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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방의 선물’ 주인공, 살인 누명 벗고 국가 배상 받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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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26억여원 배상하라”

[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군사독재 시절 경찰 간부 딸의 살해범으로 몰려 15년간 옥살이를 한 정원섭(79)씨가 41년 만에 누명을 벗고 국가로부터 26억여원을 배상받게 됐다. 그는 영화 ‘7번방의 선물’ 실제 주인공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3부(부장판사 박평균)는 정씨와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6억30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사건은 41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유신헌법 선포를 3주 앞둔 1972년 9월, 춘천경찰서 파출소장의 아홉 살 딸이 춘천시 어느 논둑에서 성폭행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내무부는 이 사건을 ‘4대 강력사건’으로 규정하고 시한 내 범인을 잡지 못하면 관계자들을 문책하겠다며 ‘시한부 검거령’을 내렸다. 경찰은 30여명의 용의자를 불러 수사한 끝에 피해자의 집에서 200여m 떨어진 만화가게 주인 정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정씨는 “사건 당일 피해자가 만화방에 온 적이 없다”면서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관들의 가혹행위를 이기지 못하고 검사에게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정씨와 검사의 면담을 몰래 녹음한 뒤 검거시한인 10월10일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연필과 빗을 증거로 제시했다. 당시 아홉 살이던 아들은 연필이 자기 것이라고 했고 가게 종업원도 가혹행위를 당한 뒤 빗은 정씨의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해 범행을 부인했지만 강간치상과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기관이 결정적 물증으로 내세운 ‘15.8cm짜리 파란색 연필’은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다. 범행 현장의 최초 목격자 이모씨는 1심 재판에서 “당시 목격한 연필을 누런색이었다”고 말했고 정씨의 부인은 “경찰이 아들의 필통을 가져오라고 해서 갖다 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위증 혐의로 구속된 이씨는 법정에 다시 나와 연필이 파란색이라고 진술을 번복했다.

정씨는 결국 다음해 11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그는 15년여를 복역한 뒤 1987년 성탄절을 하루 앞두고 모범수로 가석방됐다.

이후 정씨는 2007년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과 2011년 무죄를 확정한 재심 판결을 근거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정씨의 아버지가 충격으로 사망했고 주위의 차가운 시선 때문에 가족도 동네를 떠나 흩어져야 했다”면서 “민주주의 법치국가에서는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법원이 강압에 의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정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담당 법관이 위법 또는 부당한 목적으로 재판을 했거나 허위자백이 충분히 의심되는데도 심리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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