을 대물림 받았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역사회와 같이 호흡하는 모습을 보이며 지역민에게 신뢰를 받아야 한다" 며 "지역민들한테 안정된 직장, 인생을 맡길 수 있는 곳이란 평가를 받는다면 충분히 100년 이상 대를 잇는 장수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상속세제 개편 등 명품 장수기업 육성 장기 비전 마련하라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되려면 개별 기업 노력만큼 정부의 정책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세제지원책 이다. 전문가들은 국가가 가업승계로 거둬들이는 상속ㆍ증여세보다 이로 인해 가업승계가 지체되거나 무산될 경우 입는 피 해가 더 큰 만큼 세제지원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강 회장은 "가업이 1세대에서 2세대, 혹은 3세대로 이어지는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중요 기술이 없어지거나 외국으로 유 출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이는 기업에도 손해일 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상 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세제개편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적용 범위를 현행 매출액 2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3000억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중소기업계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남 교수는 세금 문제 해결을 위해 가업승계진흥원(가칭)을 설립, 상속세ㆍ증여세 납부를 신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남 교 수는 "상속세ㆍ증여세를 납부할 때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으로 가업승계진흥원에 일정 기간(약 10년) 신탁하도록 할 수 있다"며 "후계자가 고용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신탁받은 유가증권을 해마다 정해진 비율만큼 해당기업에 되돌려줘 경 영의 안정과 유능한 후계자의 육성,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비상장 주식의 상속ㆍ증여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 국장은 "비상장주식은 현금화 하기도 쉽지 않다"며 "부의 이전이란 개념으로 비상장주식을 접근하기 보다는 기술, 기업의 승계라는 시각에서 비상장 중소기업의 지분 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가업승계 관련 중기청 역할 강화 시급
가업승계 정책의 주도권은 누가 쥐여야 할까. 일부 기업이 청와대 내 별도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지만 전 문가들의 의견은 명확했다. 현재처럼 중기청이 관련 정책을 주도하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국장은 "청와대 란 대통령을 보좌하는 별도 부처로 특별한 사업을 하는 곳이 아니다"며 "박근혜정부들어 중견기업 정책까지 중기청으로 이 관된 만큼 중기청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 회장도 "별도의 기관을 다시 만들어 이를 진행할 필요는 없다"며 "현행처럼 중소기업중앙회가 업계의 대변기관의 역할 을 하고 중기청이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가업승계 정책을 주도할 주체보다는 정부와 관련 학계, 컨설턴트, 가족기업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남 교수는 "미국의 'FFI(Family Firm Institute)', 유럽의 'FBN(Family Business Network)'과 같은 전문 단체 설립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정부 등 기관보다는 전문단체가 가업승계의 주체가 되면 더욱 효율적인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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