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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안전 우선' 병에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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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일본 사회 전반에 '안전우선주의'가 팽배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일본의 안전우선주의가 일상 전반에 퍼져 경제 활력을 좀먹고 있다고 최근 꼬집었다.
안전우선주의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포착된다. 심지어 스포츠도 예외가 아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호쾌한 장타보다 안전한 번트를 중시한다. 도쿄(東京) 가쿠게이 대학 신체운동학과의 오이카나 켄 교수에 따르면 2005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번트 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두 배였다.

2008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인의 73%가 위험을 즐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 하버드 대학 사회학과의 매리 브린턴 교수는 "일본인들에게 위험을 피하는 게 기회를 포착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안전우선주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각국의 기업가정신을 비교연구하는 GEM에 따르면 일본의 노동가능 인구 가운데 3년 안에 창업하겠다고 답한 이는 겨우 4%다. 이는 조사 대상 54개국 가운데 아랍에미리트와 러시아에 이어 3번째로 낮은 비율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나 되는 844조엔(약 1경1025조원)이 연간 이자 0.02%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잠자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불안 심리가 팽배하다 보니 반사이익은 보험산업에 돌아가고 있다. 일본 인구는 미국의 절반 정도다. 그러나 일본 인구 1억2700만명이 한 해 생명보험금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미국과 비슷하다. 지난해 일본의 생명보험금 지출 규모는 5250억달러(약 564조9000억원)로 미국의 5380억달러에 근접했다.

정치도 보수 색채를 띠고 있다. 오는 16일 총선에서 보수 자민당의 집권이 유력한 것은 일본인들의 이런 성향 때문이다. 미국 템플 대학 도쿄 분교 일본정치학과의 제프 싱스턴 교수는 "흔히들 일본 고성장 시대의 집권 세력인 자민당이 충분한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이 위험을 회피하는 데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주식시장만 봐도 그렇다. 다이와증권의 몬지 소이치로 수석 투자전략가는 "지난 20년을 돌아보면 일본 증시에서 손 떼야 안전하다는 것은 이미 입증된 사실"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기업들의 잇단 추문은 투자자들을 증시에서 내쫓고 있다. 지난 여름 일본의 금융계를 들쑤신 노무라증권의 내부자 거래 사건, 광학기기 업체 올림푸스의 대규모 회계 부정은 주가 하락과 투자자 손실로 이어졌다. 기업에 투자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일본 기업의 상징이었던 종신 고용이 종말을 고했다는 것도 리스크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키는 한 요인이다.

다마가와 대학의 야마기시 도시오 교수는 "일본인들 사이에 '실수는 곧 끝장'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며 안전우선주의가 당분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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