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지 꿈꾸고 뭐든지 해보자, 아직 실패는 없잖아”
충남 사회적기업 북카페 ‘산새’…시민단체 활동가, 기자, 시의원, 대학강사 들 모여 ‘꿈’ 꾸는 둥지
북카페 '산새'는 충남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이곳의 산새지기는 모두 7명. 이 가운데 오수연(맨 왼쪽), 정은정(왼쪽에서 두 번째) 산새지기를 만났다. 정 산새지기 오른쪽은 김은경 매니저.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삶의 여유가 필요할 때, 때론 나자신과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종종 찾게 되는 게 북카페다. 웬만한 도심이면 한 두 곳의 북카페가 있다. 북카페는 책을 좋아하는, 찾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다. 책장 가득한 책들 속에서 나를 찾고 유리창가에서 들어오는 밝은 햇살을 받으며 차 한잔을 마시는 곳이다.
이런 북카페를 사회적기업으로 하는 곳이 있다.충남 천안시 쌍용동에 있는 북카페 ‘산새’ 이야기다.
이왕 책과 함께 하는 시간을 조금 더 여유롭게 누리고자 할 때 제격인 곳. 그를 위해 북카페 ‘산새’는 다양한 책들로 공간을 채웠다. 여러 사회적기업들이 있지만 북카페는 처음이다. 어떻게 운영하길래 사회적기업이 됐을까.
◆북카페 ‘산새’, 사회적기업인 이유=오수연(43) 산새지기(운영자)는 “ ‘산새’는 취약계층을 생각하고 이윤의 사회환원을 꾀하는 천안사회적기업 충남형예비사회적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커피는 아름다운 커피의 공정무역커피로, 차는 친환경재료로 쓴다. 모과차에 들어가는 모과는 정은정(37) 산새지기의 시아버지가 농사지은 것이다. 정 산새지기는 “시아버지께서 농사지은 모과를 가져와 잘게 썰어 꿀로 재워 만들었다”며 “모든 식재료는 믿을 수 있는 곳, 주변에서 농사짓는 분들의 생산품을 쓰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돈가스, 비빔밥 등의 먹거리 또한 생협, 한살림 등의 유기농매장에서 받는 친환경재료를 쓴다. 좋은 책과 착한 커피, 친환경 먹을거리가 있는 문화공간을 내걸며 2010년 12월 출발한 ‘산새’의 약속이다.
특히 북카페 ‘산새’는 공간 안에 여러 행사들을 마련, 지역의 좋은 흐름을 이끌 예정이다.
먼저 지역에 인문학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 인문학 강좌를 매월 연다. 첫 인문학 강의는 서해성 교수(소설가)의 강연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산새’를 다녀간 작가들은 ▲‘똥꽃’의 저자 전희식 ▲‘다시쓰는 택리지’ 저자 신정일 ▲궁중요리 전문가 윤혜신 ▲역사학자 백승종 ▲‘유토피아 이야기’ 박홍규 교수 ▲‘미술관옆 인문학’ 저자 박홍순 ▲시인 이정록 ▲‘아파트와 바꾼 집’을 쓴 박철수 교수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다.
전시회도 자주 열린다. 인기 아나운서 이금희, 서울시장 박원순, 연기자 추상미, 가수 김C.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들의 공통점은 ‘공정무역 스타’들이다. 지난 8월에 ‘인간의 얼굴을 한 무역’이란 주제의 ‘공정무역사진전’으로 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 전시회를 열었다.
솜씨 있는 지역예술가들 작품갤러리도 자주 갖는다. 소모임 장소로도 쓰인다. 이 모두가 무료다.
지난 겨울엔 ‘책 읽는 북극곰 살리기 프로젝트’를 열었다. 전기조명만 켠 북카페에서 난방장비 없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무박으로 밤새 책을 보는 행사다.
참가자에겐 잠시 추위를 달래줄 아메리카노커피 한 잔과 유기농사발면이 나왔다. 참가비 중 절반은 지역환경단체인 천안녹색소비자연대에 기부했다.
‘산새’의 주 수입은 차와 식사판매다.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직원 3명을 쓴다. 공동 출자한 7명의 산새지기들은 월급을 가져가지 않는다.
오수연 산새지기는 “우리는 직업이 있는 사람들이어서 월급을 가져가기보다 산새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서로 돕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직업으로 만난 사람들=사회단체활동가에서부터 대학 강사, 기자, 시의회 의원 등 산새지기들 직업은 여러가지다. 강윤정(43)씨는 천안NGO센터 사무국장, 오수연씨는 마을도서관 지킴이, 윤평호(42)씨는 기자, 이정화(50)씨는 전 생협 이사장, 장기수(46)씨는 천안시의회 의원, 정이은숙(42)씨는 천안KYC 공동대표다. 마지막에 합류한 정은정씨는 대학강사다.
직업이 다른 이들이 어떻게 같은 사업을 하게 됐을까. 오 산새지기는 “모두가 천안KYC 회원이었다. 4명의 산새지기는 대학동문이라 알고 지낸 게 오래 됐다”며 “고전 강독모임을 하며 북카페를 생각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독서모임을 함께하던 이들의 고민은 장소였다. 천안지역에 작은 도서관이 50여 곳 있었지만 어린이 중심인 곳이 대부분이었다. 모임회원 모두가 인문학과 관련한 프로그램이 없는 지역사회에 대한 갈증을 호소했다.
윤평호(42) 산새지기가 “사고 한번 쳐보자!”며 북카페를 제안했다. 이들은 책을 통해 각양각색의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보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
북카페장소는 우연찮게 마련했다. ‘산새’는 이들이 자주 만나던 돈가스식당이었다. 마침 이들이 모여 어느 곳에 북카페를 차릴지 고민하고 있는데, 식당주인으로부터 가게를 내놨다는 말을 들었다. 몇 년간 정들었던 식당이라 그날 당장 계약금을 내고 건물을 빌렸다.
‘산새’가 깃든 3층짜리 건물은 미술을 전공한 부부가 공들여 만든 독특한 모양의 건물이다. 1층과 2층은 카페 겸 세미나공간으로, 3층은 천안KYC·농민회·학교급식협의회의 사무실로 쓰고 있다.
윤씨는 기자를 그만두고 아예 ‘산새 대표지기’로 눌러 앉아 1년을 생활했다.
카페의 책은 산새지기 6명이 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손님들이 기증한 책이 더 많다. 모두 3000여권이 된다. 손님이 책을 더 읽고 싶으면 무료로 빌려준다. 한 달 안에 가져오면 된다.
이 모든 것은 책을 생활에서 늘 가까이 하려는 사람들이 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활동으로 천안과 아산지역에 인문학을 알리려는 바람으로 모아진다.
정은정 산새지기는 “‘산새’는 뭐든지 꿈꾸고 뭐든지 해보자는 원칙만 있을 뿐”이라며 “‘산새’가 마을카페 모습을 하길 바란다. 지역에서 중요한 마을회관 같은 역할 하고 싶다”고 바람을 이야기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5년 내 천안아산지역에 100곳의 북클럽을 만들자는 게 북카페 산새의 목표다. 그 꿈을 품으며 지역 이곳저곳 청명한 소리를 전하기 위해 ‘산새’는 깃털을 가지런히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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