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독서시장 불 질렀다"..연이은 신작이 '흥행 요인'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오랫만에 소설 성수기가 펼쳐져 출판계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통상 여름철은 소설이 강세를 보인다. 휴가 목록에 포함돼 있어서다. 그러나 최근 몇년간 여름 출판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 하면서 소설 역시 작품 부재, 시장 침체, 힐링 트렌드에 시달렸다. 출판계도 서서히 '사재기' 악몽에서 벗어나 소설의 부활을 운위하고 있다. 그 중심에 하루키가 있다. 최근 하루키 소설은 '문화적 허세', '하루키 도착증'라는 비평에도 불구, 신드롬을 낳고 있다.
◇ 대형 작가들의 신작 릴레이가 흥행 요인=하루키 열풍에 대형 작가들의 신작이 기름을 부으면서 시장이 더욱 뜨겁다. 출판계도 모처럼 맞은 소설 특수에 즐거운 비명이다. 또한 출판사들이 진화된 마케팅 기법을 선보이자 독자들도 한껏 고무됐다. 출판계는 올해 초반 '꾸뻬 씨의 행복 여행' 등 소설 강세에 긴가민가하더니 최근 들어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히 초반의 베스트셀러들은 TV, 영화 등 영상매체의 영향력이 컸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독자 층이 두터웠던 '꾸뻬씨의 행복여행'의 경우 TV프로그램에서 유명 연예인의 추천이 이뤄지면서 상당한 파급력을 보였다.
그러나 출판시장은 소설이 독서 트렌드였던 '힐링' 도서를 누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여기에 유명 출판사의 사재기 논란은 가뜩이나 어려운 출판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체로 출판인들은 올초 나타난 소설 강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여름은 확연히 다르다. 작가와 작품이 결코 가볍지 않은데도 독자들의 관심이 온통 소설에 쏠려 있다.
올초 프랑수아 를로리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오래된 미래), 신경숙의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문학동네)을 시작으로 여름 들어 하루키, 정유정,정이현, 김려령, 조정래, 김영하 등의 신작 릴레이가 열풍의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즉 중견 및 대작가의 신작들이 가장 큰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소설의 부활이 맞다. 힐링도서를 확고히 이겨가는 중이다. 그간 소설의 위기라는 의견도 있었지만 저변에선 작가들의 창작 의욕이 줄었던 건 아니다. 이번 여름 시장에 대형 작가의 신작과 시장이 맞물려 소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이는 힐링 피로감, 출판사의 마케팅, 시장 위기감, 작가들의 신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다."
박신규 창비 문학부장은 "휴가철 이후에도 많은 소설들이 쏟아질 기세"라며 "이런 분위기는 가을을 지나 겨울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4일 문학동네가 숭실대 한경직 기념관에서 주최한 김영하의 소설 '살인자의 기억법' 낭독회에 1000여명이 모여 최대 규모를 이뤘다. 작가의 육성 낭독은 고전적인 독자서비스 방식이기는 하나 소통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 출판사 마케팅 진화 '주목'= 더불어 출판사들이 진화된 마케팅 기법을 선보여 소설 부활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다. 그 사례로 24일 문학동네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출간과 동시에 개최한 낭독회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0일 온라인 예약을 시작, 18일까지 예약 신청한 1000여명이 낭독회에 대거 참여해 김영하문학의 유별난 팬심이 확인됐다. 낭독회는 독자들이 직접 작가의 육성을 들을 수 있어 소통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그간 소설 관련 이벤트는 사인회, 독자와의 만남 등 고전적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판국에 최근 민음사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통해 '정오 판매', '작가 사인본 이벤트'라는 독특한 마케팅을 실시, 이른 아침부터 독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이는 일본식 책 판매 테크닉이지만 스마트폰 구입에서나 볼 수 있던 줄서기는 우리나라에서 초유의 사례다. 이에 힘 입어 하루키 소설은 일주일만에 3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메이킹 스토리 공개와 사운드트랙 앨범 출시처럼 주로 영화나 드라마 분야에서 활용돼온 기법도 소설에 접목돼 눈길을 끈다. 은행나무는 정유정의 장편 '28'에 소설 속 주요 캐릭터의 주제곡을 담은 사운드트랙 앨범을 출시,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현재 '28'은 10만부 이상 판매되는 등 하루키 소설의 대항마로 나서 선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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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의 마케팅 경쟁도 이번 여름 출판시장을 바라보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면서 가장 즐거운 건 독자들이다. 그저 신작 출간에 맞춰 작가와의 만남 등 초보적인 마케팅에 머물러 독자 서비스가 빈곤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출판사들이 마케팅 경쟁을 벌이는 것이 대해 올해는 지난해보다 화제의 신작이 많은 탓도 있지만 출판시장의 위기감이 크게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온북TV의 정진희 이사는 "최근 출판사의 마케팅 경쟁이 서로 어울려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더욱 불러 일으키고 있다"며 "판매 기법의 다양화가 독자 서비스 확대로 이어져 시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 여름 출판가는 전통적 성수기에 맞물려 대형 작가들의 귀환, 출판사의 적극적인 경쟁, 마케팅의 진화 등이 어울려 소설 특수가 가을철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한편 다른 출판사들도 소설 출간을 서두르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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