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로존 재정 위기의 최후의 보루인 독일이 속으로 곪아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천억유로의 무역흑자와 탄탄한 고용시장 등 경제지표만 보면 안정정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쪼그라든 내수가 독일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독일의 기적 해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독일 경제의 성공신화는 '빛 좋은 개살구'라고 보도했다.


독일은 유로존 재정 위기 한 복판에서 굳건하게 버티고 있는 나라다. 지난 10년간 무역흑자는 1880억유로(2430억달러)다. 세계 최대 흑자국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현재 실업률은 5.4%로 유럽에게 가장 낮다. 청년실업률은 8%로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높은 성장률 덕분이 아니다. 독일 경제는 지난 10년간 미국과 영국, 심지어 유로존 전체 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독일 경제의 버팀목은 '미텔슈탄트(Mittelstand)'라고 불리는 중소기업들이다.


세계적인 전자업체인 지멘스와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 BMW 등 대기업들의 활약과 더불어 중소기업이 제조업 분야에서 고용을 지탱한 덕분이다.


독일의 제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8%를 차지한다. 이는 비슷한 경제규모의 다른 나라들 보다 높은 것이다.


하지만 독일 경제가 처음부터 탄탄했던 것은 아니다. 1990년 통일 이후 임금은 가파르게 올랐고, 가난했던 동독을 흡수하기 위한 예산은 버거웠다. 지나친 규제로 경제를 옥죄면서 독일 기업들이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서유럽으로 떠났다.


당시 독일의 집권당인 사회당은 치솟는 실업률에 놀라 극약처방을 내놓는다.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oder) 총리는 2003년 도입한 노동 개혁법(Hartz reforms)을 통해 독일의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었다. 월 400유로 이하의 소득세를 폐지해 시간제 근무를 장려했다.


슈뢰더 총리는 임시직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에 인세티브를 주면서 저임금 일자리를 늘렸다. 독일인들의 20%가 저임금 일자리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미국 보다 낮지만 프랑스 보다는 거의 두 배가 많은 것이다.


개혁법은 임금 인상도 제한했다. 2001년부터 2010년까지 독일임금은 연평균 1.1% 오르는데 그쳤다. 노동비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급격히 떨어졌다. 그 결과 값싼 노동력으로 무장한 독일 기업들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 자동차와 기계, 화학제품을 수출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독일 국민들의 생활은 점점 활력을 잃어갔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독일의 가구당 평균자산은 5만1400파운드로 재정 위기국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그리스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이는 연금이 제외된데 따른 것이지만, 대부분의 독일인들이 주택을 갖고있지 않은 탓이 크다는 설명이다. 독일 주택의 대부분은 소수에 집중됐다.


미텔슈탄트를 비롯한 기업들에게 부가 집중된 점도 독일 경제를 좀 먹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자린고비 문화'가 있는 독일인들이 적은 소득으로 허리띠를 졸라메면서 내수가 더욱 쪼그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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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독일 경제의 성장엔진인 제조업 분야 수출도 최대 시장인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총선을 앞둔 독일 정치권이다. 독일 야당들은 지난 20년간 독일의 성공신화 기초가 된 노동개혁법을 후퇴시킬 태세다. 이들은 부유세 재도입과 고용안정을 공약하고 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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