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준우 기자]#60대 A씨는 아들에게 200만원을 송금하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았다가 깜짝 놀라 자동입출금기로 발걸음을 돌렸다. 타행송금수수료가 3000원이라는 얘기를 직원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창구 바로 옆에 있는 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하면 수수료는 불과 700원. 자동화기기 이용이 낯설어 직원의 도움을 받으며 송금을 하던 A씨는 "창구 수수료와 자동입출금기 수수료가 왜 그렇게 차이가 나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30대 직장인 B씨는 늦은 밤 현금이 필요해 자동입출금기를 찾았다. 30만원을 찾으려던 B씨는 29만원 밖에 찾을 수 없었다. 영업시간 후 출금 수수료가 1000원인데 통장에 30만500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B씨는 "은행이 자동입출금기를 쓰면 오히려 인건비도 안들 텐데 영업시간이 지났다고 수수료를 더 받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은행 수수료의 원가가 궁금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수수료 체계 개편 움직임 속에 은행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올해 4월 가동한 수수료 개편 태스크포스(TF)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TF팀은 내달 중에 논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정확한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수료를 좀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은행들은 최근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이자 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수수료까지 낮추게 돼 부담이 더 커졌다.


금융당국이 수수료 개편에 나선 이유는 수수료가 과다하다는 여론 때문이다. 은행들마다 제 각각의 기준에 따라 수수료를 매기는 것에 대한 불만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은행들은 수수료를 통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걸까.


은행연합회의 은행경영공시에 따르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등 시중 4개 은행이 지난해 각종 수수료로 벌어들인 이익은 2조7271억원이다. 지난 2011년의 2조9629억에서 오히려 2358억 줄었다. 그러나 수수료가 영업이익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3.08%로 전년 대비 11.83%포인트 늘었다. 수수료 수익은 소폭 줄었으나 전체 영업마진이 크게 줄면서 상대적으로 수수료 수익의 비중이 늘어난 것이다.


은행권은 수수료를 받는데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은행 수수료는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유무형의 서비스에 대한 이용료라는 주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수수료의 원가에 인건비와 인프라 초기 구축비, 유지비, 관리비 등이 포함된다"며 "수수료를 무조건 내리라는 것은 경제원리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타행이체 수수료가 비싼 이유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모든 금융회사들이 금융결제원의 금융공동망을 이용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자산 규모에 비례해 금융결제원의 운영예산을 분담하고 있기 때문에 타행이체 수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업시간외 자동입출금기 거래의 경우도 모든 자동입출금기를 외부보안업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수수료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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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욱 우리금융연구소 실장은 "은행 수수료 문제는 수익성 측면과 사회적 측면이 부딪히는 문제"라며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은행과 고객이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전 실장은 "당국에서 강제적으로 수수료를 조정할 것이 아니라 은행들이 직접비용과 간접비용을 충분히 감안해 자율적으로 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책정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수수료 어디가 더 쌀까=각 은행마다 이체 및 출금 수수료는 천차만별이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시중 주요 10개 은행(국민, 기업, 농협, 산업, 신한, 외환, 우리, 하나, SC, 씨티)의 수수료를 살펴본 결과 창구에서 10만원 초과 금액을 다른 은행으로 송금할 경우의 수수료는 기업ㆍ신한은행이 1000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농협ㆍ우리ㆍ외환ㆍSCㆍ하나ㆍ씨티은행이 2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경우 마감 전에는 기업ㆍ하나은행이 700원으로 가장 낮았으며, 국민ㆍSC은행이 1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마감 후에는 기업은행이 700원으로 가장 낮으며, 국민ㆍ농협ㆍ신한ㆍ우리ㆍSCㆍ씨티은행이 1000원으로 가장 높았다. 인터넷뱅킹ㆍ텔레뱅킹ㆍ모바일뱅킹의 경우 수수료 면제인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은행이 5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장준우 기자 so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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