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대책 두달]"기대감·취득세 막달효과 사라졌다"

서울시 강동구 둔촌주공3단지 전경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요즘 부동산 수요자들은 정부 정책이 바뀐다고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4·1대책도 시행하기까지 두달 가까이 걸리면서 관망세만 늘었다. '급급매물'만 간간이 거래되는 실정이다."(서울 강동구 고덕동 K공인중개소 대표)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4·1대책을 내놓은 지 두달여가 지난 2일. 뜨겁게 달아오른 날씨와 달리 재건축 대상 아파트 시장은 점점 식어가고 있다.

대책 발표 후 반짝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 강동구 재건축 대상 단지들에는 문의가 절반가량 줄었다. 둔촌주공 인근 H공인 대표는 "5월이 되자 문의가 4월의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며 "문의가 와도 아파트값이 더 하락할 것 같으니까 현 시세대로 사려고 하지 않고 더 낮은 가격의 물건만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시세는 대책이 나오기 전보다 더 떨어졌다. H공인 대표는 "대지 지분이 가장 큰 둔촌주공 1단지 전용면적 88㎡의 경우 실거래가 기준으로 4·1대책이 나오기 전에 7억6000만원까지 갔다가 4월께 기대감으로 호가가 7억8000만원까지 상승했던 것이 지금은 7억5000만원으로 주저앉았다"며 "앞으로 국회에서 4·1대책 관련 처리할 법안이 일부 남았지만 시장 흐름을 변화시킬만한 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약보합세로 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둔촌동 D공인 관계자 역시 "6월까지 취득세를 감면해주는 게 있지만 이 혜택을 받으려 매수에 나서는 사람이 없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 현상으로 다시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전경

강동구의 또 다른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고덕주공 인근 분위기도 비슷하다. 고덕주공 인근 K공인 대표는 "부동산 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제2의 IMF'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4·1대책 발표 전과 비교해 평균 2000만~3000만원 올랐던 호가가 지금은 1000만원가량 상승한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건축이 잘 안 될 것 같으니까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예전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 중인 고덕주공2단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가 나온다. 2번 유찰된 이후 조건을 변경해 건설사들을 입찰에 참여시킨 고덕주공2단지에 대해 K공인 관계자는 "당초 무상지분율이 150%가량 이상이었는데 이제 120%가량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고덕주공 재건축 속도에 탄력이 붙을 수 있겠지만 수익률이 낮아지기 때문에 길게 보면 인근 부동산 시장을 침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재건축 시장이 조용하다보니 인근 주택 시장은 더한 침체를 겪고 있다. 고덕동 주택가에 있는 W공인 대표는 "고덕주공 아파트값이 약세라 단독주택이 밀집한 이쪽은 더 거래가 없다"며 "예전에 10억원 이상이던 단독주택이 지금은 7억~8억원 정도까지 내려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는 4·1대책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K공인 대표는 "어차피 젊은 층이 집을 사려 하지 않고 인구수도 줄어서 예전 같은 아파트값 폭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거래 심리를 살리기 위해 아파트 증여세를 면제해주고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금융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추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둔촌동 H공인 대표는 "취득세 감면이 6월로 끝나는데 시장이 크게 변할 것 같진 않지만 이 기한을 연장해줘야 하고 각종 규제를 풀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부동산 거래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