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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통령 시대…그녀들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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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 김혜민 기자]
◆별단 여성 없다…공기관 절반 '女無'=공공기관이 술렁거리고 있다.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반응이다. 일부 남성 임직원들은 벌써부터 공개비판에 나섰지만 여성 임직원들은 올라간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공기업과 공공기업 여성 임원 비율을 3년 내에 15% 이상, 5년 내에 30%를 넘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박영선ㆍ추미애 민주통합당 의원 등 여야 의원 62명이 서명할 만큼 무게가 실려 있다. 공공기관들은 여성대통령 시대가 곧 열리는 만큼 이번 법안이 공공기관의 오랜 '남성중심주의'를 깨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치는 민망한 수준이다. 15일 공공기관들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 288곳의 임원 2993명 중 여성 임원은 9.1%인 272명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중 51.7%인 149곳은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없으며 공공기관 중 여성이 기관장인 곳은 전체의 5.6% 수준이다. 이번 법안의 기준치인 30% 이상을 충족한 공공기관은 전체의 5.2%에 그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만난 주요 공기업 관계자들은 "시기상조" "역차별"이라는 볼멘소리를 했다. 국내 최대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전력 관계자는 "여성 임원 확대라는 취지에는 백번 동의한다"면서도 "중간관리자 중 여성의 비율이 5% 남짓한 현실 속에서 이 같은 법안이 도입되면 역량과 자질이 떨어지는 여성이 발탁되거나 남성이 역차별 당하는 일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조직의 경쟁력을 해칠 것이라는 우려다.
이러한 지적이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임원에 도전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급 중 여성 후보군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서장급(1급) 51명 가운데 여성은 한 명뿐이다. 하지만 당장 이 비율을 높이기는 어렵다. 1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2급 315명 중 여성은 단 한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금융 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도 임원 바로 아래 직급인 부실장 30명 중 여성은 전무하다. 그 다음 직급인 팀장급 50명 중 2명만 여성이다.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시대정신인 만큼 다소 부족한 인력풀 속에서라도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능력 있는 여성이 없다'는 주장은 허구적 신화에 가깝다"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처음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할 때 그런 공격에 부딪쳤지만 법안이 실현되자 결론은 더 깨끗한 정치와 효율적인 실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전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하기 전에 국가가 의지를 가지면 실현할 수 있는 공기업부터 실시하는 것은 맞다"며 "규범적 차원뿐 아니라 여성 임원의 증가가 높아질수록 매출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는 등 실제로 수익과 효율성이 진작되는 만큼 여성 임원 확대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마가 뛴다…50대 女취업 215만명=일자리 시장에 뛰어드는 50대 여성들이 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청년실업이 고착화되면서 남편과 자녀를 대신해 부업전선에 뛰어든 여성이 증가한 결과다.

15일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50대 여성 취업자수는 21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0만5300명, 5% 늘어난 규모다. 전체 여성 일자리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해 50대 여성이 여성 고용시장을 주도한 모습이었다.

일자리를 구하러 나서는 50대 여성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늘고 있다. 90년대까지만해도 지지부진한 양상이었지만 2003년부터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2년 121만명이었던 50대 여성 취업자수는 2005년 140만명, 2006년 151만명, 2007년 161만명으로 해마다 10만명씩 늘었다. 2011년에는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50대 여성 취업자가 늘어난 데는 베이비붐세대 남성들의 퇴직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전체인구의 14%에 달하는 베이비붐세대 가운데 주요 근로층이었던 남성들의 퇴직이 시작되면서 남편의 은퇴에 대비하기 위해 취업을 택하는 아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청년실업난으로 20대 자녀들의 취업까지 여의치 않게 되자 고용시장에 유입된 주부들이 늘었다. 50대 여성 취업자수는 지난 2011년 이후 20대 여성 취업자수를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20대 여성 취업자수는 189만명으로 '엄마 세대' 보다 26만명 가량 적었다. 2011년에는 13만명가량 적어 해마다 격차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50대 여성 일자리가 가계의 주수입원을 대신하기엔 부족할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의 질도 그다지 높지 않아 대다수가 식당아줌마, 보험설계사 등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여 있다.

지난해 상용직에 취업한 50대 여성은 53만명인 반면 임시직인 여성은 64만명에 달했다. 20대 여성의 상용직과 임시직 수가 각각 115만명, 54만명인 것과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임금도 낮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기혼여성의 시간제근로'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 평균임금의 2/3 이하를 받는 '저임금' 기혼여성의 비중은 지난해 3월 기준 58%에 달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성재민 전문위원은 "50대 퇴직인구가 많기 때문에 소득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먹고사는데 당장 무리가 간다"며 "이 때문에 주부들까지 나서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의 일자리는 대부분 안정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 육아도우미, 간병사 등 돌봄노동영역에 대한 근로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카드모집이나 보험설계사 같은 저임금 특수근로자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김혜민 기자 hme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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