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

셰릴 샌드버그 "여성이 협력할 때 세상이 더욱 나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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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프레스센터 1층, 막 엘리베이터앞에 선 순간 뒤에서 여성 한 무리가 다가왔다. '외국 여자 셋, 한국 여자 둘' 그녀들은 영어로 말을 주고 받으며 조금은 왁자지컬하게 웃음을 터트리며 즐거운 표정이 역력하다.

기자는 직감적으로 기자회견장로 가는 '셰릴 샌드버그'(사진) 일행임을 눈치챌 수 있었다. '누가 셰릴 샌드버그일까 ?' 금방 무리속에서 셰릴을 알아차리기는 했지만 특별한 인상은 아니다.


청색 정장 투피스 차림에 검은 머리를 한, 그저 단정한 커리어우먼의 한 사람처럼 다가왔다. 그녀는 회견장 앞에 이르러서도 안내 데스크에 있는 사람들에게 '하이 !' 하며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마치고는 대기실로 들어갔다.

지난달 셰릴 샌드버그의 저술 '린인'이 우리나라에서 번역 출간됐다. 셰릴은 이번 방한 동안 여러 주제 강연 및 삼성 등 기업 방문, 여성들과의 대화를 진행한다. 따라서 기자회견도 책 출간을 기념해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


셰릴 샌드버그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리더 중 한명이다. 셰릴은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세계은행과 맥킨지 앤드 컴퍼니 경영 컨설턴트, 미 재무장관 비서실장, 구글 부회장을 거쳐 페이스북 최고 운영 책임자로 일한다. 특히 페이스북의 수익모델을 개발, 흑자로 전환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윌트 디즈니, 스타벅스 이사회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올해 셰릴은 여성의 사회진출을 돕기 위해 ‘린인재단'을 설립해 여성운동가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셰릴의 저술 '린인'은 화려한 책 표지가 눈길을 끈다. 책의 상단 대부분을 셰릴의 얼굴로 가득 채웠다. 책 전면에 얼굴을 내세운다는 것은 웬만한 명사래도 쉬운 일은 아니다.


책 표지속의 그녀는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다. 한쪽 손을 턱에 괴고, 차분히 상대의 말을 경청하는 듯한 그녀는 영화배우 주디 포스터를 닮아보일 만큼 미모가 넘친다. '책에 나온 얼굴이 왜곡됐구나 !' 자신의 얼굴을 책 표지에 가득 담을 만큼 당당하다는 걸 빼고는 비범함을 엿보기는 어렵다.


그녀는 3분 가량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회견장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바로 인사를 건네고서 얘기를 시작했다.


"'린인'을 쓴 취지는 남성 리더십이 지배적인 사회는 인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데서 비롯됐다. 지금 기업에서 여성 임원들이 1%도 안 되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라도 여성 참여가 더욱 절실하다. 이런 현상은 가정에서도 부정적이다. 행복한 생활,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도움이 못 된다. 양성 평등이 개인과 국가에도 도움이 된다."


셰릴은 주목받는 여성운동가답게 "국가는 여성이 기회를 박탈당한 것을 해결하기 위해 더욱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은 문화 및 정책을 통해 평등을 추구해야 하며, 여성 각 개인은 더욱 리더가 되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셰릴은 "전 지구적으로 동일 업무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국도 39%나 차이가 나며 이 수치는 OECD 국가 중 최고로 높다"고 설명했다. 또 셰릴은 "한국에서도 씩씩한 여자들에게 '나댄다'고 표현할 만큼 여성에게는 많은 편견이 있다는 걸 안다"고 말했다.


특히 직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매력을 가꿔야한다는 강박관념에 대해 "여성들의 미모나 복장 등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 까닭은 그만큼 여성 리더가 적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언론은 매번 패션이나 머리 모양에 집중한다. 남성 국무장관에게는 그런 적이 거의 없다. 여성 리더가 절반을 차지한다면 당연히 사라질 문제다. "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여성리더들이 많이 생겨나기 위해 여성들이 더욱 협력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셰릴은 자신의 어린 딸이 노래로 대통령 이름 암송하다가 "대통령은 남자아이들만 하는 것이냐 ?"라는 질문에 충격을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다. 반면 독일친구는 자신의 아들이 "나는 총리가 못 되겠다. 총리는 여자가 하는 거잖아"라고 말한 예를 통해 여성에 대한 편견은 문화적인 문제라고 설명한다.


직장 내에서 '여성이 여성의 적' 행세를 하는 것과 관련, 셰릴은 "인류학적으로 지배, 피지배계급이 처음 교체될 경우 피지배계급은 이전의 지배계급을 답습한다"며 "초기 여성 리더는 높은 위치에 올라서서 남성처럼 군림하는 사례가 있다"고 대답했다. 즉 여성리더가 많지 않은 환경에서 비롯된 착시라는 설명이다.


그녀는 시종일관 흩어짐 없는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과장된 몸짓, 손짓도 없이 간혹 미소를 흘리며 진지하게 답변했다. 질문자에게는 꼭 "좋은 질문"이란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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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지나친 가사 분담 등으로 성공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그런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남성들에게 화를 내거나 적대감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그저 여성들에게 일관되게 여성이 먼 변화해야함을 역설한다.


따라서 어디서도 '슈퍼우먼의 신화'를 읽기는 어렵다. 끝으로 "지난 10여년간 미국에서도 여성의 입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면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서는 여성이 더욱 자신감을 갖고, 더욱 협력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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