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위기 STX건설, '영업통 새 선장'이 살려낼까
중책을 맡은 이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통' 정구철 신임 대표이사다. STX건설은 24일 부사장인 그를 외부적으로는 선별적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내부적으로는 유동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최적의 카드로 선택했다.
정 대표는 28년간 현대건설에 몸담으며 국내 영업분야에서 일했다. 2009년 STX건설로 옮겨와 영업본부장(전무)을 맡았고 2011년부터 국내사업총괄 부사장을 지냈다.
정 대표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됐다. 대표로 선임돼 분위기를 반전해야 할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회사 내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STX건설 관계자는 "신임 대표는 줄곧 영업쪽에 몸담아왔다. 영입된 이후 공공물량 수주가 5배 가량 늘어났다. 그 전까지는 그룹에 의존한 물량이 대부분이었는데 민간, 공공 수주 등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데 성공했다. 처음 회사에 영입됐을 때 선풍적인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것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 번 또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건은 녹록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그룹이 도움을 주지 못할 처지라는 것이다. STX건설은 그룹 계열사에서 주로 매출이 발생하는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2011년 STX건설의 총 매출은 3315억원인데 이 중 43.9%에 이르는 1454억원이 STX중공업, STX조선해양 등 특수관계인에게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총 매출 5474억원의 46.7%인 2556억원어치가 특수관계인 매출이었다. 나머지는 공공발주 공사 등에서 이뤄졌다.
2011년 말까지만 해도 STX건설의 총 자산은 4917억원으로 자본총계는 693억원, 부채총계는 422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600%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유상증자를 통해 운영자금 조달에 나섰고 계열사 포스텍이 2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그러나 지난해 세전손실 840억원, 당기손실 908억원 등 실적부진을 겪으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STX건설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외부의 자금수혈이 긴요하지만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선 지난해 말 기준으로 1년내 만기가 도래하는 매입채무, 차입금, 회사채 잔액은 총 3270억원에 이르는데 STX건설의 현금·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현금동원 가능규모는 25억여원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들어 CP(기업어음)를 통해 STX에너지, STX장학재단 등 계열사에서 자금을 조달하고 있지만 그 규모는 326억원 정도에 그쳤다.
STX 관계자는 "금융권 차입금을 차질없이 막아야 해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고 이에따라 당장 가능한 자산을 매각해 자금 마련에 나서는 한편 미분양 담보대출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이 침체되다 보니 유상증자 포함해 자구책이 계획대로 진행이 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그룹만 어렵지 않으면 한라나 두산처럼 상황이 낫겠지만 이를 뒷받침할 여건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STX건설은 현재 국내 1조8000억원, 해외 2조5000억원의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수주잔고로만 보면 앞으로 전혀 공사를 따내지 못해도 최소 3년간은 버틸 여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4000억원 규모의 북평화력발전소 공사를 진행 중이며 지난 가을 1000억원 규모의 하남 미사 LH아파트도 수주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올 들어서는 대구 사이언스파크 조성공사를 수주했고, 이달초 STX조선해양이 유동성 위기 여파로 잠시 중단됐던 거제시 사등면 아파트 공사 현장도 다시 작업을 재개하는 등 침체된 시장분위기에 비춰 꾸준한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대표이사를 바꾼 STX건설이 침체를 뚫고 건설업계 상위의 반열에 오르겠다고 선포한 과거의 비전을 성사시킬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