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대통령 시대…그녀들의 자리
승진 가능한 직급 부족…시기상조·역차별 논란도
[아시아경제 김종일 기자]공공기관이 술렁거리고 있다. 공기업과 준(準)정부기관에서 여성 임원 비율을 순차적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반응이다. 일부 남성 임직원들은 벌써부터 공개비판에 나섰지만 여성 임직원들은 올라간 입꼬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치는 민망한 수준이다. 15일 공공기관들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정부 산하 공공기관 288곳의 임원 2993명 중 여성 임원은 9.1%인 272명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중 51.7%인 149곳은 여성임원이 단 한 명도 없으며 공공기관 중 여성이 기관장인 곳은 전체의 5.6% 수준이다. 이번 법안의 기준치인 30% 이상을 충족한 공공기관은 전체의 5.2%에 그친다.
이러한 지적이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임원에 도전할 수 있는 중간 관리자급 중 여성 후보군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부서장급(1급) 51명 가운데 여성은 한 명뿐이다. 하지만 당장 이 비율을 높이기는 어렵다. 1급으로 승진할 수 있는 2급 315명 중 여성은 단 한 사람뿐이기 때문이다.
금융 공기업인 예금보험공사도 임원 바로 아래 직급인 부실장 30명 중 여성은 전무하다. 그 다음 직급인 팀장급 50명 중 2명만 여성이다. 역차별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적 진출은 시대정신인 만큼 다소 부족한 인력풀 속에서라도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능력 있는 여성이 없다'는 주장은 허구적 신화에 가깝다"며 "유럽과 미국에서도 처음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할 때 그런 공격에 부딪쳤지만 법안이 실현되자 결론은 더 깨끗한 정치와 효율적인 실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전 국가적인 차원으로 확대하기 전에 국가가 의지를 가지면 실현할 수 있는 공기업부터 실시하는 것은 맞다"며 "규범적 차원뿐 아니라 여성 임원의 증가가 높아질수록 매출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는 등 실제로 수익과 효율성이 진작되는 만큼 여성 임원 확대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일 기자 live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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