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톡톡]"살기 힘들어서 그런지 파지 줍는 사람들이 더 늘었어요"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2일 오전 6시를 좀 넘긴 시간. 용산에 위치한 사우나 안은 일찌감치 자리 잡은 40~60대 주부들이 땀을 빼기에 여념이 없다. 매주 일요일, 약속이나 한 듯 이 시간대에 오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들은 오늘도 커피와 식혜를 앞에 놓고 집에서 싸온 간식거리와 함께 수다떨기에 한창이다.
"방금 나간 저 할머니 있잖아요. 몸도 성치 않은 양반이 그렇게 주택가를 돌아다니면서 파지를 모아요. 그거 팔아서 뭐하냐니까 손자 용돈 준대요. 며느리한테 매번 욕을 먹으면서도 왜 저러나 몰라." 방금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가 나가자 한창 진행되던 얘기를 끊고 선주 엄마가 화제를 돌린다.
"아니, 저 할머니 댁 좀 살지 않나? 성당 밑에 사는 할머니 맞죠? 아들, 며느리랑 사시는 것 같던데.. 허리가 저래서 무슨 파지를 모으고 다니신데요?"
"내 말이 그 말이야. 며느리는 이것저것 자꾸 주워오니까 지저분하다고 화를 내는데도 당췌 말을 안 들으셔. 저 집이 국가 유공자거든. 매달 저 할머니 앞으로 70만원이 나와요. 내가 그걸로 드리고 몸도 불편하신데 그만 하라고 해도 소용없더라고."
"아니, 근데 요즘 파지나 빈병 줍는 사람들이 엄청 늘지 않았어요? 남자, 여자 할 것없이 엄청 생겼더라고요. 우리 생선 사는 손님들한테 신문지로 싸서 줘야는데 그걸 못한다니까. 주민센터에서 예전에는 자주 갖다줬는데 요즘엔 앞에다 내놓기만 하면 다 주워가서 없대." 선주엄마의 말에 동네 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상희 엄마가 한 마디 거든다.
"그러게, 요즘 진짜 길에 많더라고요. 리어카 끌고 다니시는 분들. 요즘 살림살이가 많이 힘들어져서 그런가 봐. 에휴, 나이들어서까지 고생이니 원." 한참 얘기를 듣던 형수 엄마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눕는다.
"맞아. 요새 가게 손님도 너무 줄었어. 먹고 살기 힘드니 밖에서 먹는 걸 조금이라도 줄여서 그런가. 다들 손님없다고 난리야. 날씨마저 바로 여름처럼 더워져서 우리처럼 순대국 파는 데들은 더 빨리 손님이 끊겼다니까." 인근에서 순대국집을 하는 철수 엄마가 볼멘소리를 했다.
"간절기라는 게 없어졌다니까요. 5~6개월 여름이고 5~6개월 겨울이야. 올해는 더 여름이 길고 더 덥다는데 큰일이지 머야. 냉면집이나 잘 되겠지. 그나저나 전기 때문에도 큰일이야. 원전인지 먼지는 왜 불량품을 써서는.." 문진이 엄마의 한 마디에 여기저기 전기 우려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게 말야. 미친 사람들이지. 아무튼 이 나라는 안전불감증이 문제야. 전기 많이 쓰는 업소나 백화점 같은 곳들이 줄여야지. 전기를 펑펑 써대자나. 솔직히 가정에서야 뭐 얼마 쓰나."
"아니야, 백화점은 또 그렇지도 않더라고. 어제 백화점에 사러갔더니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온도를 안낮춰서 엄청 덥더라고. 일정 온도 이상 못 내리게 한다더니만 더워서 쇼핑하기가 힘들어서 대충 보고 그냥 나왔어."
"요즘은 집에서도 많이 써요. 우리 남편도 집에 오자마자 하는 게 에어컨 트는 거라니까요. 잠깐 끄기라도 할라치면 난리가 나요. 당장 우리 집도 그런데 뭐.."
"예전에는 날 더우면 길에 나와 자는 사람도 많고 그랬는데..요즘에는 그런 사람들도 없더라고요. 다들 집에서 에어컨이나 틀고 있지. 나라살림은 힘들고 원전은 고장이나서 저렇다는데 올 여름은 정말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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